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약을 지어 병실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중에 손에 수레에 짐을 잔뜩 든 두 남자가 주고받는 말,
“이런 건물에 무슨 마트가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환자들이 휠체어 타고 지하 마트로 들락거려서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불편해 죽겠어요!”
“여긴 장기 환자들이 많아서 맨 날 감자 사과 먹을 걸 박스로 얼마나 시켜대는지 힘들어 못해먹겠어요”
“글쎄말입니다.”
아내가 기다리는 8층까지 올라오는 내내 투덜투덜 온갖 불평을 쏟아내는데 맘이 너무 불편해집니다. 아내도 그 사람들이 말하는 장기환자이고 자주 배달을 시켜서 여러 가지를 해결하는 중이니 그 불평의 대상입니다. 속에서 욱! 치미는 잘난 한마디가 자꾸 기어오릅니다.
‘당신들은 평생 안 아픈지, 아니면 다치거나 장애가 안 생기는지 두고 봅시다.’ 라던지,
아님 ‘당신 가족이나 부모 형제들이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기면 지금 한 말들이 엄청 뼈아프게 돌아 갈텐 데 어쩌자고 그렇게 심한 말들을 하느냐고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 다 제쳐두고라도 그렇게 하기 싫으면 그만두면 될 것을 택배로 일감을 만들어주는 사람에게 그런 욕을 하는 게 경우에 맞냐고, 고맙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경우가 없는 것 아니냐? 당신들 택배회사를 알려 달라 병원 환자분들에게 이야기해서 두 회사는 절대 이용하지 말자고 하겠다!‘
그렇게 쏘아부칠까 말까 망설이는데 순간 한 사람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흐르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마음이 짜안해졌습니다. 먹고 살기위해 하루 종일 뛰어 다니는 사람이 자기가 겪어보지도 못한 어려움과 불편함을 언제 헤아려줄 여유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이 한사람을 붙들고 바늘같이 틀림없고 민망할 이야기를 퍼부은들 저 밖의 사라들이, 사회가, 세상이 얼마나 변할까 싶어지니 전의가 상실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요. 어디 그 한 남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모진 소리 하며 삽니까?
심지어 교회 안에조차 때로는 불편하고 거추장 스러운 눈초리를 피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죄인들이 모인 곳에서도 더 심한 죄인이 손가락질을 받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한국의 장애인이 인구의 약 10%정도로 봅니다. 약 400만명 정도! 그러나 장애인 특수 교회를 제외하고 어느 교회든 교인의 10%정도가 장애인인 곳은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본다면 교인의 10%는 장애인이 다녀야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지만!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30만이다 40만이다 할 때 그곳에 휠체어나 목발을 집은 사람이 3만명 4만명 출석한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없습니다.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금란교회 무슨 무슨 교회 몇 만명이 넘는다는 교회 대부분이 그런 줄로 압니다. 유독 장애인들은 기독교를 피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고서야 그렇게 비슷하게 평균치를 밑도는 수치는 무엇인가 문제 있습니다. 그럼 믿음을 가진 그 장애인들은 다 어디를 갔을까요? 안식일날 건강한 사람들이 다 예배를 드릴 때 그들은 무엇을 할까요? 왜 안 오는 걸까요? 어딘가 불편하고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턱이든 문이든, 본인의 불편이든 다른 이들의 불편이든...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도 3%, 5% 이런 비율로 직원을 채용하도록 법이 가까워지는 세상인데 교회도 강제로 10% 장애인교우가 출석하도록 천국 법이라도 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마음의 인식에서 불편을 감수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하지만 어렵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아내가 지체장애 1급인 나부터도 바쁘게 바깥에 나가야할 때와 추운 날 1층에서 기달릴 때는 나도 모르게 불평이 속으로 부글 끓은 적이 한 두 번 아니었습니다.
그냥 병실 안에 좀 있지 왜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는지... 하면서!
심지어 침대위에서 대 소변을 치워낼 때조차 다른 사람이 혹 식사시간에 일을 보기라도 하면 경우가 없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 그러면서 투덜거리게 되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염치가 있겠습니까. 어이구, 이런 주제로 무슨 다른 사람들 말 꼬투리를 붙들고 늘어지려고 했는지~~
“제가 잡아드리지요” 8층에 도착한 그 분, 짐을 들고 발로 밀고 쩔쩔매길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잡아주고 기다렸습니다. 두 번 세 번,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합니다.
‘...그냥 좀 불편해도 말로 내뱉지나말고 해주셨음 좋겠네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더불어 나도 좀 반성하자 그랬지요.
첫댓글 이글을 올리신 님은 비 장애인 이시구 이글을 읽고 댓글을 올리는 이는 지체장애 1급입니다.
지적 하시고 안타까워 하시는 부분들이 제가 하고픈 말이라 눈물이 나게 공감 합니다.
비 장애인도 준 장애인 이지요.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것 같습니다.
마치 자신은 오직 정상인으로 평생을 살으라는 보장을 받은것 처럼요.....
조그만 친절에도 감격해하는 이유는 너무 자신이 왜소 하다고 느끼며 위축되기 때문이지요
교회 안에 모인 그들이 다 하나님의 사람은 아니기에....
불편한 시선으로 장애인을 대할찌라도... 외모로 보시지않는 하늘 아버지가 내 아버지시기에...
전 당당하게 삽니다.
힘 내시고 강건 하세요
느리게 불안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그 마음과 처지를
이해하고 기다려주기엔 현대를 사는 건강한 사람들이 너무 빠릅니다.
견디지를 못합니다. 사랑도 미움도 포기도 도움주는 일조차...
치매 걸리신 시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인천 삼산동에서 여의도 성모병원까지 택시와 전철을 이용해서 다녀온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택시를 부르니 장애인이 아니라서 안되지만 다른 방법으로 등록은 시켜줬는데 2시간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하고 대기자가 몇백명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장애인 택시가 많이 부족하다는것에... 휠체어를 가져가야 하는데 집에서 전철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안에 ㅣPG 통이 있어서 트렁크문을 열고 갔는데 지하철역도 인천지하철역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칼레이터가 없어서 휠체어로 이동할수가 없어서 다시 1호선 전철역으로 가서 대방역까지 이동했는데
택시기사님이 내려서 휠체어를 트렁크에 넣어 주시는 분이 있었고 제가 직접 휠체어를 트렁크에 넣고 꺼내고 해서 집까지 돌아왔는데 얼마나 힘들었던지... 시어머님이 걸을수 있어서 가능했지만 장애인이 한번 외출을 하려면 얼마나 힘든것인지 체험했습니다. 병원이니까 휠체어가 다녀도 방해가 안되었지만 다른 곳이라면 불편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요즘은 너무 빠르게 사는 세상이라 제 자신도 시간에 쫒겨 마음이 급한것을 볼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생각보다 현실이 각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