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지는 별
곽경덕
말하자면 저 지구는 저개발 지구다
그들은 지구전에 강하게 길들어 왔으므로
맺고 끊는 버릇이 뚜렷하다
먼저 물이 끊기고 이어 불이 나간다
물세례로 끊어내고 다음 불기둥을 세워 잇는다
거리를 끊고 바리케이드로 잇고
서로 말이 끊어진 자리에 아우성을 이어 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에 지구는 따로 없다
말하자면 저 지구는 재개발 지구다
그들은 지구력을 바탕으로 버텨내므로
수 금 지 화 목 토, 날마다 해와 달을 껐다 켠다
겹겹이 덮인 판자로 지붕을 엮어 살던 별들이
남아야 할 눈길과 떠나야 할 발길로 엇갈리는,
이제 저 골목의 별들은 서로 멀어지고 있다
저녁녘 내려와 조잘대던 샛별들 볼 수 있을지
새로 펼쳐질 미리내, 다시 세 들어 잘 수 있을지
뜨겁게 달궈진 별들이 움직이고 있다
말하자면 난개발된 이 지구는
별은 별들대로 지구는 지구대로 제 갈 길 가고
밤이면 지구별로 불빛을 밝히는 미리내 마을,
날 때부터 23도쯤 기울어진 지구地球
한 번쯤 기울었던 자들이 모인 철거민 지구地區
눈 부릅뜨고 밝히던 달이 반쯤 감겨 졸고 있다
쓰러진 망루望樓쪽으로 별들이 식어 간다
아웃사이더outsider
바깥쪽으로 돌아야 한다
오른손잡이를 만나면 오른쪽 밖으로
왼손잡이를 만나면 왼쪽 밖으로 돌아야 한다
링에 오르면 혼자다 보는 이들을 잊어야 한다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무릎을 굽히고 끈질기게 거리를 둔다
한쪽 손을 끊임없이 내밀어 준다
언젠가 맞받아칠 한 손을 턱 밑에 감춰 두고
눈싸움을 피하고 눈빛을 봐야 한다
빈틈을 보여도 좋다 빈 곳을 찾아야 한다
같은 걸음으로 휩쓸려 따라가면 길을 잃는다
아웃복서는 피해 가는 쪽에서 길을 만든다
지칠 수 있고 쓰러질 수 있다
지치는 힘이 남아 있어 지치고
쓰러질 수 있는 숨이 남아 있어 쓰러진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러나 지칠 수 없고 쓰러질 수 없다
지칠 수 있는 힘줄마저 지쳤고
쓰러질 수 있는 숨길마저 쓰러졌다
처음과 같은 몸짓을 잃으면 스스로 무너진다
주고받기를 거듭해야 한다
때로 한쪽 눈이 부어오를 것이다
부은 눈을 감으면 남은 눈이 부릅떠질 것이다
구석에 몰려도 비껴만 맞으면 맷집이 버텨준다
빠져나갈 때는 귀신도 모르게
맨발의 신身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듯
이제 숨겨둔 한쪽 손으로 짧고 굵게 맞받으며
신身이 신을 신는 찰나에 돌아서 빠져나간다
언제나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한다
머리가 옆구리에게 옆구리가 머리에게, 아직은?
링 위에는 때로 공이 울리지 않는다
드세게 휘두르는 자일수록 자주 끌어안아야 한다
아직도 이 네모진 세상은 인-파이터의 정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