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 이창호, 이세돌 9단이 함께 점심식사한 자리. |
종일 '李-李전'을 보느라 피마르고 살떨리시죠? ^^;; 이쯤에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의미에서 돌발 퀴즈 하나!
위 밥상은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마주보며 함께 먹은 점심식사 자리다. 원래 대국자끼리는 같이 식사를 하더라도 정면으로 마주보며 앉지 않으려 한다. 즐거워야 할 식사자리까지 오월동주해 소화불량(?)을 자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식당에 먼저 자리를 잡고 수저를 뜨기 시작한 건 이세돌 9단이었다. 그런데 조금 늦게 나타난 이창호 9단이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는 게 아닌가. 빈자리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순간 긴장한 주변 사람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얼른 자기 앞에 놓인 앞접시를 선배에게 건넸다. 오전 내내 반상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인 맞수였어도 식탁에서는 다정한 선후배였다. 관전자들에겐 어색하기 그지 없는 '적과의 식사'였으나 외관상 덤덤해 보였다.
자, 그런데 한 사람은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더 떠다 먹을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보였고 다른 한 사람은 서너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했다. 바둑의 형세가 나쁘면 밥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 머리가 복잡하면 식욕이 당길 리 없다. 하지만 꿈이 반드시 현실과 반대로 나타나지 않듯 식욕과 형세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가지 더 알쏭달쏭 참조사항을 말씀드리면,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은 대국 전날 유성으로 내려왔다. 이세돌 9단은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왔고 이창호 9단은 승용차를 몰고 왔다. 밤에 이세돌 9단은 동료기사들과 훌라로 긴장을 풀었다는데 땄다고 한다. 프로기사들은 보통 이런 게임에서 이기면 정작 대국에선 지는 징크스가 있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떠돌고 있지만 이 얘기를 들은 조한승 9단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나는 게임에서도 깨지고 승부에서도 깨지기 일쑤였다"고 일축했다.
자, 여러분은 아래 밥그릇이 누가 먹은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힌트로 점심시간의 대국장 풍경과 대국장면을 덧붙이니 한번 판단해 보시고 꼬릿글로 답을 올려 보시라. 정답은 대국이 끝난 뒤 [종합기사]에 밝힌다.
▲소고깃국만 몇 숟갈 뜬 채 밥은 거의 먹지 않았다. 누가 앉았던 자리일까요?
▲한 그릇을 싹싹 비우고도 모자라 더 떠 먹고 한 숟가락 정도 남긴 밥그릇. 누가 먹었을까요?
▲점심시간이지만 10분 일찍 대국장에 들어와 심각한 표정으로 수읽기를 하고 있는 이세돌 9단.
▲오후 대국이 시작된 직후 양 눈을 짚으며 매우 고민스러운 모습을 짓는 이창호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