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오우가
윤선도
<序詩>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水>
구름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이가 하노라
<石>
곶은 무슨 일로 피며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리나니
아마도 변치 아닐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松>
더우면 곶 피고 추우면 닢 지거는
솔아, 너는 어찌 눈설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에 뿌린 곧은 줄을 글로 하여 아노라
<竹>
나모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저렇고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둏아하노라
<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萬物)을 다 비취니
밤중에 광명(光明)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어구풀이
<序詩>
-내 : 나의, ‘나+ㅣ’, ‘ㅣ’는 관형걱 조사,
-몇이나 : 몇이냐, 몇인가
-수석(水石) : 물과 돌
-송죽(松竹) : 소나무와 대나무
-긔 : 그것이 ‘그’는 달을 가리킴
-반갑고야 : 반갑구나. ‘고야’는 감탄형 종결어미
-두어라 : ‘아아’의 뜻으로 흥겨움을 나타내는 감탄사
<水>
-좋다 : ‘깨끗하다’의 옛말. 지금 쓰이는 ‘좋다’는 ‘두다’로 썼음.
-자로 : 자주
-하노매라 : 많구나. ‘노매라’는 감탄형 어미,
-뉘 : 때, 세상. 주격조사 ‘ㅣ’의 축약형. 따라서 ‘때가’의 뜻
<石>
-곶 : 꽃의 옛말
-쉬이 : 쉽게, 빨리
-누르나니 : 누르는가, ‘러’불규칙 형용사
-아닐손 : 않는 것은
<松>
-닢 : 잎
-지거늘 : 지거늘, 지는데, ‘거늘’은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용언에 붙어서
‘사실에 대해 그에 응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눈서리 : ①눈과 서리 ②어려운 시련, 고통. 여기서는 ②의 뜻임.
-모르는다 : 모르는가? ‘는다’는 의문형 종결어미.
-구천(九泉) : 깊은 땅 속. 저승.
-글로 하여 : 그것으로 하여, 그것으로 미루어
<竹>
-나모도 : 나무도,
-뉘 : 누가
-시기며 : 시켰으며
-어이 : 어찌하여
-사시(四時)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철. 일년 내내
<月>
-만물(萬物) : 세상에 있는 온갖 물건.
-광명 : 밝은 빛, 지혜
♣해설
<序詩>
-초장 : 내 벗이 몇이나 되는가 하면,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이다.
-중장 : 또한 동산에 떠오는 달이 반가우니 그것 역시 내 벗이라.
-종장 : 벗으로서 이 다섯 외에 또 더하여 무엇하겠느냐?
<水>
-초장 : 구름빛이 깨끗하다고 하지만 검기를 자주 한다.
-중장 : 바람소리가 맑다고 하지만 그칠 때가 많구나
-종장 : 깨끗하고도 그칠 적이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石>
-초장 : 꽃은 무슨 까닭으로 피었다가 이내 지고
-중장 : 풀은 어찌해서 푸르러지는 듯하다가 곧 누렇게 변하는가?
-종장 : 아무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松>
-초장 : 모든 풀과 나무들은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이 떨어지는데
-중장 : 소나무야, 너는 어찌해서 차고 매운 서리에도 잎이지지 않느냐?
-종장 : 네(소나무) 뿌리가 땅 속 깊이 뻗어 시들 줄 모름(지조가 곧음)을
그것으로써 알겠구나
<竹>
-초장 :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중장 : 곧기는 누가 그렇게 시켰으며 또한 속은 어째서 비었느냐?
-종장 : 저렇게 곧고 속이 비었으면서도 일년 내내 푸르니, 그 곧고 푸름
(청빈, 지조, 절개)을 나는 좋아하노라.
<月>
-초장 : 작은 것이 하늘 높이 떠서 온세상의 만물을 다 비추니
-중장 : 밤중의 밝은 빛이 너보다 더 나은 것이 있느냐?
-종장 : 세상의 온갖 것을 다 보고도 말이 없으니, 너(달)야말로 나의
벗인가 한다.
♣전체감상
‘오우가(五友歌)’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관조의 경지가 잘 나타난
작품으로 서시(序詩)와 함께 물·바위·솔·대·달의 다섯 벗을 노래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국어의 아픔다움을 최고도로 구사
하였고, 자연미읠 정수를 재발견한 절창 중의 절창이라 하겠다.
<序詩>
저연 속에서 물·바위·솔·대·달의 다섯 벗삼아 사귀면서 세상의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잊고 조촐하게 살고자 하는 지은이의 기풍이 엿보인다.
<水>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그칠 줄 모르는 물의 덕을 기리어, 그와 같이 깨끗
하고 꾸준하게 살아가리라는 생활관이 엿보인다.
<石>
변하지 않는 바위의 덕을 기리어, 곱고 예쁜 순간의 아름다움보다 깊고
그윽한 장중의 미(美)를 택한 작가의 미관(美觀)이 엿보인다.
<松>
세상이 눈서리처럼 차가와도 꿋꿋이 제 모습을 지키는 솔의 절개·신념을
찬양한 것으로, 초장에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일반 식물의 속성을 들어
솔의 불변성(지조)을 찬양하기 위한 중장과 종장의 전제가 되게 하였다.
<竹>
대와 같이 치우치지 않고 절개가 굳세고 청렴하며 변함이 없는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존경의 대상이 됨을 말하였다. 초장은 대의 성질, 중장
·종장은 대의 덕을 예찬하고 있다.
<月>
잘잘못과 옳고 그름을 모두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달의
말없음과 공명함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작가의 인생관(人生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초·중장은 달의 밝음을 노래했고, 종장은 달의 말없
음을 예찬하였다.
♣작가소개
윤선도(尹善道, 1587~1671) :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 시호는
충헌(忠憲), 선조 20년 한양에서 출생. 광해군 4년에 진사시(進士試)에 급
제하고, 그 뒤 벼슬살이를 하는 동안 직간을 하다가 모함에 걸려 경원·영덕
·삼수·광양 등지로 귀양살이를 다니다가 인조반정(仁祖反正) 때 풀려나서
고향인 해남(海南)으로 돌아왔으나,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수군을 모집하여
서해상으로 북진하던 중 항복의 비보를 듣고 되돌아와 보길도(甫吉島)의 절
승을 발견하고 그곳을 여생을 마칠 땅으로 삼아 산수(山水)를 즐김. 벼슬로
는 호조좌랑(戶曹佐郎)·한성서윤(漢城庶尹)·세자시강(世子侍講), 성주현감
(星州縣監) 등을 지냈다. 보길도의 부용동(芙蓉洞)·금쇄동(金鎖洞)에서 시작
(詩作) 생활을 하다가 현종 12년 부용동에서 85세를 일기로 사망. 우리
나라 시가사상 단가의 제1인자임. 문집에 「고산유고(孤山遺稿)」가 있으며,
‘견회요(遣懷謠)’·‘우후요(雨後謠)’·‘산중신곡(山中神曲)’·‘산중속신곡(山中續新
曲)’·‘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