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15. 소월
“일 안 가세요?”-소월
“오늘은 다 끝났거든. 괜찮아.”-윤희 언니
언니는 나를 강제로 끌고 갔다. 언니가 별 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자기야, 나 아메리카노랑 얘 거 아몬드쉐이크로 줘.”-윤희 언니
별 카페 사장이 우리를 보았다. 아는 사이인가 보다.
“쟤 알아?”-사장
“주영이 친구. 자주 오던데.”-윤희 언니
“올라가 있어.”-사장
언니가 나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왠지 죄지은 느낌이다. 잘못한 거 없는데.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있었다. 사장이 음료를 가져왔다.
“학부모 상담 갔다 온 거야?”-사장
“어. 이따가 얘기해.”-윤희 언니
사장이 문을 닫고 나갔다.
“먹어.”-윤희 언니
쉐이크를 떠 먹었다. 아몬드가 씹히는 게 맛있네.
“할 말이 뭔데요?”-소월
괜히 찔려서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까 소월이 담임 선생님이랑 얘기한 거 들었어.”-윤희언니
들으셨구나. 뜨끔하고 민망했다.
“그래요?”-소월
“소월이 태도가 좀 지나친 거 같아서.”-윤희 언니
담임 편 들어서 나한테 지랄할거라면 됐다.
“그걸로 지랄하려고요? 담임 그러래요? 그래서 허락한 거예요, 외출?”-소월
“지랄?”-윤희 언니
뜨끔. 그러나 여기서 꿇리긴 싫다.
“네, 지랄요.”-소월
“정말 지랄이 뭔지 보고 싶구나?”-윤희언니
언니의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헐.
“주영이가 솔까라던데. 그래, 뭐 솔까 해서 100% 소월이가 잘못했어. 알지?”-윤희언니
이것 봐. 담임 편들려고 하는 거 맞지.
“난 그런 꼬라지를 보고 있을 수 없거든?”-윤희 언니
오지랖 쩐다.
“언니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소월
“아는 애이기도 하고, 내 눈으로 보기도 해서 신경 쓰이는데 어쩌지? 내 오지랖이 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네.”-윤희 언니
“신경 안 쓰셔도 되세요.”-소월
이렇게 말하고 나와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싸가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된 거 후회하지는 않겠다. 좀 찝찝하긴 하지만.
학교로 향했다. 교실로 가는데 신주영이 보였다.
“야.”-소월
신주영이 나를 보았다. 그 순간 윤희 언니가 떠올랐다.
“너네 언니한테 가서 전해. 나한테 신경 끄라고.”-소월
“언니?”-주영
“그래, 윤희 언니! 너네 올케 언니한테 똑똑히 전하라고!”-소월
“윤희 언니?”-주영
얘 반응이 왜 이래?
“언니 아닌데.”-주영
“뭐?”-소월
언니가 아니면 뭐 아줌마냐?
“언니 아니라고. 나 언니 없어. 올케 언니도 없고.”-주영
뭔 개소리야.
“너네 집에서 너네 큰 오빠도 봤거든?”-소월
“우리 집에 갔었어? 그런 얘기 없었는데. 그리고 우리 큰 오빠는 자취방에 있는데. 결혼도 안 했고. 공부 하느라 집에도 못 오게 하는 큰 오빠를 우리 집에서 볼 리가 없잖아.”-주영
그럼 그 언니는 귀신이냐!
“그럼 그 언니는 귀신이냐!”-소월
뭐지? 사실은 신주영이랑 아무 상관도 없었던 건가? 그 언니, 아직도 별 카페에 있을까? 나는 별 카페로 달려갔다. 아까 언니랑 같이 있던 방. 언니가 혼자 앉아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다시 왔네?”-윤희 언니
“신주영이랑 무슨 사이예요? 걔는 언니 없다는데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에요?”-소월
윤희 언니가 웃었다. 남 속여놓고 좋아?
“웃겨요? 사람 가지고 노니까?”-소월
윤희 언니가 웃더니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주영이 언니라고 한 적 없는데. 한. 번. 도.”-윤희 언니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주영인 언니 없어. 위로 오빠만 셋이야. 큰 오빠는 의대생이라 자취하고, 둘째 오빠는 군대 갔고, 셋째 오빠는 고3이고.”-윤희 언니
이 언니 뭐야! 사람 병신 만든 건가? 아니지, 그런 건 상관없다. 남이잖아, 그럼! 왜 가족인 척 해! 웃기는 여자네? 아니 언니가 아니면 아줌마네.
“그 언니 소리 참 좋게. 나보다 27살 차이 나는 어린 애한테 언니 소리 듣고. 좋네. 난 주영이…”-윤희 언니
언니가 말하려는 순간 방 문이 열리며 웬 아줌마가 들어왔다.
“주영엄마~ 나 왔어~”-웬 아줌마
주영 엄마……?
“주영 엄마. 누구야?”-웬 아줌마
순간 머리가 정지되었다. 주영 엄마…. 주영엄마… 신주영 엄…마…?
“난 주영이 엄마야.”-윤희 언니
윤희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허~~~~~~얼.
“주영 엄마야, 오늘 진료 끝났어?”-웬 아줌마
“주영이 학부모 상담 때문에 오전 진료까지만 하고 나왔지.”-주영엄마(이제 언니 아님).
