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2 (금) 민주 '압도적 과반'·與 3연패… 야권 192석 확보
더불어민주당이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4년 전에 이은 '압승'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 3연패를 당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도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의 '참패'다. 개표율이 약 98%를 기록한 11일 오전 5시 현재 민주당은 서울 강남권과 경기 동부권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석권했다. 총선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서울 48곳 중 37곳, 경기 60곳 중 53곳, 인천 14곳 중 12곳을 확보했다. 수도권 전체 122석 중 102석을 싹쓸이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서울 '한강벨트'에서 중성동갑·을, 영등포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마포을, 동작갑 등 격전지를 가져왔다. 여기에 '텃밭'인 호남(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하고, '중원'인 충청권에서도 28석 중 21석(대전 7석, 세종 1석, 충남 8석, 충북 5석)을 확보했다. 영남·강원권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보인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으로만 단독 과반인 161석을 확보했다. 지난 총선(지역구 163석)과 비슷한 규모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19석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 3구'를 수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동작을을 탈환하고 마포갑과 도봉갑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11석이라는 성적표에 빛이 바랬다. 인천(2석)은 지난 총선과 같았고, 경기(6석)는 오히려 1석 줄었다. 충청권에서도 대전과 세종은 지난 총선에 이어 '0석'을 기록했고, 충북도 3석으로 지난 총선과 같았다. 충남은 지난 총선보다 2석 줄어든 3석에 그쳤다.
대구·경북의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부산·울산·경남에서 40석 중 34석을 확보하는 등 전통적 강세 지역인 영남권을 지켜낸 것은 성과다. 개표가 98% 진행된 11일 오전 4시 30분을 기준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격전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부산·경남 등 영남권 격전지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했다. 국민의힘 지역구는 90석으로, 지난 총선(84석)보다 다소 늘었지만, 민주당에 견주기는 어려운 규모다. 이밖에 새로운미래(세종갑), 개혁신당(경기 화성을), 진보당(울산 북구)이 각각 1곳을 확보했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는 약 87% 개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37.41%로 가장 많이 득표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더불어민주연합은 26.40%, 조국혁신당 23.83%, 개혁신당 3.51%다.비례대표 당선권은 국민의미래 19석, 민주연합 13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으로 각각 지상파 3사 시스템이 예측했다.
민주당(161석)과 민주연합(14석), 여기에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1석), 진보당(1석)까지 더하면 192석에 달하는 '반윤 거야'(反尹 巨野)가 탄생하게 된다. 이념 구도로 보면 188석의 범진보좌파 연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개헌선(200석)을 내주지 않으면서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지난 4년에 이어 향후 4년 동안 야권에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됐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에 비례대표(더불어시민당) 17석을 합쳐 180석을 차지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03석, 무소속을 합쳐 107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완패한 바 있다.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압승은 임기 3년여를 남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해졌고, 향후 국정 운영 기조에도 대대적인 변화 요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과 후보들의 자질을 둘러싼 각종 논란 속에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세지면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등에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이 민주연합 일부 세력 및 군소 야당 등과 손을 잡고 20석을 확보,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민의힘이 받는 압박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의 책임론을 놓고 당정 관계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도 일 수 있다.
개표 막바지까지 엎치락뒤치락…‘초박빙’ 승부 지역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벽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 승부를 펼친 지역구들이 속속들이 결과를 보이고 있다. 22대 총선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4월 11일 새벽까지 접전이 벌어진 지역으로는 서울 송파병, 광진을, 중·성동을 경기 하남갑 등이 있었다. ‘강남 3구’ 가운데 ‘보수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송파병에서는 오전 5시 10분 99.97% 개표가 진행되며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남인순 후보는 8만350표(51.04%)를 얻어 7만7070표(48.95%)를 얻은 김근식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서울 광진을에서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50.35%)가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48.74%)와의 초접전 끝에 재선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고민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도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2.55%p(2746표) 차이로 힘겨운 승리를 거머쥔 바 있다. 고민정 후보는 이날 “그래도 4년 전보다는 조금 일찍 잠재워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어쨌든 굉장히 어려운 선거였다”고 말했다. 서울 중·성동을에서는 오전 4시에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박성준 민주당 후보가 50.81%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상대인 이혜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간격 차는 단 2770표였다.
