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두잔 , 세잔 , 네잔 , 에서 한병 , 두병 , 세병 , 네병 으로 늘어난 술병;
술자리가 계속 무르익어 갈때쯤.. 내가 입을 열었다..
샤벳 : 사실 말이야... 나.. 그 대구넘한테 프로포즈 받았어..
친구들 : 우와..진짜야? ㅊㅋㅊㅋㅊㅋㅊㅋㅊㅋ
샤벳 : 같이 결혼해서 유학가자고 해..
친구들 : 잘됐네. 그럼 결혼해서 유학가면 되지.무슨 고민이야.
샤벳 : 그런데 나아... 나... 갈수가 없어.........흐흐흐흑..흐흑...흑..
술에 취해서 그랬는지.. 감정이 너무 복받쳐 오른 나는.. 그자리에 엎어져..
흐느껴 울고 말았다..
송충이 : 왜? 부모님들이 반대하는거니?
친구 1 : 진정하고 말좀해봐.. 넌 가고 싶은거야?
친구 2 : 샤벳한테 무슨 사정이 생긴거 같은데..들어보자고.
샤벳 : 흑..흐흑.. 나.. 나.. 나.. 흐흐흑... 가고 싶어..따라가고 싶어..
흐흑.. 그넘 유학갈날.. 이제 한달도 안남았어..흐흑...
하지만 나.. 나... 흐흑..... 갈수가 없어.....흐흑........
이미 혀가 꼬일데로 꼬였는지.. 난 저런말을 계속 되풀이 하고
또 되풀이하며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이튿 날.. 눈을 떠보니... 내방이다.
오호 이런이런;; 내가 처음으로 술 취했는데도 집을 찾아왔네!
한창 기뻐하고 있는데 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와 꿀물을 내줬다.
동생 : 누나 , 이따 저녁에 아빠들어오면 혼났다.
샤벳 : 왜?
동생 : 술 취해서 친구들한테 새벽에 업혀 들어왔는데 몰라?
샤벳 : 내가 찾아온게 아니고?
동생 : 누나, 아빠 옷 위에다가 토했어. 난 몰라;
허헉! 아빠 옷에다가 오바이트까지....죽었꾸나...T-T
꿀물을 마시고 시계를 쳐다보니 오후 12시..
헛! 맞다. 1시에 그넘온다고 했지..
대충 씻고 서울역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니 마침 출구에서 그넘이 나왔다.
숨을 헐떡이며 그넘에게 다가가니 그넘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손을 잡고 걸어간다..
이상하다. 이렇게 꾸질꾸질하게 나왔는데 한소리 했을껀데..
이넘이 어디가 아픈가? -_-;;
고개를 들어 그넘을 쳐다봤지만.. 그넘은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
조용한 한 카페로 들어가 우린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고...
난 코코아.. 그넘은 콜라를 시키고... 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잔을 반쯤 비웠을때쯤... 그넘이 입을 열었다..
그넘 : 유학..같이 가 줄꺼지?
질문에 난.. 대답을 바로 해줄 수 없었다..
그넘이 받는 상처.. 또 내가 받는 상처...
오랜만에 만나는데..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평소와 다르지 않게 똑같이 대해야 하고 똑같은 음성으로..
말을 해줘야 할텐데...
자꾸 목이 메여.. 입을 열면 주먹만한 눈물이 뚝 떨어질 껏만 같았다..
시간을 끌면 안된다.. 침착하자..
조용히 그동안 생각했던데로 말을 하기로 했다..
샤벳 : 우리... 헤어지자...
쨍그랑~!
그넘의 손에서 유리잔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그넘 :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샤벳 : 헤어지자고...
그넘 : 어째서? 도대체 무엇때문에! 내가 결혼하자고 해서?
같이 유학가자고 해서? 말을 해봐 . 왜!
샤벳 : 생각해보니..우린 안맞는거 같애..
언제나 내가 이해해야하고.. 항상 일 벌리는건 너고..
그걸 수습하는사람은 나고..나 이제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너와 결혼하면 행복할꺼 같지 않아..
