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속셈이었을까, 아니면 궁금증이었을까?
헌재 탄핵 심판을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보기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는 길, 그 방법이 고민되었다.
전철을 타고 광화문에 내리면 그만이지만
무엇보다 헌재 앞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달콤한 비엔나커피 한 잔이 그립기도 해서
마음을 바꿔 한성대입구 전철역에서 내려 걸었다.
모처럼 예전 정암학당 건너편 도로를 걸으며
잠시 길가에 있는 공방의 풍경도 구경하면서...
“안국동 방향은 통제되어서 가지 못합니다!!~~”
기사님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탑승했다,
왜냐하면... 어차피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결국은 조계사 앞이나 광화문 방향으로 가리라는 생각에...
그러나 버스가 채 100미터도 전진하기 전에 나의 기대는 깨지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달하기 전부터 버스는 거의 정차 상태,
뿐만 아니라 모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
기사님은 아예 도로 한가운데서 버스의 문을 열었고
몇몇 시민들은 주차장이 되어버린 차도를 무단^^으로 건넜다.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도로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짧은 연락을 주고받는 기사님의 말은 종로도 비슷한 상황인 듯하니,
버스가 퇴계로로 나가야 할 것 같다는 통화...@@;;
나와 비슷한 심정의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창경궁에서 종묘로 향하는 보도를 걷기 시작하는데
눈앞에 등장하는 대형 태극기를 든 사람들의 행진 대열...@@;;
다행히??^^ 앞서가는 듬직한 남성분 가방에 달린
노란 세월호 리본에 의지하며 대열 속으로 들어섰다가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가 빈틈을 노려 인파 사이를 제치고
재빠르게 달려서 탄핵반대 무리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종묘 앞 도로공사 때문에 확보된 터널 같은 길을 벗어나
밝은 햇살과 마주하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또 다른 태극기...
이 때 옆에서 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님의 꾸짖음이 들렸다.
“거 참... 왜 창피하게 태극기들을 두르고 난리야!!~~~”
“아주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죠!!~~~”
“아니... 그럼 댁들은 박근혜가 한 짓이 괜찮다는 겁니까??”
수십 명의 태극기 무리들이 눈앞에 가득한데도
아주머님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이 풍경을 보면서... 태극기 할머님에게 한 마디 하셨다는
이정호 선생님의 모습도 저러셨을까??... 생각도 들었다.^^;;
고민은... 헌재가 가까워오면서 버스 차벽에서 창덕궁 방향은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무리로 가득찬 상황이어서
반대편 차벽을 건너 촛불집회 시민들 곁으로 갈 수 있나??...
다행히 안국역의 모든 출입구가 막힌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전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치는 어른들??
순간... 지하철 경로우대가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잠시...@@;;
다행히 군복과 선글라스, 성조기와 태극기 무리를 빠져나와
풍문여고 앞에서 삼청동으로 올라가려고 방향을 틀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세월호 부모님들이 나란히 서계신 모습,
오늘의 이 재판이 그 분들만큼 절박한 분들이 또 어디 있을까...
커피를 한 잔 마시겠다는 소박하고도 한가한 나의 꿈은
둘러싼 차벽을 보면서... 완전 개꿈^^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 잠시 정원 스님 소신공양 장소에 들러
스님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도
헌재 결정으로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기원...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무대에 설치된 화면과 앰프에서
드디어 헌재의 탄핵 심판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는 모든 소음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이 정도라면 청와대에서도 들리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높은 볼륨.
마침...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중인 특별전,
작가의 한 마디가 눈에 들어온다.
"혼자 꿈꾸면 영원히 꿈이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함께 꾸었던 꿈이 현실이 되는 날...^^;;
목표로 한 커피는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제법 걸은 다리도 쉴 겸 잠시 세종문화회관 옆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 국민 티비 중계차에 눈을 집중하는 순간
할머니를 따라 산책 나온 어린 아이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오고,역시...
봄은 아이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잠시 하는데
주문을 읽겠다는 이정미 재판관의 목소리가 들렸고,
광장은 이내 탄핵인용 판결에 대한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노란 리본을 묶은 태극기를 흔들며 달려오는 시민을 향해
“수고 많으셨어요!!!~~~~~~~~^^”
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환한 미소 띤 얼굴로 목례를 한다.
물론... 귀에 거슬리는 멘트 들도 화면 속에서 흘러나왔고,
특히 논리라고는 전혀 없는 서석구 전판사의 말을 들으면서
탄핵 인용은 시작일 뿐 대한민국 대개조는 이제 시작이라고,
앞으로 오래도록 우리 삶을 결정짓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의와 원칙이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날이 될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 한숨과 함께 짜증이 나기도...^^;;
어쨌든... 지난겨울, 우리 사회를 뒤덮은 어둠에 맞서
모든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자신의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모든 노력을 기울였던
선하고 아름다운 민주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승리의 기억이
앞으로 이어질 길고 긴 적폐청산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승리하는 버팀목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