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에서는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중에 우리 불교에서는
신위도원공덕모 장양일체제선근이라 하여
믿음이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로써
모든 선의 뿌리를 기른다 하였습니다
또한 법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믿음에 대한 법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해한 법을 생활 속에서 바르게 실천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증득한 부처가 되도록 하는
신해행증의 수행과정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부처를 이루는 것이 최종목표이지만
그 시작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에 기초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내용인 것입니다
그 믿음이라는 것은 단지 종교적인 믿음 외에도
부부간의 믿음 부모와자식간의 믿음
친구간의 믿음 형제간의 믿음에서부터
온갖 사물에 대한 믿음까지 전부라 할수 있으니
믿음을 빼놓고서는 이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것입니다
신앙 신물 신표 신뢰 신탁 신용
확신 자신감등 좋은 의미의 믿음에서부터
부정적인 의미로 맹신 불신 배신등이 있으며
한자로는 사람인변에 말씀언자를 써서 믿을신이라 하니
사람된 이로써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어릴적 읽었던 이야기 가운데 생각나는 것은
폭군 디오니소스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붙잡혀
사형 언도를 받은 피아치스라는 장군이 있습니다
피아치스는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어도
죽기전에 고향에 계신 홀어머니와 형제들을
한번 보는것이 소원이었으므로 간청을 하여 보지만
디오니소스는 코웃음을 치며 외면합니다
너를 잠시 풀어 주었다가 도망치면
그날부터 나는 잠을 못이룰것이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 하고
정이나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거든
너 대신 감옥에 들어갈 네 친구 하나를 물색해
네가 만약 돌아오지 않을 때에는 대신 죽기로
맹세를 하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그때 피아치스의 절친한 친구 다문이라는 사람이
그는 절대로 거짓말을 할사람이 아니라 변론하며
내가 대신 감옥에 들어갈것이고 그가 안오면
나를 죽인다해도 아무 원망을 않겠다 하고 나섭니다
디오니소스는 자기의 제안에 이처럼 빨리
죽음을 대신하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을것이라
마음속으로 장담하였다가 이와같은 상황이 되니
하는수없이 피아치스가 고향에 다녀올 시간을 주고
다문을 감옥에 가둡니다
마음 속으로는 피아치스가 돌아 올리가 없다는
굳은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말입니다
마침내 약속한 날이되어서 시간이 흘러가매
그것 보아라 다문아 죽음을 무릅쓰고
네가 친구를 신뢰한다 하였지만
어디 네 친구가 다시 돌아 오더냐
너는 네 친구라는 자에게 배신을 당한것이다
하고 담담한 마음의 다문을 끌어내
사형의 집행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 때
멀리서 다급한 소리가 들리며 피아치스가 나타납니다
폭풍으로 인하여 돌아오는 길이 늦어진 피아치스와
다문의 깊은 믿음과 신뢰를 본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사람을 방면한 다음 피아치스의 건의를 받아들여
폭군에서 선정을 베푸는 사람으로 바뀌어 간다는 내용입니다
나를 대신해 죽음을 선택할수 있는 친구와
내 죽음을 대신하겠다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먼길을 되돌아온 훌륭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나의 마음에 큰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세상이 믿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처럼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의 진실한 믿음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역할로 나타나지만
한사람의 배신은
세상 전부를 불신과 원망으로
가득차게 하는 힘으로 나타나기도 하니
믿음은 양날의 칼과도 같습니다
세상을 살리는 활인검으로 쓸것인가
세상을 고통스럽게 하는 살인검으로 쓸것인가
그도 아니면 살활자재한 무형의 검으로 만들어
나도 이롭고 세상도 이로운 쪽으로 쓸것인가는
모두다 나의 선택 나름입니다
친구간에 형제간에 부부간에 믿음을 잃은자는
자기는 물론 세상 전부를 잃은자와도 다름 아니니
사람이 한번 뱉어낸 말이나 글이나 약속등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귀하다 하겠습니다
믿음을 등지고 약속을 밥먹듯 깨버리는 사람에게
무슨 기대를 하고 무슨 연민의 마음을 갖겠습니까
정말로 죽음을 대신할만한 좋은 벗을 가진다면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것입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