잘됐네.. 유학간다더니..가서 마음정리 하고 새롭게 공부 시작하도록 해..
그넘 : 아하.. 그런거였군.. 나쁜가쑤나..
그넘은 내 얼굴에 물을 끼얹고..... 카페를 혼자 빠져나갔다...
그넘앞에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독한 마음으로 매정하게 말을 했건만..
화를 내고 나가는 그넘의 뒷모습을 보고선 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한건 아니였는데..
내가 어쩌자고 저렇게 매정하게 말했는지........
사실 가지말라고 붙잡고 싶었는데.. 가지말라고....이 나쁜넘아.......
눈물을 흘리며 나는 그넘한테 사귀자고 고백을 받았던 한강 고수부지로..향했다...
다정하게 거닐고 있는 커플들을 바라보며..눈물을 흘렸다..
저럴때가 있었는데..아니 저 커플들보다 나도 더 행복했던 적이 있었는데..
멋진 불꽃 아래서 고백을 받았었는데...
핑그르르... 눈물이 계속 나왔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5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어둑어둑해 지고..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이미 8시가 넘은 상태였다..
얼마나 징하게 울었는지...눈물이 뺨에 쫄아서 얼굴이 다 땡겼다.
그래 잊는거야.. 잊자..다시 한번 다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자마자 침대위에 그대로 쓰러진 나...그렇게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라도 그넘과 즐겁게 데이트를 해야지.... 중얼거리며...
한참 달게 자고 있을때.. 갑자기 동생이 깨운다..
샤벳 : 아씨 왜~! 누나 피곤해.
동생 : 누나 전화왔어 얼른 받아봐..!
샤벳 : 지금 아무전화도 받고 싶지 않아. 저리로 좀 가봐!
동생 : 누나 빨리 바꾸래.어떤 아저씨가.
동생의 성화에 난 전화를 받았다.
샤벳 : 여보세요?
아버님: 샤벳아. 지금 여기 병원인데 얼른 대구좀 내려와야겠다.
샤벳 : 아버님? 무슨일이신데요?
아버님: 얼른 이것아!
다급한 목소리의 그넘의 아버님의 전화...
새벽에 무슨일이길래... ?
*29 ( 진달래꽃 )
샤벳 : 아버님, 이 새벽에 차도 없는데 어떻게 대구를..무슨일 있나요?
아버님: 우선 내려오거라.
샤벳 : 네?
아버님: 얼른 내려오라고!!!!! 니가 와야 울 아들 산다!!
찰칵..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무조건 내려오라는 아버님말씀..
그러나 이 새벽녘에 어떻게 대구로 가란 말인가..
버스 끊겼지.. 기차 끊겼지.. 비행기 당근히 표 없지..
오늘 아버지 차 끌고 나가서 아직 안 돌아왔지-_-;
아버지 핸드폰 받지도 않지..
자 걸어갈까? 걸어가면 며칠 걸릴까? -_-;
허둥지둥대고 있을때.. 핸드폰이 울렸다.
샤벳 : 여보세요?
친구 : 저 샤벳씨죠?
샤벳 : 누구신지?
친구 : 저 그넘 친구인데요..어디십니까?
샤벳 : 아 오랜만이네요. 어디긴요. 집이죠. 그런데 그넘한테 무슨일 생겼나요?
아버님이 자초지종도 설명 안하시고 그냥 무조건 내려오라고 하셔서..
친구 : 헐..아직 집이십니까? 지금 그넘 손목긋고 자살기도 했다가..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샤벳 : 뭐라고요?
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은경이 일때문에 내가 따지고 들었을때.. 그때 그넘, 친구들과 쑈해서..
손목긋는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아버님까지 동원해서 날 속이려 드는것 같아..
의심쩍어서 되물었다.
샤벳 : 진짜에요? 저번같이 거짓말 하는거 아니겠죠?
그넘 : 그넘 아부지 목소리가 그렇게 태평하게 들리던가요!
샤벳 : 아..아녀.. 미안해요. 그넘 지금 어떤데요?
