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황제 편-1, 황제의 탄생
(사진설명: 황제릉의 일각)
중국 인문의 비조 황제
현대 전쟁에서 군사는 항법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머나먼 고대에 황제(黃帝)도 군사를 거느리고 싸움에 나가면서 당시 가장 선진적인, 방향 제시 도구인 지남차(指南車)를 사용했다.
황제는 또 중국 최초의 성곽인 탁록성(涿鹿城)을 세웠다. 성벽이 둘러서고 해자도 거느린 이런 도시는 그 후 5천년의 기나긴 세월 속에서 중국 도시의 표준적인 건축양식이 되었으며 중국문명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황제는 백 년 동안 군주로 있었고 수명은 2백살에 가까웠다고 전해진다. 황제가 교산(橋山)에서 황룡(黃龍)을 타고 승전했다고 해서 후에 사람들은 하늘로 올라간 황제를 기리고 그 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교산을 황산(黃山)이라 개명했다.
오늘은 중국 인문의 비조 황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1. 황제의 탄생
맑은 하늘에 밝은 달이 뜨고 청산이 검푸른 빛을 뿌리는 머나먼 5천년 전의 어느 날 꽃 향기 진동하는 저녁, 판천(阪泉)의 대지에는 고요가 흐르고 있었다. 이왕에는 이렇게 달 밝은 밤이면 유웅부락(有熊部落)의 남녀노소는 온천욕을 하고 나서 판천에 모여 달빛 아래 모닥불을 둘러싸고 춤 추고 노래 부르며 이 땅의 끝없는 어둠을 몰아낸 달빛을 맞이하군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사람들은 일찍부터 초가집에 들어가 풀을 깐 자리에 누워 산짐승 가죽을 덮고 잠에 빠졌다. 이 때 상단에 석편이 박힌 긴 막대기를 든 키 큰 남자가 초가집에서 나왔다. 검은 머리가 어깨까지 드리우고 귓불에 둥근 구리 귀걸이를 건 남자는 윗몸에는 곰 가죽을 걸치고 아래에는 역시 곰 가죽으로 만든 짧은 치마를 입었다.
머리를 들어 비스듬히 달빛을 바라보는 남자의 건장한 몸에서는 고동색의 밝은 빛이 반짝이고 짙은 눈썹 아래에서는 검은 눈망울이 빛을 뿌리며 높지 않은 콧마루 아래에는 윤곽이 뚜렷한 입술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젊고 잘 생긴 남자가 바로 유웅부락의 두령 공손헌원(公孫軒轅)이다.
하얀 달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밤은 고즈넉하기만 했다. 사색에 잠긴 헌원씨의 귓가에 며칠 전 들판에서 메아리쳤던 싸우는 소리, 외침소리,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여러 부락을 거느리고 신농(神農) 부락과 판천의 들판에서 싸우던 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두 차례의 싸움에서 두 부락은 모두 큰 사상자를 냈고 내일 아침 두 부락은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유웅부락의 사람들은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
“산아, 죽지마~”
갑자기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고요와 어둠을 깼다. 깜짝 놀란 헌원씨는 급한 발걸음으로 소리 나는 초가집을 향해 달려갔다. 나지막한 둔덕에 자리 잡은 부락의 초가집들 사이의 거리는 대여섯 걸음 정도여서 다른 초가집의 사람들도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절규에 애들은 울고 어른들은 분분히 집을 나와 산이네 집밖에 모여들었다. 초가집의 통곡은 흐느낌으로 변했고 이어 헌원씨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산이 하늘 나라로 갔다. 부락에 부상자가 아주 많다. 우리는 이제 더는 싸우면 안 된다.”
“그럼 우리 이제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요?”
서라는 이름의 젊은이가 물었다. 그 말에 헌원씨가 근엄하게 말했다.
“누가 도망간다고 했느냐? 내 말은 우리가 오늘 저녁에 달빛을 빌어 급습하면 내일 싸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 말에 모두들 흥분하며 동조했다.
“어차피 우리 모두 잠에서 깼으니 상대방이 준비 없을 때 공격을 들이댑시다.”
“오늘 저녁에 급습해서 신농부락의 무기를 모두 걷어 들이면 내일 싸울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
헌원씨의 말에 모두들 머리를 끄덕이며 맹수처럼 짐승 가죽을 두르고 헌원씨를 따라 나섰다.
달빛은 몽롱하고 대지는 창망했다. 유웅부락의 사람들은 헌원씨를 따라 신농부락의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사이에 그들이 집밖에 두었던 막대기와 활 등 모든 무기를 가져갔다.
“너희들의 무기가 사라졌으니 항복하라!”
신농부락의 사람들이 그 고함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니 눈앞에 맹수차림의 사람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놀라서 무기를 찾았으나 무기가 있을 리 없었다. 잠이 채 깨지도 못했고 무기도 없는 그들이 온갖 무기를 들고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유웅부락의 사람들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농부락의 두령인 열산씨(烈山氏)는 대세가 기운 것을 알고 소리쳤다.
“그만, 우리 항복하겠다.”
헌원씨가 머리에 썼던 곰의 가죽을 벗고 외쳤다.
“항복하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 사이 좋은 형제다.”
유웅부락과 신농부락간의 마지막 결전은 시작도 하지 않고 이렇게 끝나 버렸다. 승자가 왕이 된다. 염제(炎帝) 열산씨를 대체한 헌원씨가 황제로 추앙 받아 염황연맹(炎黃聯盟)의 새 두령이 된다. 그리고 두 부락은 점차 화족(華族)으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