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 캐치프라이즈 ‘0219193B20’의 맨 뒤 ‘20’는 올해로 20주년이 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를 되짚고,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동할 수 없다면 노동할 수도, 자립할 수도 없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김용섭 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창조 간사,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수진 활동가는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동권 투쟁의 역사를 되짚으며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촉발시킨 20년 전의 사건을 재조명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박경석 대표는 “2001년 장애인이 오이도역 지하철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사망했다. 당시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었기에 밖에 나가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가지 못했던 게 그 당시의 현실이다. 그러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한 장애인의 황망한 죽음이 장애인 운동의 시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20년간 이어온 이동권 투쟁에도 장애인 이동권은 한참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경석 대표는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OECD국 중 경제력이 11위에 달하는 나라다. 그런데 아직도 장애인이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버스가 있어도 기사나 승객들의 눈치를 보며 타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용섭 회장도 “강원도의 상황도 상당히 열악하다. 올해 원주장애인영화제가 16회째를 맞았는데 1회 때 주제가 ‘버스를 타자’(장애인 이동 실태 담은 영화)였다. 저상버스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는 높지만, 문제는 강원도 18개 시군인데 저상버스가 5개 지자체에 몰려있다.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가 특히 몰려있고. 나머지 13개 시군에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수진 인권활동가도 우리군 장애인 이동권 실태에 낙제점을 줬다.
이수진 활동가는 “옥천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뿐이다. 읍면을 잇는 노선은 없고, 대전으로 나가는 노선만 있다. 장애인들은 면 단위로 이동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애인콜택시의 사정 역시 열악하다. 장애인들의 숱한 투쟁으로 도입된 결과물인데, 정작 그 안에서 장애인의 목소리는 없다. 24시간 운영제를 원칙으로 합의해 놓고서 마음대로 운행 중단 시간을 정하기도 했다. 군이 교통약자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관객으로 참석한 인권연대 숨 이구원 활동가는 “수도권은 투쟁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동권과 노동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활성화된 것처럼 보인다. 청주나 옥천 등 소지역은 서울과 비교하면 한참 열악하다. 지역 간 불균형을 줄일 수 없는가”라며 답답한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에 박경석 대표는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법안이 올라가 있다. 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 간 특별교통수단 차별 해소 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11월 국회에서 다루려고 하고 있다. 물론 법이 제정된다고 저절로 나아지는 건 아니다. 함께 힘을 실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으로도 내려가서 투쟁을 위해 함께 연대하겠다. 그 주변의 지역들도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용섭 회장도 “강원도지사님과 24일에 이동권 선언을 하기로 했다. 내용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동권 선언과 탈시설 선언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이걸 빌미로 타 지역이 같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나서서 연대하지 않으면 이동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편,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박경석 대표는 관객과의 대화 이후 ‘탈시설 전가’를 열창하며 투쟁의 열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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