그넘 : 다행히 생명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던데.. 그넘이 워낙 마음이 약해서..
살짝 그었나보더군요.. 지금 쇼크를 크게 받았는지 아직 의식은..
샤벳씨가 오셔야겠네요.. 여기가 어디병원이냐면요...
샤벳 : 아녀.. 됐어요.. 나중에.. 그넘 상태 어떤지.. 전화로 알려주세요...
그넘 : 오시지 않겠다는겁니까?
샤벳 : 네..
그넘 : 참으로 매정하시네요~ 애인이 죽다 살아났는데.. 어떻게든 뛰어올 생각은
안하고... 걱정도 하지 않타니...뭡니까?
샤벳 : 저는 더이상 그넘의 애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넘..그정도로 죽을..
나약한 애 아니에요.. 그럼 이만.
그냥 끊어버렸다...
자살기도라니... 손목을 그을만큼.. 죽으려고 했을만큼..
그렇게 나에 대한 집착이 컸던 것인지.. 온몸에 소름이 쫘악 끼치는게..
왠지 모를 죄책감에 휩싸여..한동안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못했다..
사랑은 구걸하는것이 아니고.. 용기로 얻는것..
지금 너가 한 짓거린.. 구걸을 떠나서..너무 구차하게 보이는데...
강한줄 알았더니... 너역시 사랑에 미친..바보로구나..
눈물만 뚝뚝..
그날 쏟아진 나의 눈물들은..시내를 이루고..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어..
그넘에 대한 실망감과 죄책감을 싣고 흘러내려갔다..
어느덧.. 아침은 다가왔고...
오늘따라 왜 이리 햇빛이 저주스러울정도로 따뜻한건지...
청소를 했다..
가만히 있으면 머리가 터져서 빈공간속으로 흩어져 버릴꺼 같았다.
찬장문을 죄다 열어 젖히고.. 밥그릇,물컵.. 손님접대용인 이쁜 접시까지..
포크고 나이프고..수저..젓가락...다 꺼내서 닦고 또닦고...
결벽증 걸린 환자마냥...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닦은그릇 또 닦고..또 닦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 바닥을 쓸고 닦고.. 장롱에 있는 이불까지 다 꺼내서..
욕조에 담아 발로 밟고 손으로 빨고... 녹초가 되어 아무생각도 하지 못할때까지..
죽도록 빨아댔다..
동생 : 누나, 왜 그래?
샤벳 : 왜 그러긴; 청소하지..
동생 : 누나 너무 오래하는데.. 병나겠다. 아침부터 청소했잖아..
지금 저녁먹을시간 다 되가는데...
샤벳 : 우리 오랜만에 외식하러 나갈까?
동생 : 진짜?
샤벳 : 뭐 먹고 싶어?
동생 : 나 스파게티~!
샤벳 : 응 그래.^^ 얼른 옷입어.먹으러 가자.
동생 : 헤헷!
그넘도 스파게티 참 좋아했는데...
백일날 스파게티 먹으며..짤짤이 하던 생각이 나면서 눈시울이 다시 붉어졋다.
쫄래 쫄래 동생의 손을 잡고... 스파게티전문점으로 향했다..
난 해물스파게티를 시키고.. 동생은 오븐치즈스파게티를 시켰다..
오랜만의 외식(?)이라 그런지..동생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눈치였고..
나도 이런 여유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어서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다..
샤벳: 맛있어?
동생: 응.^^ 근데 누난 왜케 안먹어?
샤벳: 아까 청소를 너무 열심히 했더니만 피곤하네. 그래서 입맛이 없어.
동생: 누나 무슨 고민있어?
샤벳: 고민은 무슨..얼른 먹기나해..;
동생: 근데 누나..
샤벳: 응?
동생: 요즘 왜 그 잘생긴 형아 안와?
샤벳: 어?
동생: 나 그 형아 보고싶어.
샤벳: 으응. 요즘 많이 바쁘데..
동생: 쳇..
마음이 아펐다...
그넘 누나한테 차여서..-_-; 병원에 입원해 있어! 라고 말할수도 없고.
참 암담했다..
