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집 나서 길 위를 떠도는 것은 누구나 좋아하는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봄바람 난 사람들의 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지난 번에 무설재를 찾아드신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영관 스님을 뵙기 위해 길을 나서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를 거쳐
남쪽으로 향하면서 잠시 오수 휴게소를 들렸더니만 상춘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화장실 나래비 줄이 가관이다.
역시 봄에는 꽃 바람이 좋고 남녘을 화려하게 수놓던 벚꽃의 찬란한 손짓이 좋았겠구만
지금은 이미 다 떨어져버린 벚꽃들만 우리네를 반긴다만서도 그래도 좋더라.
민족의 영산 대한의 자부심 지리산을 배경으로 둔 화엄사 안내문을 만나면 벌써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진작이었다면 엄청난 벚꽃의 향연이 더욱 더 반가웠을 터이나 이나마 다행이다 싶은 벚꽃의 잔흔.
길을 나서면 끼니의 정찬, 한 끼의 정석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울 일이나 열린 안테나로 감각적으로 찾아낸 "예원
-061 782 9917- 한정식"
다른 것은 몰라도 적당히 짭조름 한 맛이 쥔장의 입맛에 딱이다.
그야말로 그동안 국내 절 집 앞에서 만나는 성찬의 행복은 별로 없었기에 숱하게 많은 반찬에 걱정하면서도
웬 횡재냐 싶게 웬만한 나물은 죄다 먹어치우고 배 부르다를 외치며 굿굿굿 환호성 일갈.
게다가 쥔장 뿐만 아니라 다들 만족을 하였는지라 반드시 무설재 카페에 올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기어이 무설재 카페 이름까지 알려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일본여행전문가 박인숙쌤의 친절에 탄복을 해야 할지 말지 싶도록
미처 명함을 챙겨가지 못한 쥔장의 아둔함도 넘치더라는 말씀.
가족 모두 합심하여 누구에게나 좋았더라는 말을 듣기까지 솔찮은 노력이 있었을 듯 하고 또한 아버지를 도와
웬만한 것은 스스로 이뤄가는 아들 쥔장의 넉넉한 인심도 아주 보기에 좋더라는.
드디어 구례 화엄사에 도착을 했고 긴말이 필요 없으나 하도 오랫만에 찾아드니 절집 역시 템플스테이가 횡행이고
새로 단장되는 부속들도 많더라...고찰은 영원한 고찰로 존재하기 어려운지라 현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화엄사의 국보 제 67호 각황전.
현존하는 목조건물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숙종임금이 이름을 지어 하사한 사액(賜額) 편액이 눈길을 끈다.
화엄사 원통전 앞의 사자탑은 여러 기단의 원석에 갓기둥과 버팀기둥이 없는 불단 형식으로
몸통은 네모난 기둥처럼 우뚝하게 길며 각 면에서는 사천왕상이 얇게 새겨져 있다.
그 많은 선방 스님들을 위해 제 몸을 헌신하였던 -실제로는 소 여물통이었다 할지라도- 밥 통 나무는 이제 뒷방 신세.
워낙 유명하였던 화엄사 홍매화도 제 역할을 끝낸 듯 새 잎을 올리지만 그래도 자태는 아름답다.
돌담과 어우러진 벚꽃 역시 흐드러짐의 미학을 발휘하는 듯 두 팔 벌려 모두를 끌어안는다.
반드시 구관이 명관 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엣 것의 체취가 좋더라는...그렇다고 낡음만이 전부는 아니니 새로움도 합세하여야 하고말고 다.
주시 스님의 기거처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 앞.
일단 몰래 엿보는 즐거움을 누려보는데 개인적으로는 문의 여닫이를 구명 안에 손을 넣어 조절하게끔 한 장치가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호사스런 다담이 되겟다.
워낙 할 일도 많고 해내야 할 일이 많은 화엄사 주지라는 소임. 와중에 더러는 일반불자들과 나누는 휴식의 다담도 필요할 듯 하나
사실은 각별히 시간을 내어 찻자리를 마련해 주신 셈이 되겠다.
깔끔하고 단정한 주시 영관 스님의 면모답게 그의 기거처 또한 군더더기 없는 차림새로 시선을 사로잡고
창문 너머 보이는 절경은 또 찾아든 이들의 시선을 강탈하며 압도한다.
여유롭게 한담을 나누며 아무 것도 부러워 할 것이 없었던 그 시간의 충만함을 어찌 다 말과 글로 표현하리오만은
복福 정淨 행行.... 내가 가진 것을 깨끗한 마음으로 조건없이 나누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요
그것이 또 부처님께서 늘상으로 행하신 것이라는 말슴과 더불어
자신이 모를 줄 안다면 이미 도를 닦은 것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씀을 끝으로 다담은 끝이 났다.
그리고 잠시 화엄사 산 내 암자 "구층암"을 들러 또 다른 다담을 시간을 갖는다.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첫댓글 어쩜 이리도 마력적인 표현이~~~
워낙 잘알려진 화엄사~를 다시한번 둘러본듯 하내요~
요즘 올려주시는 글에푹!!! 빠집니다~
다음도 기대!!!
ㅎㅎㅎㅎ 고맙습니다.
선그라스의 두 여인과 신선님 사이에 서 포즈 취한 모습 보고 제 눈을 의심 했는데 오늘에서 글이 올라 오는군요.
세상은 이리 넓고도 좁다라는 말씀!
어쨌든 건강하신 모습 좋습니다.
우와, 어디서 보셨더랍니까?
단체로 사진 찍은 것은 딱 두번인뎁쇼?
화엄사에 계셨군요 ㅎㅎㅎㅎ.
아 사진은 대현스님이 찍으셨지요.^^
오호호호,. 구층암 올라가는 길목에서 단체 사진을 대현 스님께서 찍어주시는 것을 보았나 봅니다 그려.
그 사진 다음편에 올릴건데 아흐.
아는 척을 좀 하시지 그랬나요?
아니, 그 언저리에 사람 그림자도 없었는데 알 수 없는 일입니다요.
혹시 페북?
네 페북!
@草仙 아하...이해됩니다.
말로만 듣던 황엄사의 이곳저곳을 드디어 구경해 봅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사가 사진을 통해 눈에 그려지네요~! ^ ^
절집의 풍광은 늘 비슷하고 대충 감잡아 볼 만 한데 이번엔 주지 스님 방에 찾아들었던 횡재가 기억에 남습니다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