경기 하남갑에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가 계속됐으나, 이날 오전 4시 개표가 완료되며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50.6%를 득표해 이용 국민의힘 후보(49.4%)를 힘겹게 이겼다.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선 추미애 후보가 이용 후보를 크게 앞섰으나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맹렬한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 화성을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공영운 민주당 후보 간 초접전이 주목됐다. 이 후보는 지난달 경기 화성을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영운 후보와 20%p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정당보다 인물론을 내세우며 공영운 후보를 추격한 끝에 오전 3시 36분 기준 2.84%p(3465표) 격차를 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 지역구 현역인 김민석 민주당 후보는 박용찬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펼친 끝에 50.18%를 얻어 박용찬 후보를 약 1100표 차로 꺾었다. 이날 오전 3시 30분까지도 개표가 진행된 성남분당을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52.5%를 얻어 47.5%를 얻은 김병욱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했다.
4월 11일 22대 총선 지역구 개표 결과가 드러난 가운데 최소 투표 차이로 당선된 후보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이종욱 국민의힘 후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100% 진행된 이날 오전 5시 37분 기준 이 후보는 5만1100표(50.24%)를 얻어 5만0603표(49.25%)를 득표한 황기철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497표(0.49%)를 앞섰다. 앞서 투표 마감 직후인 4월 10일 오후 6시쯤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이종욱 후보가 44.9%, 황기철 후보가 55.1%를 각각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보수 성향이 강한 진해에서 처음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출구조사와 달리 개표가 시작되자 두 후보는 치열한 접전을 거듭했고 결국 이종욱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종욱 후보는 당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믿어주신 만큼 진해를 확실히 발전 시키고 따뜻한 정치, 민생을 위한 정치, 함께하는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전국 254개 지역구 중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후보는 돌아온 OB,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동영 민주당 후보는 11만7407표(82.08%)를 받아 1만7589표(12.29%)를 득표한 전희재 국민의힘 후보를 9만9818표(69.79%) 차이로 크게 앞섰다. 앞서 4월 10일 오후 6시쯤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도 정동영 후보는 79.1%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개표가 시작되자 정동영 후보는 상대 후보를 크게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개표 약 2시간 뒤인 오후 8시 55분쯤 국회 정동영 후보의 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부착했다. 2016년 민주당을 탈당한 뒤 지난 2022년 복당한 정동영 후보는 이번 22대 총선에 당선됨으로써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3수 끝에 설욕전·8년 만에 금배지… 산전수전 국회 재입성
22대 총선 당선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역경 끝에 배지를 거머쥐게 된 의원들의 정치사에도 관심이 모인다. 세 번의 재대결 끝에 설욕전에 성공한 당선인부터 약 10년 만에 여의도 재입성을 확정한 당선인까지 22대 국회 구성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는 박수현 민주당 후보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해 설욕전에 성공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박수현 민주당 후보는 6선에 도전하는 현역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맞붙었다. 두 차례 모두 박수현 후보가 패배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 후보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4년 전 총선 전국 최소치인 171표차를 기록했던 인천 동구미추홀을에서는 윤상현 국민의힘 후보가 남영희 민주당 후보와 리턴매치를 벌였다. 이날 오전 3시7분 기준 91.26%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윤 후보는 5만4361표(51.14%)를 얻어 5만1923표(48.85%)를 확보한 남영희 후보를 2438표차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18년 만에 리턴매치를 성사한 경남 양산을에서는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두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3선 김태호 후보는 이번 총선 전 당의 요청에 따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에서 양산을로 옮겨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김태호 후보는 2006년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김두관 후보와 맞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민주당 탈당 후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미래 후보로 세종갑에 출마한 김종민 후보는 이날 오전 3시 21분 81.49%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4만1155표(43.64%)를 확보한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를 1만1975표차로 누르고 당선을 확실시했다. 당초 민주당은 세종갑에 이영선 후보를 공천했지만 갭 투기 의혹에 따라 공천 취소를 결정하면서 김종민 후보가 류제화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치게 됐다. 김종민 후보는 '갈 곳을 잃은' 민주당 지지표를 다수 흡수하며 제3지대 정당에서 국회 재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정치 9단' 박지원(81세) 민주당 후보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현역으로 국회에 재입성한다. 14대 비례대표에 이어 목포에서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지원 후보는 21대 총선에서 김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하며 5선 도전이 무산됐다. 이번 총선에서 박지원 후보는 92.35%의 득표율을 기록해 곽봉근 국민의힘 후보를 7만1843표차로 앞서며 22대 국회의원 중 최고령으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최민희 민주당 경기 남양주갑 후보는 8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한다. 최민희 후보는 유낙준 국민의힘 후보와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 지역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삼자 대결에서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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