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substantia nigra)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기저핵(basal ganglia)에 도파민 결핍이 생기고 운동 장애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를 부검해 보면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되어 생긴 ‘루이소체(Lewy body)’가 발견되는데, 이 루이소체는 중뇌에만 국한되지 않고 뇌의 여러 영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운동 장애뿐만 아니라 여러 비운동 증상들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증상
파킨슨병의 주요 운동 증상으로 서동증, 안정시 떨림, 근강직, 자세 불안정 등이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서동증이 있으면서 안정시 떨림 혹은 근강직이 있을 경우 파킨슨병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서동증(bradykinesia)’이란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으로, 팔다리에 힘이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 근력이 저하된 것은 아닙니다. 행동이 느려지면서 표정도 점차 무표정해지고 목소리와 글씨 크기도 작아집니다.
‘안정시 떨림(resting tremor)’이란 팔, 다리, 혹은 턱이 완전히 이완된 상태에서 떨리는 것을 말합니다. 물건을 집거나 무언가를 하려고 팔을 뻗을 때 떨리는 수전증 양상과는 구별이 필요합니다.
‘근강직’이란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여 움직일 때 관절이 뻣뻣하고 저항이 생기는 것을 말하며, 신경과 등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의 진찰 소견이 중요합니다.
‘자세 불안정’이란 균형 잡기가 힘들어지면서 종종 넘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파킨슨병이 진행하게 되면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발을 끌거나 종종걸음을 걷게 되는데, 일부에서는 발걸음 자체를 떼기 힘들어하거나 저절로 걸음이 빨라지다가 앞으로 넘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넘어지는 증상이 파킨슨병 발생 3년 이내에 생긴다면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질환(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일 가능성도 다시 고려해야 합니다.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 외에도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냄새를 못 맡거나, 변비, 렘수면 행동장애(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증상), 우울한 기분 등이 선행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파킨슨병이 진행하면서 기립성저혈압 등 자율신경계 이상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10년 이상 파킨슨병을 앓은 환자의 30% 이상에서 치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원인
파킨슨병은 대부분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특발성입니다. 40-50대 젊은 나이에 발병한 경우 유전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약물이나 뇌염, 외상, 혈관성 병변 등 어떤 특정한 원인에 의해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이라고 하며, 특발성 파킨슨병과 다른 임상 경과를 보이게 됩니다.
파킨슨병의 진단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력과 증상을 자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파킨슨 증상(서동증, 떨림, 근강직, 자세 불안정)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원인으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이차성 파킨슨증후군) 혹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퇴행성 뇌질환(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은 아닌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상적으로 파킨슨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방출단층촬영(18F-FP-CIT PET 등)을 시행해 기저핵의 도파민 결핍을 확인하고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 파킨슨 증상을 유발할 만한 다른 구조적 원인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파킨슨병의 경우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는 육안적으로 큰 이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파킨슨병의 치료
현재로서는 파킨슨병 증상 조절을 위한 약제만이 의학적 근거가 있고,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신경보호 혹은 질병조절치료는 성공한 것이 없습니다.
파킨슨 증상 조절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약물치료로서, 기저핵에 결핍된 도파민을 외부에서 공급해주는 것이 치료의 원리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은 레보도파 (levodopa)로서, 혈액-뇌 장벽을 통과한 후 뇌에서 도파민으로 대사됩니다.
이외에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해 도파민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도파민 효현제(dopamine agonist), 몸 안에서 레보도파 혹은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카테콜-O-메틸기전달효소(COMT) 억제제나 모노아민 산화효소(MAO) 억제제, 안정시 떨림 증상 조절을 위한 항콜린성 제제 등 다양한 약제가 있습니다.
보통 환자의 특성(나이, 파킨슨병 운동 장애 정도, 동반 질환 등)과 발생 가능한 약물 부작용을 고려해 어떠한 약제를 사용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대부분은 처음 몇 년간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으나, 병이 진행하게 되면서 약의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하거나(운동동요현상, motor fluctuation) 이상운동증(dyskinesia)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뇌심부자극(deep brain stimulation)은 뇌의 표적(시상하핵, 내측창백핵 등)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파킨슨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자기공명영상 유도하 고집적 초음파 수술(magnetic resonance-guided focused ultrasound surgery, MRgFUS)은 비교적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뇌의 표적에 국소적인 열에너지를 발생시키고 파괴함으로써 파킨슨 증상을 개선시킵니다.
한편 이러한 수술적 치료는 파킨슨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아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지, 수술을 받아야 할 시점은 언제인지 등은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보는 신경과, 신경외과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파킨슨병에서 신경 퇴행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 유전자, 염증, 산화스트레스 등을 타겟으로 한 여러 임상 연구들이 진행 중이며, 도파민 신경세포이식, 줄기세포치료 등도 연구 중에 있습니다. 또한 파킨슨병의 다양한 비운동 증상에 대해서도 약물, 운동, 정신적 지지치료 등이 필요할 경우 시행하게 됩니다.
주의사항
파킨슨병은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치매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환시(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 동물 등이 보이는 증상)은 인지기능저하가 이미 발생했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증상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서 인지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킨슨병 약물치료에 사용하는 레보도파는 음식물과 함께 먹는 것보다는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흡수가 더 잘 됩니다. 따라서 흡수를 방해하는 육류 같은 고단백 식사와는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화제, 정신과 약물, 어지럼약 등의 일부는 파킨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 이러한 약제를 새로이 복용하게 될 때는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석종 교수 > 7/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