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년 미국영화
제작, 감독, 각본, 음악 : 찰리 채플린
출연 : 찰리 채플린 폴레트 고다드, 헨리 버그만
원래 찰리 채플린 하면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로 쉽게 연상이 되곤 합니다. 실제로 그는 무성영화 시대에 꽤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단편 영화였고, 장편 극영화 중에서는 오히려 유성영화 시대에 만든 작품이 더 많습니다. 유성영화 시대가 된 1930년대 부터 그는 '시티라이트'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살인광 시대' '라임라이트' '뉴욕의 왕' '홍콩에서 온 백작부인' 등 총 7편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그 중 6편은 직접 출연을 겸했고, 1967년작품 '홍콩에서 온 백작부인'만 온전히 연출만 했습니다.
1931년의 '시티라이트' 부터 1967년의 '홍콩에서 온 백작부인'까지 무려 36년의 간극이 있는데 다작영화 시대였던 그 때 36년간 불과 7편의 영화만 만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성영화 시대에는 단편일 망정 1년에 몇 편씩 만들던 그였는데.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고 나서는 몇 년에 한 편씩만 만들었을 뿐입니다. 물론 완벽을 기하고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이제 추억의 시대의 잔재가 된 무성영화에 특화된 그가 '유성영화' 스타일의 작품을 많이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그는 1930년대에 고작 2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그가 만든 최초의 유성영화라고 할 수 있는 '위대한 독재자'는 1940년에야 나왔고, 그마저도 상당부분 장면에서 무성영화 스타일을 따르고 있으니까요.
기계화된 공장에 출근하는 노동자들과
거대한 기계들
화면을 보며 공장내 상황을 체크하는 사장
CCTV가 없던 시절에 이런 앞서가는 상황을
묘사했다는 것이 놀랍다.
나사를 조이는 단순 노동자 찰리 채플린
자동으로 음식을 먹여주는 기계의
테스트 대상이 된 찰리 채플린
영상 화면으로 지시를 내리는 사장
1936년에 등장한 '모던 타임즈'는 찰리 채플린의 최고 걸작이자, 유성영화 시대에 등장한 '무성영화 최고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일부 대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형식은 무성영화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1915년에 이미 그의 단편에서 착안된 '떠돌이 캐릭터'는 여전히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중절모에 짧아보이는 상의, 그리고 통이 넓은 헐렁한 바지를 입고 지팡이를 든 떠돌이 캐릭터는 오랜 기간 찰리 채플린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떠돌이(찰리 채플린), 가엾은 가난한 소녀(폴레트 고다르), 그리고 떠돌이의 기피 대상인 경찰관 등이 등장하고, 기계문명화 된 시대에 대한 기계화되어가는 인간의 실태에 대한 비판, 복잡하고 산업화된 변화되는 시대, 거기에 1930년대 경제 대공황으로 몰아닥친 실업과 빈곤 등을 반영한 사회물인데 그런 암울한 내용을 찰리 채플린 특유의 낙천적인 코믹함을 통해서 묘사한 걸작입니다.
채플린은 기계화된 공장에서 일하는 직공입니다. 현대화된 기계를 돌리며 분업화 된 공장, 그는 하루 종일 생산 라인에 서서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쉬는 시간에도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이고 이런 반복되는 단순노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고를 쳐서 공장에서 쫓겨납니다. 시위 주동자로 몰려 감옥에도 가고 풀려나서 가난으로 아버지를 잃은 가엾은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를 구해주면서 인연이 되어 함께 떠돌다가 다시 감옥에 들락거리게 됩니다. 소녀는 춤을 추는 재능을 인정받고 카페의 댄서로 취업하고 되고 채플린도 그 소녀 덕에 웨이터 겸 가수로 취업하여 둘은 모처럼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상황이 되지만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할 소녀를 발견한 경찰에 쫓겨 둘은 카페를 도망치듯 나와야 했고, 이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기약없는 여정을 다시 떠나게 됩니다.
기계화의 노예가 된 인간을 풍자한 명장면
채플린은 직접 기계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이 영화로 26살에 이름을 알리게 되어 늦깎이
주연배우가 되는 폴레트 고다드
실제로 채플린과 결혼하여 부부로 살기도 했다.
감옥에 간 채플린
가난한 소녀가 빵을 훔치게 되고 채플린은
대신 누명을 쓰려고 한다.
