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200회까지 날갯짓하고 하루 먹는 꿀이 몸무게 2배래요
벌새
▲ 벌새의 한 종류인 검은뺨벌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벌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응용해 드론의 기능을 향상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대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갯짓을 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벌새를 닮은 최첨단 드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목표죠.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새로 유명한 벌새는 북쪽 알래스카부터 남쪽 안데스 지방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 340여 종류가 살고 있어요. 벌새 중에서 가장 덩치가 작은 종류는 다 자란 몸길이 6㎝, 몸무게 2g으로 웬만한 곤충보다도 작습니다.
벌새의 영어 이름은 '윙윙거리는 새'라는 뜻의 허밍버드(humming bird)인데요. 벌새의 재빠른 날갯짓에서 '윙윙' 하는 소리가 나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벌새는 비록 덩치는 조그마하지만, 비행 능력만큼은 어떤 새보다도 뛰어나죠. 날갯짓을 한 채로 공중에 몇 분씩 가만히 있는 정지 비행을 할 수도 있고, 헬리콥터처럼 위아래와 양옆, 앞뒤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요. 심지어 날아다니면서 몸을 휙 뒤집기도 하고요.
특히 벌새는 많게는 1초에 무려 200회까지도 날갯짓을 할 수 있어요. 벌새의 몸은 이렇게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우선 날개 구조를 보면, 날개의 75%가 사람으로 치면 손에 해당해요. 나머지가 팔 부분이죠. 그래서 팔 부분의 비율이 더 큰 다른 새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답니다. 벌새는 또 가슴근육이 몸무게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발달했어요. 몸 전체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도 다른 새들보다 높지요. 큰 뇌가 있어 빠르게 날아다니면서도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벌새는 종류마다 부리가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가령 어떤 종은 앞으로 뾰족하게 뻗은 부리 길이가 몸 전체와 맞먹을 정도고요, 어떤 종은 짧은 부리 끝이 아래를 향해 갈고리처럼 굽어 있어요. 벌새 종류마다 꿀을 빨아 먹는 꽃이 다른데, 생김새에 맞게 꿀을 쉽게 빨 수 있도록 부리 모양이 적응했기 때문이죠. 날갯짓을 하면서 꽃 속으로 부리를 들이댄 벌새 특유의 식사 모습을 보면, 마치 부리가 꿀을 들이켜는 빨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사실은 부리 끝에서 기다란 혀를 재빠르고 쉴 새 없이 내밀어서 핥아 먹는 거랍니다. 이처럼 잽싸게 꿀을 먹으려고 혀를 움직이는 근육도 아주 튼튼하게 발달해 있어요.
벌새는 몸은 작지만 엄청난 대식가랍니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2배나 되는 꿀을 먹는대요. 또 몸무게 대비 하루 식사 열량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77배나 높지요. 어떤 벌새는 1분 동안 무려 20개의 꽃을 옮겨 다니며 꿀을 빨아들이는 장면이 포착된 적도 있어요. 이렇게 꿀을 찾아 이 꽃 저 꽃 찾아다니는 벌새의 습성을 이용해 아메리카 대륙의 많은 식물은 벌새에게 가루받이를 맡겨 자손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