난 여전히 패닉 상태였다. 신주영 엄마라니….
“쟨 뭔데?”-웬 아줌마
“주영이 친구래.”-주영엄마
이율 엄마인가 보다.
“율이 집에서 그런 얘기 안 하잖아.”-율 엄마
“율이네 엄마야.”-주영엄마
눈인사만 했다. 언니인 줄 알았는데…. 대체 결혼을 언제 한 거야, 그럼? 저 나이에 애가 넷. 큰 아이는 대학생, 군인, 고3, 고2. 헐 적어도 20살 초반이겠네. 대박.
“담임이 뭐래?”-율 엄마
난 그만 가야겠다. 내가 있을 자리는 아니었다. 나는 인사도 안 하고 카페를 나왔다. 엄마였구나… 아까 내 행동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언니인 줄 알고 막 대했는데 한참이나 많은 애 엄마였다니.
게다가 엄마… 신주영의 엄마… 그럼 저번 그 아저씨는 신주영의 아빠? 허------얼!
*
“난 주영이 엄마야.”-주영엄마
신주영 엄마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쾅. 덩크를 했다. 너무 감정이 실려서 덩크가 됐나 보다. 내 키에 덩크 잘 안 되는데.
“신소월!”-범민
“쩐다, 덩크.”-해울
“이번엔 누구랑 해?”-소월
그때 들어오는 농클 애들. 신주영은 여전히 없었다. 걘 뭐한대?
“신주영은?”-소월
“왜? 보고 싶냐?”-범진
아까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니 하는 말이지. 보고 싶긴 개뿔. 이번 상대는 최종운이었다. 이번에도 파울 유도를 해서….
“주영아!”-수현
신주영이었다. 왜 이제… 손에 문제집은 뭐래? 저거 들고… 아니다, 신주영은 벤치에 앉았다.
“그건 뭐 하러 들고 와.”-범진
“시끄러워 입 닥쳐.”-주영
신주영의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이범진이 깨갱 하는 듯 했다.
“갑자기 웬 열공 모드?”-소월
“남이사.”-주영
“내가 해줄게.”-범진
“꺼져.”-주영
이범진은 잠시 타임을 하고는 신주영에게 갔다.
“내가 대신 한다고. 선수교체!”-범진
이범진은 강제로 신주영을 코트로 떠밀었다. 최종운의 상대가 이범진이 맡고 있던 동현이로 교체되고 내 상대는 신주영으로 교체 되었다. 그치, 이게 맞는 거지. 신주영은 표정 없이 내 앞에 섰다.
‘난 주영이 엄마야.’-주영엄마
아줌마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뭐야, 이건.
탁. 신주영이 공을 가로채서는 속공을 했다. 진짜 충격이었나 보다. 멍하다. 신주영이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다. 내가 멍한 걸 눈치채고는 미친 듯이 공격해왔다,
탁. 탁. 탁.
내가 가진 공을 모조리 뺏어서 자기가 슛을 했다. 3점슛 클리어. 연속 3점 슛. 5골. 무려 15점. 제길.
“뭔 일 있어? 이대로면 올 킬도 가능 하겠는데?”-주영
별 거 아닌 일에 내가 왜 이리 신경을 쓰는 건지 모르겠다. 언니면 어떻고 엄마면 어떤가. 그래도 속으로는 언니이길 바랐나 보다. 언니가 생겨서 좋았던 건가. 내심? 이제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지?
신주영 엄마면 아줌마고, 이제는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겠네. 애 엄마면 아무래도 함부로 대하기도 어렵고.
탁. 신주영이 내가 가진 공을 빼앗았다. 범민이 제치고, 동현이 제치고, 효령이 제친 후 레이업 슛. 제길, 나 뭐하고 있는 거니. 시합에 집중하자.
그 아줌마 엄청 신경 쓰이게 하네. 짜증나. 차라리 진짜로 언니였으면 나을 뻔했다. 계속 잡생각이 났다. 아, 정말.
시합 종료. 우리가 또 졌다. 나 때문에… 내가 자꾸 다른 생각을 해서 진 것이다. 미안해서 어쩌지? 점수 차 3골. 6점. 이건 좀….
“3골 차네. 훗~”-종현
농클 애들은 우쭐거리며 체육관을 나갔다. 신주영이 가다가 나를 보았다.
“신소월.”-주영
왜 불러. 쓸데없이.
“오늘은 좀 이상하네?”-주영
그러고는 가버리는 신주영. 나 진짜 이상하다.
“무슨 일 있어?”-해울
“아니.”-소월
교실로 갔다. 복도에서 김대원을 만났다. 13반인데 꽤 농구 잘한다. 전에 얘기 했었나?
“여~ 비스켓~”-대원
남자애들끼리 하이 파이브를 했다. 남자애들의 라이벌이었다. 나쁜 사이는 아니다.
“신소월~ 오늘도 잘 했나?”-대원
“몰라.”-소월
김대원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김다은이 눈에 띄었다. 짜증나는데 저년이나 밟을까?
“수연아, 영은아. 김다은 데리고 올라와.”-소월
다시 교실을 나갔다. 애들이 어디 가냐고 물었지만 대답 않고 옥상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