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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
화석이 말하는 것들
아주 오래된 화석에서 발견되는 것들은 늘 새롭다. 억겁 세월이 켜켜이 녹아있는 그것에서는 여전히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들이 간직되어 있다.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고생물학’이라고 하는데, 화석이 품고 있는 사실과 화석을 품에 안은 그들에게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찾는지 모른다. “이 책은 오래전에 지구상에 살았던 존재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그들의 삶과 생태를 들여다봅니다. 이제는 죽고 사라져버린 생물들의 삶을 추적하는 고생물 연구의 매력적인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고생물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이수빈 선생이 머리말에서 한 말이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인정된 ‘학명’들로 말하고, 그림과 사진이 많아 그냥 글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재미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1. 뼈 없는 동물의 화석, 2. 뼈 있는 동물의 화석, 3. 공룡화석, 4 화석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존재를 화석에는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또 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흔히 주요 고생물로는 ‘삼엽충, 공룡, 매머드’를 꼽기도 하는데, 이중 삼엽충은 공룡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멸종한 절취동물로 그 화석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몸이 세로로 세 마디로 나누어져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지만, 눈과 다리가 특징적인 삼엽충은 다리로 호흡한다. 삽엽충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굴절시키는 수정체가 ‘방해석’이라고 하는 매우 단단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삼엽충의 눈은 온전하게 보전된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부터 5억 8백만 년 전(케나다 로키에서 발견), 4억 5천 만 년 전(미국 뉴욕에서 발견)에 화석화된 이것들은 다리에 마치 실과 같은 구조가 부착되어 있고, 그것은 아령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다리에 부착된 실과 비슷한 구조에 바깥쪽은 아령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인데, 아령과 비슷한 그곳으로 호흡을 한다는 것이다.
[삼엽충 화석-사하라 북쪽]
동물은 ‘짝짓기’(북한에서는 ‘쌍붙이’라고)를 통해서, 후손을 퍼뜨린다. 그러나 식물은 꽃을 매개로 수정을 통해서 열매를 맺고 후손을 퍼뜨린다. 꽃은 식물들의 사랑을 위한 매개체다. 그러나 꽃은 동물과 사람처럼 스스로 움직여 상대방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물, 바람, 혹은 벌 나비 등 여러 개체를 통하거나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수정한다. 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꿀을 분비하고, 곤충은 그것을 얻기 위해 날아와서 화분이 다른 꽃에도 묻게 한다. 흔히 벌 나비를 통해 이 과정이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으나, 벌 나비 외에 여러 곤충이 여기에 참여한다. 딱정벌레, 파리, 모기, 꽃벼룩 등이 꽃가루받이를 해 준다.
2023년 2월, 곤충과 식물의 관계를 알려주는 화석 기록이 학계에 보고되었는데, 현재까지 이 부분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은 2억 8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곤충 화석으로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다. ‘틸아르뎀비아’라 부른 화석으로 이것은 메뚜기 비슷하게 생겼으나, 이것의 머리와 가슴, 꼬리 쪽에서 화분이 발견된 것이다. 여기에서 발견된 화분이 수정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먹이였는지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요즘은 정치 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말이 상생 혹은 공생(共生)이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는 뜻이니, 나쁜 말이 아니다. 생물의 공생은 다른 두 종류가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진딧물과 개미, 악어와 악어새, 꽃과 벌 나비처럼 상호 도움을 주는 상리공생이 있는가 하면, 소라게와 이끼벌레처럼 한쪽만 이득을 보는 편리공생도 있다. 또 한쪽이 다른 쪽에 피해를 주고 자신은 이득은 얻지 못하는 편해공생, 한쪽에 피해를 주면서 자신은 이득을 얻는 기생도 있다. 다른 동물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이(蝨-이 슬)라는 작은 곤충은 기생의 대표자다. 이중 털이목(Mallophaga)이라고 하는 분류군은 깃털에 기생하면서 털과 깃털을 씹어 먹는 습성이 있다. 화석에서도 이런 곤충이 발견되었는데, 고기나 피가 아니라 깃털을 먹는 생물이라? 매우 특이하지만 사실이다. 깃털의 성분인 ‘케라틴’을 먹는 것이다. 케라틴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손톱, 발톱, 모발, 새 깃털을 이루는 중요 성분이다.
공룡에도 깃털이 있어서 그것을 먹는 곤충이 있었다는 연구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반박하는 학설도 있다. 그것은 우연히 공룡화석에서 발견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2023년 스페인에서 발견된 4개의 호박에서 공룡의 깃털을 먹었던 딱정벌레 유충화석이 발견되었는데, 1억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곤충이 호박(琥珀, 나무진의 결정체) 속에 깃털과 함께 보존된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 화석은 곤충이 깃털을 먹고 배설한 흔적까지 발견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곤충이 딱정벌레의 한 종인 ‘수시렁이과’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오늘날에도 다른 곤충이나 생물이 먹기 힘든 단단한 유기물(곤충의 사체, 썩은 식물의 조직 등)과 배설물을 먹으며 살아간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겠지만, 화석 기록은 생태계에서 여러 방식으로 적응했음을 알려준다.
