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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정보원
 
 
카페 게시글
농촌사회사업 스크랩 가랑비 젖듯이, 바느질 처음 하듯이
이주상 추천 0 조회 54 09.09.07 23:4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아이들을 새로이 만나는 월요일,

가랑비 젖듯이 찬찬히

아이들과 지역사회에 선향 영향을 주고,

덕이 되는 사람이길 바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괜시리 별 이유도 없이

실천하기에 앞서 마음이 급해지려 할수록

 

사람의 인격, 지역사회 관계는

바느질 처음 하듯 찬찬히, 조심스레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해야함을 상기합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특히 아이들을 만나는 일,

당장에 선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사람으로 지녀야할 마땅한 인격'을 생각하며 일하나

본이 되거나, 모범을 보이거나

마음 상하지 않게 책선 혹은 정중히 부탁하고 의논하는 일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웠답시고

특별한 말재주, 대화기술 쓸까 조심스럽습니다.

 

'저 선생님은 말은 참 잘 하는데, 진심이 느껴지질 않아'

라고 느낄까봐 오히려 그게 더 두렵습니다.

 

아이들과 걸언하며 서로 소통하는 

사람 사이 진정한 마음의 진동보다

 

외향, 말투, 제스처, 화법이 앞선다면

그 때 당장은 어떻게 넘어가더라도

그 다음 그리고 그 나중을 어떻게 감당할지 자신이 없습니다.

 

현란하고 교묘한 말로 아이들 마음을 헤집기보다

서투르고 어설픈 말 하나라도

아이의 인격, 마땅한 삶을 생각하는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광활, 섬활 1, 2기 대선배들의 앞서간 길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인격이 쇠약해져가고

지역사회 이웃과 인정이 메말라가는 곳에

 

아이들 삶의 바탕이 될 인격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지역사회에 걸언하고 본을 보이며, 섬긴 선배들을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광활, 섬활하러 가는 철암과 생일도야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아이들의 나누고 아끼는 마음과

선생님들 챙기는 마음에 감동하지만

 

광활, 섬활 1, 2기 선배들이 처음 갔던

그 곳은 어땠을까요.

 

사회사업적 오지는 아니었을런지요.

 

지역사회 인정과 이웃 관계도 당연하지만

특히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인격,

 

아래 사람, 약한 사람 보살피고 윗사람 공경하며

인사할 줄 알고, 범사에 감사하는 아이들 됨됨이를 기르고자 했던

시골사회사업 대선배들의 첫걸음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을지 절감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리 없기에,

그저 마땅하다 여기는 바를

평범하기 그지없는 예와 덕으로

아이들에게 걸언하며 만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거기서 찾는 작은 감사, 감동이

오히려 제게 큰 복이요

일하는 보람과 재미, 맛입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도서관에 아이들이 오기 전에

대청호 주민연대 간사시자

천연화장품 만들기 강사로 도서관에 오시는,

유은하 선생님께 내일 아이들과 다락방 탁자를 꾸며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무조건 선생님이 다 하시기보다

아이들이 함께 할 여지가 남아있게 해달라 부탁드렸더니

아이들이 탁자에 그리고픈 그림을 미리 정해달라 말씀하십니다.

 

 

오후에 온 정빈이, 유종이, 용혁이, 유준이.

마음이 잘 맞고,

야구를 함께 하길 즐겨하는 6학년 남자 아이들입니다.

 

다락방 꾸밀 일을 의논합니다.

당장 우리가 가진 것이 없고, 아는 것도 적으니

도서관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하여 알아보자고 제안합니다.

 

먼저 탁자에 어떤 그림을 그리면

선생님과 다락방에서 좋은 분위기로 얘기나눌 수 있을지 묻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고학년, 저학년, 여자 아이, 남자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그림을 그릴까 하는데

보통 그런 그림, 캐릭터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여러가지 나오긴 했지만

'도라에몽'이라면

아이들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할 거라 추천합니다.

 

또 인터넷에 아이들방 꾸며놓은 사진들을 보면

다락방을 꾸미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묻자

한 번 찾아보자 합니다.

 

유종이는 단어를 잘 조합할 줄 압니다.

인터넷 검색할 때,

'어린이방인테리어'라는 키워드를 금방 만들어냅니다.

 

자기 취향, 좋아하는 바, 자기 주장이 또렷합니다.

그리고 그걸 말로 잘 표현할 줄 압니다.

 

유준이는 꼼꼼하게 사진을 살피고

집중력있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봅니다.

집중력이 참 좋습니다.

 

정빈이는 사진 속, 마음에 드는 소품을 잘 찾아냅니다.

예리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의견을 취합하니 그럴싸한 구성품들이 완성됩니다.

현실성 여부를 의논해야겠지만

 

카펫(동물 모양, 원형도 좋다),

앉기 좋은 딸기나 원형 쿠션,

인형(곰인형, 캐릭터 인형 등등),

벽걸이 시계,

그림이나 사진을 넣을 수 있는 액자

 

와 같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스스로 잘 찾고 말해주어 고맙습니다.

 

 

다락방 꾸미기도 의논하고

간식과 관련해서도 의논할 것이 있어

오후 5시에 어린이 회의 하자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모이고,

간략하게 준비한 PPT 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합니다.

 

'다락방을 어떻게 하면 잘 꾸밀 수 있을까?'

'다락방 탁자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남자 아이들과 의논해서 나온 의견들을 먼저 제시하고

의견을 보태달라 말했습니다.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 사이에 생각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통분모 또한 찾아보면 있습니다.

다들 탁자 꾸밀 때 하기 적당하다 싶은 캐릭터는 '도라에몽'이고

구성소품은 이미 나왔던 것들과 비슷하게 제안합니다.

