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 없는 ‘마라톤 안티 기사’ 정체는 병원 광고 | |||
마라톤은 건강 관련 기사들의 오랜 먹잇감이 돼왔다. 운동중독이나 과운동에 의한 부상을 주제로 하는 기사에선 마라톤이 단골로 등장해 십자포화를 맞는다. 350만 동호인이 즐기는 국민생활스포츠가 됐음에도 마라톤이 오래 전부터 가져온 ‘극한 스포츠’ 이미지 때문에 언제나 타킷이 되는 것이다. 마라톤 대중화의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인터넷 매체에 쏟아지는 기사 중엔 밑도 끝도 없이 마라톤의 해악을 고발하는 ‘묻지마식 안티 기사’도 상당수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컨대 지난 5~6월 사이 각종 매체에 게재된 네 편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무리한 마라톤 관절건강에는 ‘독’ [경향신문 2015.05.28]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마라톤이 무릎관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근거나 예시는 없고 지적과 우려만 나열돼 있다. 또한 마라톤이란 단어를 ‘사이클’이나 ‘등산’으로 바꿔도 무리가 없을 만큼 선명성 없는 두루뭉술한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들도 매우 선정적이다. ‘무리한’이라는 전제 하에 마라톤을 ‘독’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상에 무리해도 좋은 게 어디 있는가?
재미있는 것은 네 편의 기사가 거의 같은 내용을 거의 같은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마라톤을 하다가 반월상연골판 손상 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어 ‘마라톤은 무리하게 할 경우 관절에 무리를 줘서 무릎부상을 당할 수 있다’며 상식 수준의 조언을 곁들인다. 기사는 ‘무릎관절 내 반월상연골은 마라톤 부상이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운동과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통증이 지속되면 신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쓰고 있다. 기사 말미엔 공통적으로 ㅊ병원 ㅇ원장의 코멘트가 달려있다.
간단히 말해서 네 편의 기사는 관절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 기사형 보도자료를 그대로 배껴 실은 일종의 간접 광고다. 거창한 제목과 달리 알맹이가 없었던 이유는 애초에 기사의 목적이 병원 홍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기사가 반복 재생산되는 동안 마라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며 건전하게 달리는 러너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
당장 이 무책임한 기사들을 인터넷상에서 걷어낼 수 없다면 러너들 스스로 제대로 된 글을 찾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접 달리면서 임상의로 활동 중인 의사들의 글은 동호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달리는 의사들’에서 활동 중인 이동윤 원장과 김학윤 원장은 각종 칼럼이나 기사,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임상 노하우와 지견을 전파하는 몇 안 되는 의사들이다.
Copyrights ⓒ 러닝가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