오아시스에서의 만찬은 항상 아름다워라 백옥의 별들이 반짝거리는 한 알의 석류와 빨갛게 태양이 이글거리는 수박과 노오란 달덩이 같은 란과 그리고 몇 조각 양고기 비록 가난하지만 배고픈 이교도를 위해 차려준 한밤의 식탁은 정녕 우주로 돌아가는 제식의 하나일지니 내 한 알의 석류를 먹어 별이 되고 한 덩이 수박을 먹어 태양이 되고 한 조각의 란을 먹어 달이 되리라 그리고 남은 몇 점의 양고기는 희생의 제물, 당신께 바치는 내 마음의 아픔이오니 알라여, 생을 지기 위해 죄를 짓는 또 다른 한 생이 되지 않도록 죽으면 내 영혼 다시 이 땅으로 돌려보내지 마시기를...
오세영 시인의 “쿠처에서”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백옥의 별들이 반짝거리는” 석류 한알을 먹고, 시인은 별이 됩니다. 시인이 “항상 아름다운” 만찬을 대접받는 곳은 쿠차,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에 있던 불교 왕국, 이제는 중국 변방 위그루 인들이 사는 곳. 부처님 대신 알라 신의 가호를 비는 동네. 석류의 고향 근처.
석류는 오늘의 이란 지방 원산입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이란을 안석 (安石)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석류(石榴)라는 이름의 과일이 중국으로 오고, 우리나라까지 왔다네요.
석류는 서양으로도 전파됩니다.
라틴어로 pomum grenate “씨가 많은 사과 (과일)”이라는 이름을 얻게되고. 고대 프랑스어로 pomegranate, 오늘의 영어 pomegranate는 프랑스어화한 라틴어에서 나온 것이죠. 정작 프랑스에서는 중세부터 앞의 말은 떼어버리고 grenade로, 앞의 말 pomme는 아직도 프랑스어로 사과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grenade가 현대 영어에서는 ….
로스앤젤레스의 석류
“small explosive shell” 즉 수류탄이 되었다네요. 15세기 프랑스 군인이 이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겉 모양이 비슷하기도 하고, 수류탄 속의 화약 그리고 파편들이 석류 알갱이를 연상 시키기도 하고. 수류탄, 한자로는 “手榴彈,” 류자가 석류 류자 입니다. 뭔가 좀 아는 사람이 번역을 한 것 같아요. 수류탄을 던지는 사람은 “grenadier”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스페인의 Granada, 여기서 이름을 딴 남가주 소도시 Granada, 카리브 해의 작은 나라 Granada, 모두 석류아니면 수류탄과 인연이 있는 도시.
Grenade, 수류탄은 grain, 알곡과도 같은 집안에서 나온 말 입니다. 라틴어 grenate는 granum에서 나온 단어, granum은 small seed라는 뜻, 여기서 나온 말이 grain
미국 식당에 가면 corned beef라는 게 있지요. 우선 생각이 corn, 옥수수하고 관련이 있을 것 같지요. 옥수수만 먹인 소에서 나온 고기 ?
아니지요. 여기서 corn은 grain과 같은 말입니다. 인도-유럽계의 여러 언어가 분화하기 전에 있던 같은 조어(祖語)에서 나왔습니다. corns of salt, 소금알에 담가서 저장된 소고기가 corned beef입니다. 오늘날 corn이 옥수수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은 옥수수 알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요. 옥수수는 원래 아메리칸 인디안들이 키우든 maize를 개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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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X 켄 먹지 말고..설대 무용과
2013-03-07 12:58:31
싱싱한 거 사다가 저렇게 잘라서 먹어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오달 선배님 멋져부러~~ 요.. 왕팬입니당...ㅎㅎ
오달 선배님에게서 배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혹시 대리석 (granite) 도 같은 어원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요?변변
2013-03-07 12:26:26
저는 미국에 오기 전에는 이 세상에는, 수류탄 파편처럼, 알갱이로 된 (granulated) 커피만 존재하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동서식품에서 만든, 소위 [몽글몽글 잘 녹는] 커피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Granada 에서 생산되는 하얀 대리석을 granite 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혹시 석류나 수류탄과도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의심을 품어봅니다.
시인을 별로 만드는 석류가 사람의 손을 거치면 수류탄이 되고 마는군요. 예전에 곽 훈장님이 종교는 수많은 지류가 흘러드는 거대한 강과 같다라고 하신 적 있는데, 언어 또한 딱 그렇겠네요. 라틴어에서 발원하여 인도유럽계 언어로 갈라지고 합쳐지며 결국 영어에까지 흘러왔으니... 신기합니다. 영어훈민정음, 좋은 작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