속이 타서 계속 물만 3잔....연거푸 들이마셨다..
동생: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샤벳: 왜?
동생: 헤어지고 사귀는걸..너무 쉽게 하는거 같아.
샤벳: 풉.. 니가 멀 안다고.어린게.
동생: 왜에! 나 안어려! 나 지금 여자친구도 있어!!
샤벳: 뭐? -_-;;
동생: 내 짝꿍인데.. 울반에서 최고 이쁘고! 발표도 잘하고 똑똑하다!
샤벳: 어,좋겠꾸나;
동생: 누나보다 더 이뻐.
샤벳: 어-_-;; 하하하하하하하하;; 그..그러니?
동생: 나는 수정이랑 결혼할꺼야!
샤벳: 언제?
동생: 학교 졸업하자마자!
샤벳: 무슨학교?
동생: 누난 바보야?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한다고!!!
샤벳: 컥-_-;;;
울집이 좀 조숙한 집안이다-_-; 울엄마 22살에 결혼하셨다.
내 동생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한댄다.T-T;;
하지만 동생의 말을 듣고보니.. 저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훌쩍 지나버린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이 씁쓸했다..
아무생각없이.. 오로지 사랑하나만으로 철썩같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마음..
이 마음을 가지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몇이나 될까?
나와 그넘과의 사랑을 다시한번 정리했다..
그동안 그넘과 숫하게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커플링....
내손안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잠들고 있는 커플링을 빼내어.. 허공을 가리키고
반지안으로 하늘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작은 원안으로 보는... 밤 하늘의 풍경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고...
서로서로에게 속삭이는 모습들이 다정해보였다..
' 니가 너무 그리워... '
나도모르게 나온 말....
죽은 사람도 그리워서 그토록 힘들어 하는데..
산사람을 잊고 어찌 평생을 살아갈까...
그렇게..2주란 긴 시간이 흘렀다....
그넘의 친구한테 무사히 퇴원했다는...문자메세지를 받고..조용히 슬픔을 삭혔다..
나는 그넘의 소식이 너무나 듣고 싶었나보다..
문자 메세지 한통에..그넘이 건강히 잘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눈물을 쏟아낼줄은.....
그넘이 퇴원을 하고 난 4일후 이른아침에.... 전화가 울렸다..
그넘의 번호였다... 하지만 난 받질 않았다..
아니 받기가 너무 두려웠다...
그렇게 몇번의 전화벨이 울린후.. 조금있으니 메세지가 들어왔다란..
알림벨이 울렸다.. 음성메세지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음성메세지를 들어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샤벳아..내다.. 전화안받네.. 마지막으로 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안카나.. 나 오늘 한국떠나.. 지금 공항앞이야..건강하고..잘지내라.
내 너한테 노래 한개 불러주고 싶다..못부른다고 듣다가 끊지말거래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면~ 워우워~
다시 올 수 없는 길이라면~~~ 워우워~
돌아보지 말고 떠나.. 행복했던 추억들은.. 내가 간직 할테니...
......
............
........................
사랑한다.. "
임창정의 진달래꽃...
그넘은 노래로 자신의 마지막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정말로 나를 사랑하나 보다..
그렇게.. 그는.. 멀리 한국을 떠났다...
나만 남겨놓고.....
*30 ( 안녕... ) (완결)
무엇인가 모르겠다... 그냥 막연히 그립다..
숨이 탁 막혀오고 가슴을 서서히 조여오는게...
힘들다.. 그립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힘든건지..알면 답답하지나 않지..
무엇일까..
사랑하는이에 대한 그리움.. 그냥 만약 그리운것일까?
아니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뭘까.. 뭐지?
" 헉 "
눈을 떠보니..아침이다...
온몸에 땀이 흥건이 젖어 축축했다..
악몽을 꾼거같다.. 머리가 깨질듯 아퍼오는걸 보아하니...
멍하니 앉아서.. 창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서글픈 미련만을 남기고 간 그넘을 생각하며...
원망반... 미움반... 그리움반....으로 그넘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봤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운의 여주인공..
