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문화 살찌우는 ‘한국 속 외국’ | |||||||||||||||||||||||||||||||||||||||||||||||||||
독특한 ‘외국인 타운’ 속속 들어서… 일부 지자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기도 | |||||||||||||||||||||||||||||||||||||||||||||||||||
| |||||||||||||||||||||||||||||||||||||||||||||||||||
국내에 사는 외국인들은 집단으로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코리아타운’이 있듯이 국내에도 다문화촌이 형성되어 있다. 출신 국가별로 모이면서 ‘○○타운’ ‘○○마을’이라는 명칭도 붙었다. 이곳에서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문화와 활발하게 교류하는 곳이 있는 반면, 폐쇄적인 문화가 형성된 곳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타운’이 지역의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 형성된 외국인 타운은 어디이고, 어떤 특색이 있을까. ● 무슬림·아프리카타운(서울 용산구 이태원)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은 한국의 ‘다문화 종결지’이다. 원래는 영어권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하면서 문화권이 바뀌고 있다. 이태원 상권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영어권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그 자리에 이슬람권 사람들과 아프리카인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의 이태원에서는 무슬림과 아프리카인들이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 ‘무슬림 타운’이 형성된 것은 국내 최대의 이슬람 사원이 이태원동에 있기 때문이다. 장 후세인 한국 이슬람교중앙회 출판담당자(남·39)는 “이슬람 사원 근처에만 5백여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으며, 예배가 열리는 금요일에는 약 7백명이 넘는 무슬림들이 이태원 일대에 모여 ‘무슬림 타운’을 형성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무슬림 마트, 무슬림 베이커리, 무슬림 식당이 늘어났다. 그 밖에도 무슬림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판매점, 의류 상점, 전자제품 가게가 들어서는 등 아랍 상권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아프리카 타운은 경찰 이태원지구대 뒤쪽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곳의 주류는 나이지리아인들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용산구에 등록된 나이지리아인은 6백5명에 이른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인 대다수는 원단·자동차·가죽·의류 무역에 종사한다. 10년 전 한국에 온 쭈꾸 씨(나이지리아인)는 “다양한 외국인이 모이는 지역이라는 점과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관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 이태원이 살기에 좋은 점이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거리’로 통하는 이화 시장길에는 아프리카 음식점을 비롯해, 건물 한 층 전체가 아프리칸 식료품점·이발소·의류점으로만 채워진 곳도 있다.
서울시 용산구 이촌1동(동부이촌동)에는 ‘리틀 도쿄’가 있다. 한적하고 평범한 아파트촌인 이 마을에는 1천2백여 명의 일본인들이 모여 산다. 이촌1동 부동산에는 ‘일본어 상담 가능’이라는 쪽지가 군데군데 붙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인이 운영하는 작은 선술집과 음식점, 일본 식재료가 구비된 마트도 눈에 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도 조용히 숨어 있다. 이 마을 교회에서는 일본어 예배가 별도로 이루어진다. 서래마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사는 일본인 대다수는 기업 주재원과 주한 일본 대사관 직원들이다. 동부이촌동 일본인 교회 유충권 집사는 “이곳의 일본인들은 자국민들끼리 뭉치기보다는 지역 사회와 한국인 주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생활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광희동은 한국 최대의 중앙아시아촌이다. 주말이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에서 온 이주노동자들과 보따리 무역상 수백 명이 이곳에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골목마다 몽골 거리, 우즈베키스탄 거리, 러시아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광희동에는 러시아어와 몽골어 간판이 한국어 간판만큼이나 많다. 골목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중앙아시아인들을 위한 마트와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처음 광희동에 자리 잡았던 외국인은 러시아인이었다. 1990년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맺은 이후, 무스탕과 가죽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러시아인들이 동대문 의류상가와 가까운 광희동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 후 우즈베키스탄인, 키르기스스탄인, 카자흐스탄인들이 러시아어가 통하는 광희동에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촌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광희동에서는 러시아인들을 예전만큼 많이 찾아볼 수 없다. 광희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조우혁씨는 “의류무역을 하던 러시아인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으로 빠져나간 상태이다. 현재 남아 있는 러시아인들은 음식점, 술집을 경영하거나 소규모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광희동의 ‘금호타워’는 ‘몽골타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주말이면 이 건물을 중심으로 약 3백명의 몽골인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 정보를 나눈다. 몽골어로 가득한 간판은 이 건물이 몽골인 전용 상가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정일 금호타워 관리소장은 “10년 전 몽골 대사의 아들이 이 건물의 오피스텔을 분양하며 휴대전화 판매점을 냈던 것이 몽골타워의 시작이었다. 몽골인들은 이곳에서 한국 생활을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들이 모여 산다. 유럽풍 카페들과 고급 빌라촌이 즐비해 ‘작은 프랑스’로도 불린다. 현재 이곳에는 주한 프랑스인의 70%가 거주하고 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과 기업 주재원 등을 합치면 6백명쯤 된다.