 

다음 차례 주제는

'간식'입니다.

 

먼저 PPT에 나와있듯이

"공판장 아저씨, 아는 사람?"

하고 물었습니다.

 

"저요!""저요!!"

여러 손이 올라갑니다.

 

"공판장 아저씨께 고마운 일이 있거나

 아저씨가 자기한테 잘 해준 적 있니?"

라고 물었습니다.

 

"저요!"

"저요~!" 하고 외치는 아이들.

한 명씩 얘기를 듣습니다.

 

(하영이) "도서관 원두막 지어주셨어요."

(의선이) "저랑 지혜랑 김치부침개 갖다드릴 때, 아이스크림 주셨어요."

(남자 영빈이) "치킨배달 해주셨어요."

"돈이 모자랄 때 깎아주셨어요."

 

"와, 진짜 많다. 정말 고마우시다.

 며칠 전에 공판장 아저씨께서

 동네 아이들 간식으로 먹으라고 쌀국수를 도서관에 주셨어요.

 오늘은 이 쌀국수로 간식을 먹을까 하는데, 

 

 이렇게 고마운 일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편지나 쪽지를 쓸까요?

 직접 이따 가서 감사하다 인사드릴까요?"

 

편지, 쪽지 쓸 아이들은 색지와 연필을 갖고

꾸미기 시작합니다.

 

연희는 글씨를 잘 못 써서 한 번,

종이를 잘못 써서 두 번 종이를 바꿔가며 편지를 씁니다.

 

"나한텐 슈퍼 아빠에요."

 

연희가 심부름 갈 때마다

아이스크림이며, 과자며 쥐어주셨답니다.

 

 

직접 가서 인사드리겠다는 아이들도

참 많습니다.

 

아이들이 쌀국수를 먹고나니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아이들이 마을순환버스 타고

집에 가는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지금은 6시 20분입니다.

 

도서관에 정리할 것들은 남아있고

먹고 가기 바쁘겠구나 싶어

 

이것저것 정리하려는 찰나,

 

어느새 관장님 딸, 영빈이가 여기저기 다니며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서 동생, 친구들에게도

이것저것 해달라 부탁합니다.

 

시킨 적도 없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이미 잘 하고 있으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도서관에 처음 일하던 날,

청소 도와달라 부탁했을 때

"그건 선생님이 해야죠!"했던 영빈이가

앞장서서 하고 있음에 놀라고 감동합니다.

 

 

아이들이 이럴수록 감사합니다.

때때로 아이들 작은 말 한 마디에 놀라고 마음이 상하기도 하지만,

찬찬히 성숙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감동하고 감사합니다.

 

정리 마치고 앉아있는 영빈이에게 말합니다.

"영빈아, 정리 잘 해줘서 고맙다."

 

아이들 만나면서 이런 작은 일 하나에

감동, 감사하다보면 그 날 있던 안 좋은 일이란 대수롭지 않습니다.

특별히 문제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예 잊어 먹어 버릴 때가 더 많습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아이들은 주로 버스를 타고 갑니다.

 

직접 가서 감사인사드리겠다던 아이들 계획은 조금 어렵지만,

이 비오는 가운데라도 직접 가서 인사드리겠다는 연희가 있습니다.

 

"제가 줄 거에요!"

본인이 쓴 편지는 직접 주겠다며 연희가 챙겨갑니다.

 

챙겨모은 아이들 편지묶음이 묵직합니다.

 

마침 가족이서 저녁식사중이시길래

'간단히 인사드리고 전하고만 가야지' 생각했는데

들어온 김에 밥 먹고 가라십니다.

 

아이들 감사인사 덕에

제가 밥 얻어 먹습니다.

 

아이들이 누릴 인복을

아이들 덕에 제가 받습니다.

 

"편지 다 보려면 밤새야겠는데? 허허"

 

편지 묶음에 놀라시며

박상기 아버님이 너털웃음을 터뜨리십니다.

 

"하하하. 철물점 손자 진모라고 해놨네."

"하하, 이중문씨 둘째 딸 소영이 라고 해놨네~ 정말 맛있었다네? 고마워라."

"쌀국수라 애들 입에 맞을까 했는데, 잘 먹었네."

 

덩달아 기분 좋아지신 공판장 여사장님,

김현자 어머님도 맞장구 치십니다.

 

"쌀국수 하나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나~"

"그러게, 정말."

 

박상기 아버님은 동네 아이들을 유심히 살피는 귀한 이웃입니다.

 

아이들이 무엇 사러 와서

잔돈이 모자라면 그냥 보내기도 하고,

마을에서 아이들 인사도 친절히 잘 받아주는 분입니다.

 

"동준이가 아버님이 인사하면 잘 받아주셔서 고맙다고 하던걸요."하자

"아유, 원래 동준이가 머~얼리서 봐도 어른들한테 인사를 참 잘 하대" 하십니다.

 

동네 아이들 유심히 보는 박상기 아버님 한 분 계시니

연주리 면소재지가 아이들에게 아늑한 품입니다.

 

좋은 이웃 한 명, 벌써 알게 되고

무슨 도울 일 있을 적마다 

적극 나서 돕겠다 말씀해주시니

타향살이 외로운 줄 모르겠습니다.

 

좋은 이웃 한 명에 든든한 마음과 반가움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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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08 09:33

    첫댓글 고맙다 주상... 조심해야 할 바를 아니 대견하다.

  • 09.09.08 11:04

    이주상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뜨끔 합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생각한 바를 적고 공유해주니 고맙습니다.

  • 작성자 09.09.09 17:21

    과분합니다, 영미 누나. 많이 가르쳐주시길 기대합니다.

  • 10.07.25 23:15

    모셔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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