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가 보광사 가다
경기도 파주
고령산 보광사 가는 길
온통 무덤 산이다.
산 사람과
매미만 말이 많다
술은 많이 마셨겠다
잘 죽는 얘기를 했다.
마음같이 가지 못하는 것이 삶이고
신세지지 않고 죽기는 더더욱 힘이 든다.
이상복님 말씀처럼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만 남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내 자신이
가장 골치 아픈 쓰레기가 아니던가?
이런 젠장!
살아온 날들이
살아 갈 날들이
짐의 무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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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친구
청허당 서산대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가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을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가지 계획과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를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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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85세 나이로 열반 하시기 직전
시를 읊고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 자세로 잠드는 듯이 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