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20811092731297
한 집안에서 아홉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일문구의사’ 후손인 유희태 완주군수.
제77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한 집안에서 아홉 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일문구의사(一門九義士)’의 후손이 관심을 끈다.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6번 출마끝에 기초단체장에 당선됐다. 취임후에는 독립운동가 후손답게 ‘국립 무궁화연구소’ 조성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정치 입문 13년 6개월 만에 기초 단체장인 된 유희태 전북 완주군수(68) 얘기다. 그는 완주군 비봉면이 고향이다. 유군수는 ‘일문구의사’ 후손이라는 점외에도 상업고를 졸업한 은행원이 부행장까지 올랐던 이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유군수는 농협 조합장 출신의 부친이 흉년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빚보증을 섰다가 가세가 기울자 집안을 일으키겠다며 상업계 고교에 진학해서 기업은행에 입사했다.
그는 성실함 하나로 국책 금융기관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기업은행 부행장까지 올랐다. 유 군수는 지난 2009년에 37년 동안 몸담았던 기업은행을 퇴직했다. 그는 정치권에 입문해 13년여 동안 다섯번의 선출직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섯번 만에 제46대 완주군수에 당선됐다.
“증조부인 유영석 독립운동가(1873~1952)는 일제 침탈이 노골화되던 1905년, 친족들과 뜻을 모아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의암 유인석 장군에게 군자금을 전달했어요. 또 280명 규모의 의병단을 조직해 완주 고산과 익산, 충남 진산과 금산 등지에서 일본 경찰과 행정 관서를 습격하는 등 무장항쟁을 전개한 분이었지요.”
전북 완주군 비봉면에 세워져 있는 독립운동 ‘일문구의사’ 사적비. 완주군 제공
정규 군사훈련을 받지 못한 의병은 수적으로나 무기로나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하로 잠적해 게릴라식 투쟁을 이어갔지만 대부분 체포됐다. 이때 유 군수의 증조부를 비롯해 친인척인 유중화(치복), 유명석, 유연봉, 유연청, 유연풍, 유준석, 유태석, 유현석 등 아홉 의사도 일본경찰에 끌려갔다.
“의병대장이었던 유중화 의사는 즉결 처형됐고, 나머지 여덟 분은 살인강도라는 죄명으로 10~15년 옥고를 치렀어요. 유태석 의사는 옥사했으며, 유현석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분은 출옥 후 고문과 형 집행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 순국하시고 말았지요.”
유 군수는 세월히 흘러 지금은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기억돼 후손들 역시 자존과 명예를 지키며 살고 있지만, 한 집안에서 아홉 분이나 독립투쟁에 나섰고, 네 가정이 멸문지화를 당한 것은 가슴아픈 일이라고 했다.
완주군 비봉면에서는 매년 한 차례 ‘일문구의사’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사)일문구의사 선양사업회 이사장이 유 군수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유 군수는 ‘국립 나라꽃 무궁화 연구소’를 조성하는 일에 마음을 쓰고 있다. 군수에 취임하자마자 산림청과 기획재정부, 국회를 수차례 방문해 연구소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중이다.
국내 최초로 2011년 전북 완주군에 조성된 무궁화테마식물원. 완주군 제공
“우리나라에는 나라꽃 무궁화를 연구하고 진흥하는 기관이 전무해요. 그동안 축적해 온 무궁화 기술 역량마저 사라질 위기죠. 전북은 국내 무궁화 재배농가 1위, 재배면적 1위, 재배수량 1위 등 나라꽃 관련 기술과 역량이 축적돼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완주는 전국 나라꽃 무궁화 명소 2회 선정(산림청), 전국 최대 고산 무궁화 테마식물원 등이 있어요. 무궁화연구소 조성의 최적지인 셈이지요.”
유 군수가 구상중인 무궁화연구소는 국비 등 총 사업비 250억원을 들여 세계 나라꽃 테마정원까지 만드는 것이다. 결실을 맺을 경우 무궁화 연구는 물론 관광·재배·산업화 등 계열화와 집적화가 가능해 나라꽃 위상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창출로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군민들께서 경제 전문가인 저를 선택해 주신 만큼 지역경제를 살리는 열 번째 경제 독립운동가가 될 것”이라며 “무궁화연구소 기본조사 설계를 위한 국가예산 2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