공장, 감옥, 떠돌이 삶 등을 반복하며 사회 부적응자인 떠돌이 주인공과 가난에 찌들린, 신발조차도 없는 소녀와의 만남과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초반부는 기계문명화된 세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단순 반복적인 노동에 의해서 인간도 기계화되고 노동에 시달리게 되는 부분을 비판, 풍자하는 내용이고 중후반부는 경제 대공황에 의해서 빈곤과 가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애환을 풍장하는 내용입니다. 떠돌이와 소녀가 큰 집에서 사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가난하지만 잠시 행복한 삶을 누리는 장면 등이 보여지며 서민들의 작은 행복에 대한 갈망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생고생하며 살던 떠돌이와 소녀가 모처럼 안정적이고 행복해질 상황에서 운명은 그들은 편안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약없는 방랑에도 불구하고 젊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힘찬 여정을 계속하는 엔딩 장면은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대사가 연상됩니다.
1930년대 흑백 고전이지만 우리나라에 1988년에 재개봉되어 폭발적 흥행을 기록하면서 그 해 국내 흥행랭킹 상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1930년대까지 활발히 국내에 개봉되었지만 해방 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서 미국에서 사실상 쫓겨난 전력 때문에 그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1988년부터 우진필름에서 채플린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장편영화를 모두 수입하여 차례로 개봉하면서 미개봉되었던 40-50년대 영화들도 모두 우진필름이 운영하는 '씨네하우스'에서 개봉되었습니다. 그중 압도적으로 높은 흥행을 올린 것이 '모던 타임즈'였고, 이미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만들어지던 1980년대 후반에 무성영화 스타일의 그의 작품들에 관객이 제법 몰렸다는 자체가 대단한 이변입니다. 그만큼 '모던 타임즈'는 재미난 영화였고, 시대, 남녀노소 불물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또한 기계문명화 된 세상을 풍자한 내용은 시대를 앞서간 부분이 있었던 만큼 요즘 봐도 공감대가 있을 정도입니다.
경찰, 떠돌이, 배고픈 소녀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이다.
난간도 없는 백화점에서 아슬아슬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묘기를 보여주는 채플린
물론 촬영 속임수지만.
채플린이 겪는 여러 수난들이 등장하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남녀
기계문명의 폐해를 풍자하는 장면
영화 감독으로, 배우로서, 또한 영화음악가로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여준 찰리 채플린의 진가가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영화가 이 '모던 타임즈'이고 특히 백화점에서 아슬아슬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연기 등 절묘한 타이밍과 묘기처럼 보여지는 그의 연기가 무척 볼만합니다.
이 영화에 가난한 소녀로 등장하는 폴레트 고다드는 실제로 찰리 채플린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는데 찰리 채플린은 세 번째 결혼이었고, 폴레트 고다드는 두 번째 결혼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무려 21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불과 6년이었습니다. 그 사이 폴레트 고다드는 완전 무명배우에서 찰리 채플린의 차기작 '위대한 독재자'에도 출연하는 등 이름을 알리게 되고 이후 존 웨인과 공연한 '절해의 폭풍' 게리 쿠퍼와 공연한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 등 메이저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폴레트 고다드는 채플린과 헤어진 이후 버지스 메레디스와 재혼하여 5년간의 결혼생활을 했는데 정말 키가 작은 두 남자와 각각 살았던 셈입니다. 버지스 메레디스와 이혼후에 놀랍게도 '서부전선 이상없다' '개선문' 등의 작가로 알려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과 결혼합니다.
아슬아슬한 채플린의 서빙 묘기
찰리 채플린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연기 장면
다시 기약없는 나그네길을 떠나야 하는 두 사람
하지만 가진건 없어도 희망이 있길래
두 사람은 밝은 미래를 향해 떠난다.
이 영화는 이렇게 폴레트 고다드가 26세의 나이로 늦깎이 명성을 얻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의 기량이 절정을 이룬 최고 걸작이었고, 이미 한참전에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였음에도 여전히 무성영화 스타일에 집착한 찰리 채플린이 유성영화 시대 한복판에 쏘아올린 무성영화 최고 걸작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 한 편 만으로 찰리 채플린의 위대함이 설명이 되며 우진 필름에서 88년 부터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차례로 상영할 때 첫 개봉한 작품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행한 찰리 채플린 영화였기 때문에 아마도 이 작품으로 찰리 채플린을 최초로 접한 분들도 상당히 있을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걸작이며 무성영화는 고사하고 흑백영화 자체에도 생소한 관객이 봐도 무난히 재미있게 소화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폴레트 고다드는 상당 장면을 맨발로 등장하는데 힘들었겠습니다.
ps2 : 당시는 기계화와 분업화로 인한 단순 반복 노동이 문제, 현재는 기계가 일을 다 하니 인간이 일할 부분이 점점 없어지는게 문제....
ps3 : 우진필름이 스크린이 여럿 있는 복합 상영관의 사실상 효시라고 할 수 있고(씨네하우스 영화관) 채플린 영화를 비롯해서 다양한 예술영화 수입하고 그랬으니 영화개봉이 꽤 열악하던 80년대 당시를 감안하면 나름 앞서가던 문화 사업을 한 셈이죠.
[출처]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36년) 찰리 채플린 최고 걸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