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무탈 하시지여?
정말 요새 우리 게시판 엄청 뜨겁고,
너무너무 뜨거운 가슴들을 가지신 회원분들이 대거
지구상에서 몰려 오시는 것 같아 넘 보기 좋네요.
샘의 고양이 춤이란 글....
보니까 생각나네요...
저 시골 촌년으로 막 자라면서...
피아노가 뭔지 잘 모르고
음악실 하나 있던 오르간의 도레미나
겨우 몰래 눌러보곤 화들짝 놀라
움츠러들던 초교 2학년 시절...
여름 방학인데, 도시에 살던 세련되고
너무나 당당한 한 여자 아이가
우리반 어떤 아이랑 친척이어서 놀러 왔었지요..
그 애가 너무나 현란한 기교로 연주하던 오르간 음악....
따라 단 딴딴
따라 단 딴딴
너무나 현란한 기교와 피아노의 천재같이 보이던
그 여자아이의 손가락...
건은 건반은 엄청 무섭다는 선입견을 가진 우리들의 눈엔..
그 아이의 연주는 가히
위압적으로 인기였지요...
계속 반 아이들은 앵콜, 앵콜....
하하 몇년도 안가 저도 피아노를 언니덕에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그 때 그 시절, 나의 질투를 자극하던 그 아이의 연주 곡이,
악보로보다 귀로 듣고 연주하기가 쉬웠던
바로 그 고양이 춤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허탈해서 웃었지요.
그치만 그 고양이 춤이 제 마음에 큰 쇼크와 자극이 되었나 봐요..
그 시절.... 엄청남 박탈적 질투심, 동경심....
부러움.. 슬픔....내적 안으로만 그랬지요.
샘의 아이들의 지도 방법은 끝없이 현실 융통적으로
아이들의 눈 높이 , 귀 깊이 이기에
즐거운 음악교육이 될 것 같아요.
담 주 쯤이면...마니 기분이 정리 될 듯도 싶구..
하여간 반갑네요. 고양이 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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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상 아무 내용도 없는 글을 자꾸 열어보게 할 수는 없으니
제가 가르치는 얘기 하나 올리겠습니다.
* * *
아이들이 연주하고 싶어하는 곡 중에는
'고양이 춤' 도 몇 순위 안에 들 것입니다.
한 남자아이가 3학년이 되어서야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애는 자기보다도 어린 다른 아이들이 자기보다 모두 잘 치는 것을 보고는
자존심도 상하고 또 원래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생각도 아니어서
더욱 심통만 부렸습니다.
게다가 며칠 가르쳐보니 그리 영리한 편도 아니었습니다.
매일매일 우거지 상을 하고 들어와서는 너무도 피아노를 치기 싫어하는 그 아이를 보다가
하루는 '고양이 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 마디 쳐 주고 따라 치게 하고, 또 한마디 치고 따라치게 하고
그렇게 8 마디쯤 가르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또 하자!" 하니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그 날의 과제곡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하며 '고양이 춤'을 다 가르쳐줬더니
아이가 자신감도 생기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완전히 연주할 수 있다는데 대해서
아주 만족해 했습니다.
매일매일 연습하기 전에 '고양이 춤을' 몇 번씩 쳐보곤 하며
아이들에게 자랑도 하고 또 다른 곡을 연주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악보 보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하기 전에는 어떤 곡도 칠 수 없게 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악보는 읽지 못할지언정
건반 자리만을 기억하여서라도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음악의 기쁨을 알게하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