얘술리를 오랫동안 사랑해 왔지만..끝내는 거부를 당하는.. 스칼렛 오하라...
사랑에 목마른 그녀가 되어버린거 같다...
동생 : 누나 이거 마셔..
샤벳 : 어 고마워...
동생 : 누나 어디아퍼? 땀 많이 난다..
샤벳 : 하하..방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봐.^^: 쥬스 고맙다.
꼭 카페에 가면.. 리필이 될 수 있는 커피를 마시라며..
쥬스를 못마시게 하는 그넘...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심하게 아퍼오는 체질인데... 그래도 그넘앞에선
내색하지 않고 억지로 참고 먹어온게.. 서른잔이 넘어간다..
그러다보니 중독이 되었나보다..
그렇게 좋아하던 오렌지 쥬스보다..모닝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진하게 블랙커피를 한잔 타서.. 내 방으로 다시 돌아와 작은 미니앨범을 꺼냈다.
그넘과 여행가서 찍은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이제는 사진속에서만 봐야할 얼굴... 눈물로 그를 지워버려야 한다니.....
핸드폰을 꺼냈다...
그넘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그넘이 남긴 음성메세지를 다시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누워있어도... 청소를 해도... 노래를 불러도.... ..
가만히 창문만 바라보고 있어도 눈물이 뚝.. 뚝... 고인다...
이제는 정말.. 이별이라는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니,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언제나 그넘이 내 옆에 있을꺼라고 안심을 해왔던 나이기에.....
이별이란 단어를 잊고 살아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서울역으로 달려나가면 손을 흔들고 나에게 뛰어와줄껏만 같다.
혹시라도 그넘에게 전화가 올까봐.. 핸드폰을 꺼놓치 않았지만...
..... .... ............... ......
다시 만나고..다시 느끼고.. 다시 그 흔적을 기억하고 싶었던 앞으로의 시간들..
이제는 모든게 여린 비누방울처럼 톡톡 터져서..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그넘을 보내고 난지 2주가 흘렀고...
난 계속 생활패턴을 잡지 못한채 방황했다..
술에 찌들려... 일도 안하고.. 공부도 때려치고...
눈밑에 시커먼게 올라올정도로 알코올에 중독되어 살았다..
친구1 : 야, 너 미쳤어? 안하던짓을해. 니 지금 얼굴이 말이 아냐.
친구2 : 그래.. 세상에 남자가 그넘 하나 뿐이니.내가 더 좋은애 소개해줄께.
송충이 : 정신차려..이것아!!! 이제 그넘은 없어..
누구도 니 결정에 간섭하지도 않았고, 결정한걸 그대로 행동으로
실행한건 너야. 니가 후회없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너의 이런모습 실망이다.
절친한 친구의 실망어린 목소리에.. 난 더 한없이 무너져만 갔었다..
하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도.. 더이상은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란걸
깨닫고... 병원에 다니면서.. 신경치료를 받고 원기회복(?)을 위해-_-;
보약도 먹어가며 이를 악물고 생활했다.
그래.. 그넘은 이미 떠났어..
나는 내 선택에 후회하거나 슬퍼해선 안돼... 니가 자초한 일이잖아..
그리고 그넘은 또 얼마나 힘들겠니...
나의 그동안의 방황에 자책을 하며 반성하는 의미로 각서를 쓰기로 했다.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떠오르는데로 하얀 백지위에 긁적이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한강으로 향했다.
맨 처음 그넘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던 곳...
손에는 곱게 접은 각서 한장을 꾹 쥐고... 눈가엔 눈물이 주렁주렁 달린채로...
그넘과 찍은 사진들을 고이 담아논 미니앨범은 가슴에 품어서....
밤하늘 아래의 강물은 어쩜 그리 한없이 고우기만 하던지...
나의 기분을 알지도못하고 너무나 태평스럽게 보여지는 이 분위기가
너무나 슬펐다..
적당한곳에 자리를 잡고, 들고온 종이를 펼쳐서 소리내어 읽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낏흘낏 쳐다보아도... 상관없이 크게 읽었다...
