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 정구지
류윤모
햇 정구지는 아시 정구지라 해서
집 나간 입맛도 당겨오는
시어미하고도 나눌수 없는 별미라는데
서슬 푸른 낫질로
싹수마저 싹둑, 도려냇는데도
촉촉한 봄비에며칠새 몰라보게 웃자라 있네
그 생명력 베어도 베어도 돋아나는
독한 그리움 같은 거라면
멀리서 오는 주인 기척 미리알고
흩어진 머리와옷매무새부터 가다듬는
어디엔가 숨겨둔 어여쁜 애첩인양
수시로 찾아가
다정다감한 손길로 쓰다듬어주고
이뻐해 준들 어떠리
온종일 주룩 주룩
우울하게 비내리는 날이면
장화에 우산 쓰고텃밭으로 나아가
손에 잽히는 대로 섬벙섬벙 베어다가는
홍합에 알딸딸한 땡초 몇개,홍고추 두어개쯤 썰어넣고
정구지 전이나 척척 뒤집어
거 좋다. 막걸리 한잔 독작하는 재미는 어떻고
먹다 남으면 믹서로 싹싹 갈아그 물에
포르스름한칼국수도 밀어 먹고
생으로 무쳐먹고 절여 먹고찜쪄먹고도 남는다면.
미친년 궁둥짝만한 밭 한 귀퉁이 쯤
자르지 말고 방치해 두면 어떨란가
잊힌 듯 만듯 오다가다 생각나
헛헛한 발걸음으로 찾아들면
어느새 쑥쑥 밀고 올라온 대궁 끝마다
흰 꽃별 들 자잘하게 흔들리는
눈에 아삼삼
철지난 바람농사
평생에 어렵사리 일구어낸
무허가의 밭 한뙈기
하늘 아래 땅위에
씻을 수 없는 죄라도 지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