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68 --- 덜렁거리다가 꼴불견 된다
앞으로 부지런히 나아갈 때는 보이지 않다가 느긋하게 뒤돌아볼 때 보이는 것이 있다. 숨겨놓았거나 새롭게 갖다 놓은 것이 아니다.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만큼 관심 밖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이 있고 깨닫는 것이 있어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볼 수 있으므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올라갈 때 못 본 것을 내려올 때 본다고 한다. 한마디로 마음이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교단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누구는 열심히 받아 적기도 하는데 덜렁거리면서 바라만 보다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무엇을 들었는지 머릿속이 하얗다가 귀에 번쩍 들어오는 것이 있다. 비로소 귀가 열린 것이다. 소통되고 있는 모양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소통이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듣고도 안 들은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책을 많이 읽어본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거나 읽고도 뭔가 남는 것이 없으면 이 또한 읽지 않은 것이나 다른 것이 없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제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글을 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서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느낄 수 있어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면서 똑바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한다. 귀중품을 평소 곧잘 지니고 다니면서 적절히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롱이나 은밀하고도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나중에는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까마득히 잊고 이용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보배도 보배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품격이 돋보이고 빛이 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겉물만 들어서 덜렁거리면 자칫 꼴불견이 될 수 있다. 부족하고 모자란 것 그 자체가 창피하기보다는 안 그런 척 시침을 떼려다가 들통나는 것이 더 창피한 것이다. 모르고 부족한 것은 언제든 배우면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외면만 하다가 배울 수 없고 엉뚱해지면서 망가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