" 나 샤벳은 지금 이시간부터 그넘을 잊을껏을 하늘과 땅에대고 맹세합니다.
그넘과의 사진도 버릴껏이며.. 그넘의 흔적이 남은 모든걸..다...흑....흐흑..
핸드폰번호도 바꾸고... 이제 커피도 다시는 안마시고...
머리도 내가 하고싶은데로 염색도 하고... 놀이공원가서 바이킹도 실컷타고..
흐흐흐흐흑..........흐흐흑.. 그넘을 잊고..흐흑..
새남자 만나서..흐흑..흐흑.. 정말 보란듯이 살껏을..흐흑...흐흑..
맹세합..흐흐흐흐흐흑..흐흑........ "
정말 악을 써대가며.. 목이 쉴 정도로..크게 읽었다..
그넘의 사진도 찢어가며... 모든걸 정리하기로 다짐하고 왔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건지...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눈물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사진 찢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미니앨범 가득 담겨져 있던 사진들은 조각조각이 나서..
물따라..멀리 흘러갔다... 나의 타는마음을 태우고...
여자 : 나보다 그애가 글케 이뻤냐?
남자 : 오해라니까 그러네. 아니야 정말 그게.
여자 : 관두자 그만두자고! 끝내!
샤벳 : 야, 니네 있을때 잘해.암껏도 아닌일로 싸우고 헤어지지말고! 콱!
티격태격하고 있는 커플을 발견하고 화를냈다 -_-;
염장지르나.옆에서 내가 사진 찢는거 다 보고선..
시간은 흘러흘러흘러서...그넘이 유학가있는동안 한국에는 겨울이 지났고..
봄을 맞이해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 향긋한 꽃내음으로..
천지를 뒤덮고 있을 무렵.. 새 직장을 구해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을때..
나는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핑크빛 종이에 " I Love You " 라고 달랑 한문장만 적혀 있는....
봉투안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뭔가를 발견하고.. 주워 들은 나는
더욱 당혹스러워졌다.. 그넘과 나의 커플링이였다....
이제는 그넘도 나를 잊으려고 했나보다... 반지를 보내온거 보니...
잘됐어.. 정말로... 이제는 그넘도 더이상 힘들어 하지 않게되서..다행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또 눈물이 나오는거지?
나는 반지를 계속 간직하고 있었는데... 휴..
버리긴 아까워..금은방에 팔아버릴까;; 란 생각도 했지만..
차마 그럴수가 없어서.. 작은 상자에 넣어 더는 풀어보지 못하게...
마당에 묻어버렸다...
그러나 묻은지 이틀만에 봄비가 내리고.. 마당이 질퍽해진걸 본 나는
정신없이 뛰어나가 손으로 땅을파 반지를 꺼내 한참이나 울었다..
편지 한통 이외엔..그넘에겐 전화도.. 메일도... 받아보지 못했고...
나도 서서히 그넘의 생각을 정리해갈 무렵...
전에.. 호프집에서 나한테 막말을 했었던..그넘의 친구란넘이 전화를 걸어왔다.
샤벳 : 여보세요?
친구 : 저어.. 안녕하세요.. 혹시 샤벳씨?
샤벳 : 네 그런데요.누구시죠?
친구 : 저 그넘 친구인데요... 예전에 술집에서 한번 뵈었었죠.
샤벳 : 아 네..
친구 : 전화 번호 바꾸셨으면 어떻하나..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바꾸셨네요.
샤벳 : ....
친구 : 샤벳씨.. 놀라지 말고 잘 들으세요..
샤벳 : 네?
친구 : 그넘.... 그넘이 말이죠.. 휴...
샤벳 : 왜그래요. 무슨일 있어요?
친구 : 죽었습니다....
샤벳 : 하하.. 장난도.. 기껏 오랜만에 연락을 한다는게..
또 거짓말이나 치려고.. 전화하신거에요? 끊을게요.
친구 : 진짭니더~ 제가 이런거 가지고 장난치겠습니까?
