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죽었니?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 보기
웅이는 자동차 사고를 당해서 입원하고 병원에 있는 밤나무 근처에서 도로에 튀어나온 고라니가 차에
치이는 모습을 봅니다. 그 순간, 웅이는 고라니의 아픔을 함께 느끼면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 이상한 공간으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은
자신이 왜 길에서 죽었는지 차례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라니에 이어 만난 맹꽁이들은 인생의 반쪽을 만나러 가다 차에 깔려 죽었습니다. 공원에
살던 비둘기는 찻길에서 나비를 살펴보다가 자동차에 치여 죽었고요. 호랑나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을 낳은 곳을 찾다가 차에 치여서 죽었습니다.
오소리는 자동차가 다닐 길을 만드는 굴착기 공사에 새끼들을 다 잃고 자기도 죽었습니다. 다람쥐는 할머니가 심은 밤나무를 찾아가다 차에 치여서
죽었습니다. 또 뱀은 몸을 녹이러 찻길로 가다 자전거에 깔려서 죽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웅이는 그들이 죽은 장소가, 도로를 만들기 전에
밤나무가 있던 자리 근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길 위에서 죽은 동물들은 시간이 멈춘 곳을 벗어나서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슬픔이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길 위의 죽음, 로드킬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길 위에
죽어 있는 동물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야생 동물 교통사고를 의미하는 로드킬(Road kill)은 고속도로에서만 한 해 평균 2000건
이상, 하루 평균 6건이나 일어납니다. 왜 그렇게 많은 동물들은 길에서 죽음을 맞게 된 걸까요? 우리나라는 도로의 비중이 큰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도로는 다 합쳐서 10만km가 넘는데, 세계적으로 도로율이 가장 높습니다. 그만큼 전국토는 도로로 갈래갈래 나뉘어져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현재 한반도에 생존하는 야생동물들은 필연적으로 도로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차가 다니는 길에 동물들이
뛰어들어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찻길로 다니지 말라고 하는 웅이에게 고라니가 말해 주듯이, 발굽보다 작은 돌멩이들이 고라니의
몸집보다 더 큰 바위였을 시절부터 동물들은 그곳에 살았고 그 길을 다녔을 겁니다. 동물이 도로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자동차로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조각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