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들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시간 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 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야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희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挻埴以爲器 當基無 有器之用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 경우,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 '없음'[無]으로써 '쓰임'[用]으로 삼는 지혜. 그 여백 있는 생각, 그 유원(幽遠)한 경지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