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가 준 행운
김태우
직장생활을 해본지도 얼마 만인지 생각만 해도 까마득하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사고 직후 직장을 갖기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중소기업체에서 기능사로 근무를 하다 보니, 사무직과 거리가 멀었다. 장애로 인해 신체구조가 변해 있어 육체노동은 할 수 없어 적성에 맞는 직종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고민 끝에 길거리에서 노점상을 차려 놓아 장사를 하고 싶어도 옛날의 사회적인 지위로 타성에 젖게 하니 경제적인 활동은 당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연금을 받으며 가족들에겐 배를 곯지 않을 처지가 되니 다행이었다. 빠듯한 형편에 2남1녀를 둔 가장으로서 자식 뒷바라지를 하기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다.
왕성한 시기에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 이후로 하는 일이라곤 온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같이 변화되지 않은 생활이 무료하기만 했다. 과거로 돌일 수만 있다면 새로운 출발로 인생을 폼 나게 살 것이라 하며 허황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직장을 다닐 때엔 사소한 일로 짜증을 부리며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았던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꾹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일요일이나 휴일에도 특근이니, 야근이니 하며 밤낮으로 일에 매달려있어도 떼돈을 버는 게 아니었기에 신이 아닌 이상 불평불만은 쌓이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집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열어 소박하게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런지도 모른다. 이유는 노동에 비해 적은 보수와 회사 사장님의 잔소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회사를 다니다 장애를 입고 6년이란 기간이 흘렀지만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모든 게 낯설어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며 살고 싶은 의욕이 없었다.
집에서 실업자가 아닌 실업자로 살아오면서 먹고 자고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집밖으로 나와 취미생활로 문학 강좌나 자조모임 동아리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돈이 필요했다. 교통비 점심값 등 자판기 커피나 음료수를 뽑아 먹기 위해서도 품위 유지비가 필요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인가 문득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을 했다. 성한 몸이면 공공근로인, 취로사업 신청이 가능하지만, 척수 손상으로 걸어 다닐 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래도 소싯적 양반이랍시고 살아온 생활환경을 생각 하니 자존심이 쉽게 허락 하질 않았다. 그래도 체면을 무릎쓰고 장애인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장애인 자립 센타나 종합복지관, 읍면동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장애인 일자리를 부탁을 해 두었다. 기다리면 복이 온다고, 제주장애인 인권포럼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장애인 일자리로 동료상담을 해 보라는 얘기였다. 별 망설임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집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는 장애인을 상담하기위해 장애인 자립 센타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외출이 힘든 장애인을 찾아 나섰다. 지체 1급 전신마비 장애인 보다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 앞면 장애로 고통을 받는 장애인부터 상담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이나 화재로 얼굴이 흉한 사람을 보게 되면 거부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들도 얼굴을 아무에게 내밀기를 꺼려했다 처음에는 대하기가 힘이 들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어 갔다. '나는 걸어 다닐 수 있어 좋고', '당신은 거동이 힘이 드니 생리현상 때마다 항시 도우미가 필요해서 불편하겠다는' 등 사소한 농담으로 보이지 않은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 했다.
상담을 하는 게 거창하게 보일지 모르나, 상담 내용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요즘 어떻게 지내는 등 안부를 묻는 것에 불가했다. 그래도 상담을 하기위해 찾아온 우리에게 커피나 과일을 깎아 주면서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 비록 7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돈을 떠나 여러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동료상담이 나에게는 활력이 넘쳤다.
동료상담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밝게 살고 있어 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혼자만의 장애를 입은 듯이 꿍꿍 알아 온 것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로인해 장애란 낱말을 잠시 잊을 수 있어서 큰 수확을 얻은 셈이었다.
장애인들은 장애정도에 따라 '주차관리' 환경정리' '동료상담'으로 적성에 맞는 직종으로 나누워 일을 하고 있다. 제한된 인원으로 일을 한다고 하지만 직장으로부터 멀게만 느껴졌던 장애인 일자리를 일시적이라도 갖게 되니 흐뭇했다.