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모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본국의 전 교육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서울 프랑스 학교’가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서래마을에서는 프랑스인과 한국인의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의 중심은 ‘서래 글로벌 빌리지센터’이다. 이곳에서는 1년 내내 한국어와 프랑스어 수업은 물론, 한국과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 체험 행사가 열린다. 서래마을에는 유럽풍의 카페와 고급 와인바가 들어서 있지만 프랑스인들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서래마을 ‘모아모아 부동산’ 직원은 “대사관 직원이나 기업 주재원은 한국에 오래 머무를 사람들이 아니라서 사업을 벌이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은 국내 최대의 중국계 조선족 타운이다.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시작해 영등포구 대림동을 거쳐 관악구 봉천동까지 확대되고 있다. 조선족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교통이 편하고, 도심 외곽 지역이라 임대료가 저렴한 노후 연립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 식당들이 늘어선 가리봉동과 대림동 일대에서는 한국 식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림동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진 아무개씨(60)는 며칠 전 가게를 내놓았다. 그는 “유동 인구의 90%가 조선족인 대림동에서 한국 식당을 연 것이 실수였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이주민들의 수도’라고 불린다. 여기에는 조선족, 베트남인, 우즈베키스탄인, 필리핀인, 인도네시아인 등이 어울려 지내고 있다. 이들이 안산시에 정착한 이유는 근처에 시화공업단지와 반월공업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조선족 여성은 “반월공단이 가깝고 이 일대 어디서나 중국어가 통하기 때문에 원곡동에 거주하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안산역 일대 원곡동은 ‘다문화 거리 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주말이면 수천 명의 외국인이 장을 보고 친목 모임을 즐기기 위해 이곳에 모인다. 원곡동에는 중국 식당과 베트남 식당,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판매점과 가전제품 판매점이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다. 안산시 수암동에서 6년간 거주했다는 이진우씨(73)는 “원곡동은 이주민이 증가하는 만큼 한국인이 빠져나가고 있다. 변화의 흐름이 매우 급격하다”라고 말했다. 인천시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은 전통적인 화교 마을이다. 이곳은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유명 브랜드가 된 중국 음식점, 기념품점, 월병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패루와 화려한 홍등, 돌계단을 비롯한 석조 조형물들은 이곳이 한국 땅임을 잠시 잊게 만든다. 중국인들이 인천 선린동에 정착한 역사는 1백30년을 훌쩍 넘는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고 이듬해 이곳에 청나라 조계지가 설치되면서, 중국인들은 현 선린동에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1901년에 설립된 인천화교소학교, 1934년에 설립된 화교중산학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한다. 현재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화교는 약 5백95명으로 집계된다.
부산시 동구 초량 제1동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 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들어오면서 화교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이곳은 쇠퇴를 거듭하다 1993년 부산시와 중국 상하이 시가 국제 자매도시 결연을 맺으며 다시 부흥하기 시작했다. 2007년 부산시가 이곳을 ‘차이나타운 특구’로 지정해 ‘상해 거리’를 조성하는 등 관광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 차이나타운에 실거주하는 화교인은 그리 많지 않다. 부산 동구청 차이나타운 특구 담당자인 김현욱씨는 “부산 동구에 거주하는 3백여 명의 화교 가운데 100여 명이 차이나타운에 거주한다”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은 ‘김해시의 이태원’으로 불린다. 서상동은 최근 ‘외국인 거리’로 지정되어 특화 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김해시에 사는 1만여 명의 외국인들은 주로 김해시 외곽 주촌면, 한림면의 공단에서 일한다. 주말에 서상동을 찾는 외국인은 2천여 명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난히 서상동에 몰리는 것은 이곳에 ‘김해외국인근로자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김해외국인근로자센터는 부산 경남 지역에서 유일한 외국인 지원 센터이다. 센터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 국경절, 필리핀 독립기념일, 베트남 독립기념일, 태국 송크란 행사, 몽골 나담 축제 등 다양한 국가별 공동체 행사를 주최한다. 참여율도 높다. 문화 행사가 열릴 때마다 100여 명의 외국인이 참여한다. 주말에 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3백여 명에 달한다. 김해외국인근로자센터 직원은 “아시안 마트도 국가별로 들어서 있다. 서상동 상권은 어느 한 국가 출신이 독점한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북유럽 타운(경남 거제시) ‘조선’의 도시 거제시에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와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있다. 거제시에 8천여 명의 외국인이 사는 이유이다. 거제시에 사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 조선소에 파견 나와 있는 외국인 선주·선급 직원들이 많다. 이순환 거제시청 직원은 “노르웨이가 조선 분야로 선진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선주·선급 노르웨이 직원들이 많이 와 있다”라고 설명했다. 거제시 옥포1동에 있는 옥포국제학교에는 1백30명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1989년 ‘대우외국인학교’로 출발한 이 국제학교의 입학 1순위 자격은 ‘외국인 선주·선급의 자녀이다. 30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옥포국제학교에는 노르웨이인, 영국인, 인도인 학생이 많다. 옥포국제학교 행정직원인 김라이씨는 “이 학교에는 선주·선급 직원을 부모로 둔 북유럽 국가 출신 학생이 많다. 최근 삼성중공업에서 인도인을 많이 채용해서 인도인 학생이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인, 미국인, 캐나다인 학생이 그 뒤를 잇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