외국에서 샤벳씨때문에 많이 힘들어해서.. 그넘 공부 하나도 안하고
맨날 술에 취해서 저한테 전화 걸고 많이 울었습니다.
샤벳 : ..............
친구 : 새벽쯤에.. 술을 많이 마셔서 취기가 올라 돌아다니다가...
차사고가 났다고 하더군요...이송도중에 숨을 거두었답니다..
찰칵.. 전화를 끊고 바로 그넘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또 전화를 걸어도..
아닐꺼야..아니야..아니야.. 설마 .. 그넘이..
죽음이라니.. 유학간지 1년도 안되었는데....
나때문에 죽은거란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
심한 죄책감이 든 나는 너무나 괴로웠고....이 사실을 받아드리고 싶지 않아
모든걸 부정을 해보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넘의 친구의 도움으로.. 장례식 마지막날에 참석을 할 수 있었고..
이미 외국에서 작은 장례식을 치뤄서.. 한국에는 유골가루만 가져와..
바다에 뿌리는 의식을 지켜봤다..
어머님: 야 이년아.. 여기가 어디라고 와! 응!
아버님: 진정하시구려.. 이렇게 화낸다고 그노마가 살아 돌아오나?
샤벳 : 흐..흐흑.... 흐흑..
어머님: 내아들 살려내라..이것아!!!!!
샤벳 : 흐흑...흑.....
그넘의 어머님..그리고 친척들...
나를 보면서.. 그넘을 죽게 만든년이라고..손가락질을 해댔다..
과연 진짜 내가 그넘을 죽게 만든 장본인인걸까?
그냥 차사고였는걸.. 정말로.. 나땜에 그런거란말야?
너무나 괴로워 그저 흐느끼고 있을때...
나의 편이 되어준건 그넘의 아버지였다...
아버님: 당신 진정하라니까..어찌 그넘이 죽은걸 샤벳때문이라고 하는교.
다 그넘이 술 퍼먹고 못난짓을 하다가 그런거지..
샤벳아 많이 놀랬지....
샤벳 : 아버님...흐흐흑....흐흑..
아버님: 그넘 팔짜려니 하고 나도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일란다..
너도 너무 죄책감 가질필요 없다...
샤벳 : 흐흐흐흐흑..흐흑....
아버님: 그만울고..자..그넘 미련없이 멀리 갈 수 있도록..바다에 뿌려주려므나..
이게 그넘의...그넘의.... 유골....
막상 집으려고 하니까.. 손이 떨려왔다...
눈물범벅이로 머뭇머뭇 거리는 나의 손에..아버님이 직접 내 손에 유골가루를..
쥐어주셨고.... 나는 그것을 떨리는 손으로 바다에 뿌렸다...
속초바다를 유난히 좋아했었던 그넘...
' 난 나중에 죽으면 이 속초바다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
여행가서도 저말을 했었는데.. 이제 만족하니.....
자유롭게 어디든 흘러가 버려라... 내 생각 하지말고.....
바보같은 자식....
" 야 , 이 나쁜새끼야!!!!!!!! 내 맘 다 가져가 놓고.. 너 혼자 편해진다고..
먼저 가면 어떻해 이 나쁜넘아!!!!!!!!!!!!!!!!!!!!!!!
나도 아직 널 사랑한단 말야!!!!!!! 흐흐흐흐흑.. 보고 싶어 보고싶다고..."
그렇게 바다를 향해 악을 썼다..
그넘의 어머님을 껴안고 울면서.... 계속 흐느끼다 결국 나는 실신했다.
" 가쑤나~ 니 또 우나~ 맨날 질질짜면 어카노"
" 어디야.. 어딨는거야... "
" 고맙다.. 내 흘러흘러 세상구경하고 와서.. 니한테.. 자랑할꺼다~
밥 잘먹고.. 그때까지 건강하게 있으라 "
첫댓글 이렇게 슬픈결말일줄 몰랐네요.. 마냥 잼나게 봤었눈뎅~~ 안타깝다.... 잘 살게 해주징~~ 담판에는 기쁜 결말 기대할께요..
^ㅡ^ 그동안 사랑해줘서 감사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