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이제 한 달, 그 무엇보다 정치를 들여다 볼 시간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가 되고 네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제는 곧바로 잠들어 마땅할 만큼 지친 하루였는데, 갑자기 터져 나온 울음에 잠을 잊고 말았습니다. 사실 선거 시작하고 이런 밤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11월22일 당원총회 이후 한 달은,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책을 많이 보며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한 달은 처음 해보는 명함 인사, 날마다 이어지는 정당연설회, 처음 해보는 토론회, 처음 해보는 기자회견… 정신없이 따라온 것 같고, 아마 그 다음 한 달부터인 것 같습니다. 몹시 외롭고 몹시 두려웠습니다.
지금도 자꾸 울지만 이제는 이유가 달라졌습니다. 의왕 어느 부근을 돌아 들어간 이발소 그 이발사의 손이 생각나서. 손님 없는 이발소에서 이발사가 소파에 앉아 두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자 따뜻하게 웃으며 바라보시더니 제가 내민 명함을 손으로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내미신 그 손 살갖이 심하게 벗겨져 있었습니다. "손이… 많이 상했어요. 아프신가 봐요." 이 손이 쉴 날은 언제일까 생각하니 다음 말을 잇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저 모른 척 활기차게 웃으며 인사하고 나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거리의 쇠붙이를 낡은 리어카에 모으시던 남루한 차림의 아저씨도 떠오릅니다. 자잘한 일을 좀 도와줬다고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시고는 다리를 절며 멀어져가신 노점상 아주머니. 손가락 하나가 없는 손으로 명함을 받으시며 따뜻하게 웃어주시던 청소노동자 아저씨……. 이부자리에 누워 이런 만남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나 다급해집니다. 기본소득, 생활임금, 주거권, 녹색당의 대안이 이 사회에 실현되는 날이 어서, 속히 오길 간절한 마음에 잠이 달아납니다.
제 일과는 이렇습니다. 아침 7시부터 8시 반 출근길 인사, 오후 2시부터 5시반 의왕과 과천의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 만남, 6시반부터 8시 퇴근길 인사, 힘이 남으면 저녁 주점에서 시민들 만남.
출근길 인사와 오후 거리 인사 그 사이 쉬는 시간은 꿀 같으면서도 나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수많은 모욕 앞에 맨 몸으로 서야하기 때문입니다. 경멸하는 눈빛으로 내려보는 무수한 마주침 앞에서 저는 죄없는 죄인이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모욕으로 시작한 그 만남이 때로 다른 헤어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거만하게 앉아서 눈길도 주지 않던 청년들이, 5분 대화를 마치고 나면 자세를 고쳐앉고 눈을 빛내며 약속합니다. "네, 꼭 투표할게요. 힘내세요!" 악수를 청하기도 합니다. 청년들에게 꼭 살펴보고 투표하라고, 맘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직접 나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정치 집어치워요!" "하여간 가세요!" "하하. 너는 뭐가 다른데?" 소리지르던 아저씨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이러고 다니는 것 정말 쉽지 않습니다. 쉬어버린 목이 제자리로 돌아오질 않아요. 하지만 선생님, 정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합니다. 녹색당 꼭 뽑지 않으셔도 돼요. 다만 4월 13일에 꼭 투표하세요. 환멸스러울수록 더욱 더 정치해야지요. "… 알았어요." 많은 분들이 녹색당이라는 이 생소한 정당을 눈여겨 보시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두려움 밀어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지난 주 과천에서 이계삼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마치고 점심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중에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계삼 선생님의 열정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야…"
그 열정은 아마도, '현장'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공권력이 국민을 폭행하는 현장, 권력의 위임자가 권력의 주권자를 제압하는 현장,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현장, 이제 어디서 뭘 먹고 살아야할지 탄식하는 이웃들의 현장,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시민들의 현장, …
책상머리에서 만나는 회의감, 뉴스를 보며 내쉬는 한숨, 거기도 분명 삶은 묻어있지요. 하지만 앞으로 한 달,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이 기간, 우리 모두가 의왕과 과천 구석구석 그 현장에서 온몸으로 정치의 부재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과 우리가 직면한 이 대한민국을 또렷이 만나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을 뚫고 어김없이 돌아오는 초록색 봄처럼, 녹색당의 희망을 말하면 좋겠습니다. 목이 낫질 않지만 열심히 말씀드립니다. 당원 여러분께, 또 녹색당의 친구들에게. 한 달, 우리 조금만 더 힘내서 해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