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속에서도 빨간 열매 맺어… 남쪽 해안에서 자란대요
겨울딸기
▲ 겨울딸기가 윤기 나는 짙은 녹색 잎과 새빨간 열매를 뽐내고 있어요. 아래 사진은 산과 들에 야생으로 자라는 산딸기의 모습. 겨울딸기는 산딸기의 다양한 종류 중 하나랍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은 다양한 딸기를 맛볼 수 있는 제철이에요. 농업 기술의 발달로 비닐하우스 재배가 보편화하고 겨울부터 수확할 수 있는 '설향' 같은 품종이 개발된 2005년 이후부터 '겨울 제철 딸기'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해요. 1980년대 이전에 딸기는 밭에서 기르는 초여름철 과일이었는데 요즘은 겨울이 더 친숙하고 맛있는 과일이 된 거죠. 이렇게 겨울에 먹는 '겨울철 딸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12월에 열매가 빨갛게 익어 이름이 '겨울딸기'인 식물이 있어요.
겨울딸기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전남 가거도·흑산도에서 자라요. 윤기가 나는 짙은 녹색 잎과 새빨간 열매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 늘푸른 키 작은 나무예요. 특히 하얀 눈 속에서 빨간 열매를 맺은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에요. 이 식물은 줄기가 땅을 기면서 자라는 것처럼 보여요. 마디에서 뿌리가 내려 넓게 퍼져 자라는 것 같기도 하죠. 줄기에는 갈색 털이 빽빽하게 있고 작은 가시가 드물게 있어요. 줄기가 나무라고 하기엔 좀 연약하게 보이고 땅에 기듯이 자라 풀처럼 보이지만 나무랍니다. 잎은 홑잎(단엽·單葉)으로 달걀 모양 또는 다소 둥근 모양이며 밑부분은 심장 모양이에요. 잎 가장자리는 3~5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뾰족한 잔톱니가 촘촘히 있고 뒷면에 갈색 털이 많아요. 꽃은 여름에 흰색으로 피고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식물의 가지나 줄기에 잎이 붙은 부분의 위쪽)에 4~10개씩 모여 달려요. 열매는 지름 1㎝ 정도로 둥글고 겨울에 붉게 익으면 먹을 수 있어요.
겨울딸기는 장미과 산딸기속(屬)에 속해요. 우리가 보통 재배해서 과일로 먹는 '딸기'와 달리 산과 들에 야생으로 자라는 딸기 열매를 '산딸기'라고 부르는데 이를 영어로는 라즈베리(raspberry)라 해요. 우리나라에 자라는 산딸기속 식물은 보통 4~6월에 꽃이 피고 6~8월에 열매가 익는 반면 겨울딸기는 8~9월에 꽃이 피고 12월부터 다음 해 1월 사이에 열매가 익어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우리가 산에 가서 볼 수 있는 산딸기속 식물은 20여 종에 이르고 겨울딸기 외에도 산딸기·줄딸기·붉은가시딸기·복분자딸기 등이 있어요. 산딸기는 흰색 꽃이 피고 잎이 달걀 모양 타원형으로 3~5갈래 갈라지고, 줄딸기는 진분홍색 꽃이 피고 줄줄이 늘어져 덩굴처럼 자라며, 복분자딸기는 하얀 가루가 묻은 것 같은 줄기와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은 후 검은색으로 변해 구분돼요.
겨울딸기는 추위에 약해 내륙의 추운 곳에서는 겨울을 날 수 없어요. 하지만 남쪽 해안을 중심으로는 겨울나기가 가능하죠. 추위만 잘 피하게 해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데다 지표면을 덮는 피복 효과가 좋아 지피식물(地被植物·지표면에 생육하면서 지표면을 덮어주는 식물)로 적합하다고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