적은 액수로 급료를 받지만 노동의 대가로는 보잘것없어 보였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분으로 최저 임금의 4분이1수준이니 일을 하고 월급을 탈 때면 기쁘기도 하지만 초라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명목상 마지못한 채용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 같아서 이다. 국가에서 장애인에게 배려차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이지만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공짜로 주는 식의 직업 확산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종합복지관에서 첫 발을 들여놓은 사회 초년생 장애인들과 동료상담 과정을 얘기 하다보면 번쩍거리는 눈동자로 꿈에 부푼 모습이 역력했다. 첫 직장으로 적성에 맞아서인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직접 돈을 벌어서 사고 싶은 물건을 구입하며, 짭짤한 용돈도 챙길 수 있으니 감지덕지해야만 했다.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타서 써오다 스스로 돈을 벌게 되니 자부심이 느껴졌다.
첫 월급을 받기위해 통장 비밀번호를 수첩에 대문자만 하게 적어 놓아 여러 번 들여다보아야만 했다. 몇 년 만에 입금되는 급료이기에 감계가 무량했다. 통장에 있는 돈을 보면서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일할 수 있는 즐거움으로 하늘을 날아 갈듯 기뻤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통장에 돈이 쌓여가니 들뜨게 해서인지 조바심마저 생겼다. 그래서인지 장애인 일자리가 나에겐 하늘이 내려준 선물처럼 소중했다.
국민이면 누구나 평등하게 일할 권리가 있듯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모든 장애인들과 함께 혜택을 누렸으면 했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임시적인 방편보다는 체계적인 관리로 공영 주차장이나 관공서 '입출 입 관리' 및 관광지 서비스업 등 적성에 맞는 장애인을 뽑아 채용했으면 했다. 내년에도 장애인 일자리에 관심이 높아만 갔다.
지금 세간에는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공공사업의 부양책으로 주택사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건너다닐 수없는 징검다리를 설치하고 있지 않아 나로선 암담하기만 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현실에 맞는 복지 정책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 시킬 수 있는 일자리로 함께 어울리며 아름답고 귀천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댓글 "지금 세간에는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공공 사업의 부양책으로 주택 사업에 비젼을 제시하고 있지만 , 장애인들이 건너다닐수 없는 징검다리를 설치하고 있지않아 나로선 암담하기만 하다...."
"이런 기막힌 정부 정책을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쉬쉬하는 사이에 ~ 부자들의 세금 감면에, 복지 삭감이란 기막힌 현실이 우리나라 정부라는 답답함, ~~ 힘내십시요. 하늘은 시련을 거져 주지는 않는다 했습니다. 귀한 보상을 찾아 내십시요....!!
" 첫 월급을 받기위해 통장 비밀번호를 수첩에 대문자만 하게 적어 놓아 여러 번 들여다보아야만 했다. 몇 년 만에 입금되는 급료이기에 감계가 무량했다. 통장에 있는 돈을 보면서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일할 수 있는 즐거움으로 하늘을 날아 갈듯 기뻤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통장에 돈이 쌓여가니 들뜨게 해서인지 조바심마저 생겼다. 그래서인지 장애인 일자리가 나에겐 하늘이 내려준 선물처럼 소중했다. "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
그리고... 큰 시련을 잘 극복 하시고 승리하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루즈벨트를 생각하며 힘을 내십시오. 지난번 청주에서의 체육대회는 잘 치르셨습니까?
직접 가서 뵙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응원을 했는데요ㅎㅎ..
"동료상담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여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밝게 살고 있어 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남을 돕는것이 결과적으로 나를 돕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함께 어울리며 아름답고 귀천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모두의 바람을 야생화님이 말슴하시는 군요. 세상이 변해주지 않으면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세로 살아 감도....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복지정책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시련을 견디어 내고 극복하는 삶...시련은 보이지않는 신의이라고도 하지않습니까용기 잃치 마시고 힘내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힘을 내십시요 복지정책이 더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복지혜택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들이지요. 힘내십시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현실에 맞는 복지 정책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 시킬 수 있는 일자리로 함께 어울리며 아름답고 귀천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랫만에 직장에서 급료를 작은돈이라도 얼마나 소중한 금액인가요 선생님의 의지가 훌륭하십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