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92) 관우의 위기(하편)
"우리 주공께서 손유 연합을 위해 그 어떤 고난도 감수하시며 심혈을 기울였고, 수 많은 군사들까지 잃었소. 그러나 지금 관 장군은 사적인 정 때문에 조조를 살려줬다 했소! 피 흘리며 쓰러져 간 우리 강동의 병사들은 어찌되는 겁니까? 이게, 무슨 죄에 해당하는 겁니까?"
노숙의 말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유비는 고개를 수그리고 말이 없었다.
당사자인 관우는 말 할 것도 없고, 공명은 물론, 장비도 노숙의 격앙된 추궁에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노숙을 쳐다 보지도 못하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잠시 적막이 흐른 뒤에,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공명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서릿발 처럼 차고, 날카로웠다.
"마속! 지금 당장 군령장을 내와라!"
곧이어 마속이 관우가 쓴 군령장을 공명에게 건넸다.
공명이 군령장을 펼쳐들고 관우를 향한다.
"관장군! 이게 누가 쓴 군령장이오?"
"내가 썼소."
이미 각오를 다진 관우는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공명의 반문이 즉각 이어졌다.
"군령장 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조조는 승상을 가장한 역적으로,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모자라는 판에, 군령을 받은 몸이 어찌 사사로이 그를 풀어 준단 말이오! 강동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도 용납 못하오! "
공명은 관우를 향해 서릿발 같은 추궁을 하면서, 노숙에게 들으라는 듯이 손짓까지 해보이며 얼굴이 상기되어 외치듯이 말하였다.
그리고 병사를 부른다.
"여봐라!"
"옛!"
"관우를 끌고 가서 참하라!"
"옛!"
병사들 서 넛이 달려들어 왔다.
"잠깐!"
장비가 관우에게 달려드는 군사를 향해, 손을 들어 제지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공명에게,
"군사! 정말 참하겠다는거요?"
하고, 따지듯이 캐물었다.
공명이 창백한 얼굴로 장비를 향해 돌아서며 입을 연다.
"군법이... 우선이요."
공명은 이렇게 말한 뒤에 다시 병사들을 향하여,
"끌고 가서 참하라!"
하고, 재차 명령하였다.
"옛!"
병사들이 다시, 묵묵부답으로 눈을 감고 있는 관우를 끌고 가려고 덤벼들었다.
"멈춰라!"
장비가 순간, 요도를 뽑아들며 관우를 끌고 가려는 군사들을 제지하였다.
그러자 장비의 그런 모습을 본 공명이 소리쳤다.
"장 장군! 주공도 계시고, 여기 자경도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요!"
공명은 특히 노숙을 향하여 손짓까지 해보이며 말하자, 장비의 칼 끝이 순간, 공명을 향한다.
"공명! 용서하시오! 군사의 권한을 넘는 행위요. 이 분이 누군지 아시오? 내 형님 관우요! 우리 삼형제는 도원결의로 생사를 맹세한 사이오. 그러니 관우 형님을 참하겠다면, 내가 가만히 있질 않겠소!"
"무엄하다!"
이제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이 모든 것을 지켜만 보던 유비가 비로서 말문을 열었는데, 그것은 장비를 크게 나무라는 소리였다.
유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장중으로 나왔다.
그리고 대뜸 장비의 칼을 나꿔채었다.
"엇 , 큰형님! ..."
칼을 빼앗긴 장비가 당황해 하자, 유비가 입을 연다.
"셋째, 공명을 군사로 모신 이상, 군중 상황은 군사 소관이야, 군사께 불경하는 것은 나에 대한 불경이야!"
유비는 이렇게 말을 하며, 장비로 부터 빼앗은 칼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장비가 안타까운 소리를 한다.
"형님! 큰형님! 그렇다고 관우형을 참할 수는 없지 않소!"
이런 모습을 본 노숙은 뒷짐을 지고 돌아선다.
그와 동시에 유비는 공명을 향하여 돌아선다.
그리고 공명을 향해 예를 표해 보이면서,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선생! 셋째가 성미가 더러우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오. 운장이 군율을 따르지 않았으니, 군법으로 다스려야 하오. 모든 건 선생이 결정하시오!"
유비는 공명의 명에 따르겠다는 표시로 머리를 숙여 보였다.
유비가 공명에게 머리를 숙이자, 장비의 허망한 소리가 나온다.
"저, 형님!..."
그러자 지금까지 이런 풍파의 한 가운데 있었던 관우가 입을 연다.
"셋째! 물러가라!...내가 군령을 어겼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장비는 관우의 말을 막아서며,
"아니오! 아냐!... 형님, 큰형님!"
하고, 말을 하면서 유비의 소매 자락을 부여 잡으며 꿇어 앉았다.
그리고,
"형님! 운장 형을 죽이지 마시오, 엉? 제발 , 살려 주십시오! 예?..."
장비는 유비의 옷 자락 까지 부여 잡으며 울면서 애원하였다.
유비가 털석 장비 앞으로 꿇어 앉았다.
그러자 이 모습을 본 관우도 털썩 꿇어 앉은 것이었다.
그러나 유비의 말은 냉철하였다.
