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이야기
남편이 산불을 내고 22시간 넘게 온 산이 잿더미가 되었다.
3년후
동네 아줌마들은 산에 고사리가 났다고 난리였다.
한 번 산에 갔다 오기만 하면 바구니가 가득 찰 정도로 꺾어 왔다.
날마다 많은 사람이 꺾어도 그 양만큼은 꼭 꺾어 왔다.
완전히 고사리 밭이라고 난리였다.
한번도 산에 가본 적이 없는 나는 궁금해 미칠지경이었다.
어느해던가 고사리를 꺾으러 8번을 산에 갔었다.
온 산이 고사리 밭이었다. 신기했다.
처음 꺾었을때가 생각난다.
뱀이 있을까봐 무서웠고 고사리가 눈에 잘 안보여 어찌 눈이 아프던지.....
그 날 저녁 고사리 꺾는 꿈까지 꾸었었다.
두 번 꺾은 것은 우리가 먹고, 세 번 꺾은 것은 어머님 드리고........
줄 사람이 자꾸자꾸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번 한번만 더 가면 누구 주고, 다음에는 누구 주고........하다 보니까 8번까지 간 것이다.
줄 사람이 없다면 꺾는 재미도 없었고, 산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 날은 늦게 "다들 가셨겠지" 생각하고 혼자 베낭을 메고 고사리 산에 간 적이 있었다.
먼저 와서 계실 줄 알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나 가슴이 철렁하던지" 무섭기까지 해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어떡하나 그냥 빈 가방으로 갈 수도 없고.....무섭고.......
"에라 모르겠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작정하고" 내 몸을 산한테 맡기로 했다.
산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제일 무섭다는 소리도 들었다.
나를 포기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어슬렁 어슬렁 천천히 고사리를 꺾었다.
그 날 처음으로 많은 고사리를 꺾어 보았다.
뱀을 두번이나 봤는데도 무섭지도 않았다.
산 밑에서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소문을 듣고 옆 섬에서도 배를 타고 아줌마들이 온다.
그 해는 많은 고사리를 꺾어 많은 분들께 드릴 수 있었다.
손님이 오시면 나물도 해 드리고 육개장도 해드린다.
봄에 바다일이 많아서 올해는 갈 수가 없었다.
며칠 전에 까만 비닐봉지에 고사리가 현관 앞에 놓여 있었다.
어떤 아줌마가 놓고 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아줌마한테 물었다.
"우리집에 고사리 갔다 놓으셨어요" 아니란다.
보는 아줌마들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행여 고사리 주지 않나"하고 여겨질 것 같아
물어 볼 수도 없었다. 며칠후 남편 친구분 어머니가 주셨다고 했다.
여름에 그집에 식중독으로 온 가족이 고생을 했을때 담은 메실 엑기스를 한병 몽땅 드린 적이
있는데 그 고마움을 못 잊어나 보다.
올해부터는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해 고사리가 줄어 든다고 한다.
남편은 그 고사리 "다 내거라고"........
불이 난 산에 3년이 지나면 고사리가 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머언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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