"셋째, 군중에서는 군법이 하늘 같은 것이야, 둘째가 군령을 어겼으니, 그 누구도 처벌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 삼형제가 도원 결의를 하면서, 한 날 한 시에 죽기로 맹세 했으니... 둘째가 죽으면, 나도 역시 혼자 살아남지 않겠다!"
유비는 장비를 부여 잡고,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장비는 계속 흐느껴 울고, 눈물을 흘리는 유비의 말이 이어진다.
"큰 형의 몸으로 내가 먼저 가야 한다!"
유비는 바닥에 떨어뜨린 장비의 칼을 주워들고, 그의 목으로 가져갔다.
"어, 엇? "
깜짝 놀란 관우가 유비에게 덤벼들어 그의 팔을 잡았다.
그것은 장비도 마찬가지로 재빨리 유비의 칼을 잡으며 말렸다.
그리고 세 형제는 한덩어리가 되어 울부짖었다.
"형님! 이러지 마십시요. 형님께 송구스럽습니다. 저 자신 군법을 어겼으니, 용서가 안됩니다. 군법에... 따르겠습니다."
하는, 관우의 말이 터져나왔다.
장비는 계속하여 울며 호소한다.
"형님?! 큰형님! 둘째 형님을 살려주시오, 예?..."
관우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후회는 없습니다. 형님! 내세에 형제로 다시 만납시다!"
관우가 병사에게 끌려 가려고 일어서려자, 유비가 두 사람의 손을 끌어 잡는다.
"그래! 내세에도 우린 형제로 만나자!"
이렇게 세 형제는 서로를 부여잡고 오열하고 위로하며, 서로의 손을 굳세게 붙잡고 있었다.
이런 삼형제의 눈물겨운 모습을 공명은 뒤로 돌아서서 차마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숙은 이런 상황을 눈앞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 순간, 노숙이 격앙된 큰 소리로,
"유 황숙! "
하고, 불러놓고 나서,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서 한다.
"황숙같은 귀하신 몸으로 이러시면 안됩니다. 조조가 살아 있으니, 조만간 다시 올 것입니다. 황숙께선 황실의 종친이시고 사직의 중추이시니, 이렇게 떠나시면 오후께서 누구와 함께 조조를 멸하고 한실을 부흥시키겠습니까?"
유비가 노숙의 말을 듣고 칼을 잡은 손에 다시 힘을 줬다. 그러자 장비가 유비의 손을 억세게 잡으며,
"형님!..."
하고, 외쳤다.
유비가 결심어린 소리를 한다.
"자경! 말리지 마시오. 군사가 운장을 참하면, 나도 죽을 것이오. 말리려면 군사나 말리시오. 우리 삼형제의 생사는 오직 당신에게 달렸소!"
사실 ... 지금까지 공명은 관우를 용서하겠다는 소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유비는 노숙을 매개로 공명의 명을 스스로 거두게 하고 싶었다.
노숙이 공명을 향해 머리를 수그리며 말한다.
"공명 선생! 관장군이 군령을 어겼으나, 이는 오로지 조조의 은혜를 갚은 것에 불과할 뿐이니, 사람이 목석도 아닌 데, 정이 없을 수 있겠소... 훗날, 공을 세워 이를 갚을 수 있도록 하고, 이번 한 번만 용서를 해주시오."
공명이 노숙의 말을 듣고 큰 한숨을 내쉬며 노숙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어서,
"자경 형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고집을 계속 부린다면, 저만 몹쓸 사람이 되겠지요."
하고, 말하면서 부등켜 안고 있는 세 사람 앞으로 다가 가서 유비를 일으켜 세운다.
"형님, 일어나세요."
장비가 말하였고, 이어서 눈물을 흘리던 관우도,
"형님!"
하고, 유비를 부추켜 일어선다. 공명이 이어서 명한다.
"마속! 그대는 군령책을 가져다가 관우의 이번 과오를 기록 하고, 훗날 공을 세워 상쇄토록 하라. 또 항명한다면 벌은 배가 될거요."
공명은 마속과 관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마속은 즉각 대답하였고, 관우는 안도의 큰 한숨을 내쉬었다.
공명이 자조섞인 독백을 하듯이 말한다.
"이, 제갈양이 무능한 탓이니 .... 관장군에게 화용도를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조조가 살았으니, 전쟁은 계속될 게 아닌가 말야..."
하고, 말을 하고서, 총총히 장중을 떠나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유비가 결연한 어조로 말한다.
"운장! 익덕! 자경 선생께 감사드려라!"
하고, 말하면서 먼저 노숙을 향해 두 손을 마주 올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은혜에 감사드리겠소!"
관우도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올려 노숙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비도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삼형제가 자경 선생께 절을 올리겠소. 크나 큰 은혜에 감사드리오."
유비가 이렇게 말하며 절을 하자, 관우와 장비도 유비를 따라 노숙에게 깊이 머리숙여 절을 하였다.
"하!..."
유비를 비롯해 관우와 장비로부터 절을 받게 된 노숙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망설망설 하다가, 급기야는 본인 자신도 이들 삼형제에게 맞절로 반 절을 해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