뼈 있는 화석의 대명사로는 뭐니 뭐니해도 공룡화석일 것이다. 영화〈쥬라기 공원〉으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고,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공룡화석지가 발견되고 있는데, 그 이름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은 공룡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역사는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 즉 대변을 통해서 그들의 건강 상태나 수명 등 알아내지만, 그것이 화석으로 굳어진 것을 통해서는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는 하나 쉽게 짐작할 수는 있다.
고대 동물이 남긴 똥이 굳어진 화석을 ‘분화석’이라고 하는데, 이들 분화석은 광물로 치환되어 냄새는 나지 않지만,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2017년 미국 유타주에서 발견된 7천 4백 만 전년의 초식공룡인 ‘하드로사우루스’분화석에서는 게를 먹은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초식 동물에서 식물이 아닌 수서생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초식동물은 식물만을 먹이로 먹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날도 초식동물인 사슴이 작은 새를 잡아먹기도 하고,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이것은 초식만으로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얻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공룡도 이런 식으로 영양분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공룡과 인간이 같이 살지만, 그건 영화일 뿐이다. 공룡의 조상도 당연히 인간과 같은 방식인 물에서 살다가 육지로 올라와 진화했다. 척추동물로 하늘을 비행한 익룡은 최초로 하늘을 난 대형 생물이었다. 곤충이 날았다녔지만, 척추동물 중에는 익룡이 새와 같이 최초라는 것이다. 익룡은 어떤 것은 200㎏이 넘는데, 그런 몸으로 어떻게 하늘을 날아다녔을까?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가볍고 튼튼한 뼈, 그리고 날개가 필수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날개를 가진 새는 바닷가에 서식하는 ‘엘버트로스’라는 새인데, 날개 길이가 4m정도다. 하지만 이 새는 과거 익룡에 비하면 매우 작은 새다. 새나 사람이나 뼈가 튼튼해야 지구 중력에도 버틸 수 있다. 뼈는 인산염으로 이루어진 유기물 콜라겐과 무기물인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물질은 세밀하게 조합되어 단단한 뼈를 이룬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해도 빈공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특히 새의 뼈는 다른 동물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고 빈공간이 많다. 그 대신에 몸이 매우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새들의 뼈 구조는 익룡에게서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파충류에 비해 몸이 매우 가볍다. 과학자들은 익룡은 가볍지 않아 날지 못했으나, 가벼워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그것은 익룡의 화석을 통해 점차 골격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 과학자들은 익룡은 ‘비행’을 했다기보다, 행글라이드처럼 ‘활강’을 했다고 한다. 활강이란 바람을 타고 나는 것을 말하는데, 계속된 연구로 익룡의 상완골이 가슴과 어깨근육이 붙는 ‘삼각돌기’가 매우 벌어져 있는 형태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것은 익룡이 행글라이드처럼 활강한 것이 아니라, 날개짓으로 양력을 만들어 비행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익룡과 새. 이들은 하늘을 나는 척추동물이기는 하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 새는 가슴근육뿐 아니라 발과 다리, 다리 근육이 붙어서 골반이 매우 발달하여 다리를 이용해 비행을 시작할 때 점프를 하고 날개를 펄럭이면서 비행하는 것이지만, 익룡은 다르다. 익룡은 새처럼 도약할 수 있도록 발달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의 발과 같은 구조와 형태로써 근육과 뼈대의 비율도 달랐다. 익룡은 새처럼 발로 도약하면서 비행하지는 못했다. 익룡은 새와 달리 땅을 앞날개로 밀면서 비행을 시작했다. 즉 발달 된 가슴근육으로 날개를 접고 펴면서 땅을 밀어서 뛰어오르는 방식으로 도약했던 것이다.
제럴드 다이야몬드의 『총균쇠』에는 4만 년 전쯤, 인간이 호주 대륙에 상륙하면서 그곳에 살던 유대류와 검치 동물 대부분(40여종)이 절멸했다고 했다. 인간이 화전을 위해 불을 질러대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검치동물은 무엇이고 또 유대류는? 검치 동물이란 입밖으로 검치, 즉 송곳니가 튀어나온 동물을 말하고, 유대(紐帶)란 컹거루, 코알라처럼 주머니에 새끼를 넣어 돌보는 동물을 말한다. 검치는 코끼리의 상아처럼 커다란 잇발을 가진 것인데, 언월도처럼 그것이 짧고 넓은 것도, 칼처럼 좁고 긴 것도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동물은 달리기에 매우 적합하도록 다리가 길고, 후자는 앞다리가 잘 발달한 대신에 다리가 길지 않다. 검치는 주로 어디에 쓰였을까? 짧은 검치의 경우에는 주로 먹이의 뼈를 뚫고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역할을, 긴 것은 상대의 목을 찌르는데 사용했다. 무시무시한 이것은 상대를 죽이는 무기였다. 오늘날 포유류 중에서 육식성 포유류들에게는 과거의 친척들과 같은 검치를 지닌 동물은 거의 사라졌다. 코끼리, 고라니, 하이에나, 바다코끼리 등의 검치 동물이 있기는 하나 코끼리·고라니는 초식동물로 검치가 소용이 없다.
우리가 치과에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치석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다른 말로 스케일링을 하기 위해서다. 치석은 이빨에서 서식하는 미세한 세균 때문에 생긴다. 우리가 식사를 하고 나면 미세한 세균은 곧바로 ‘와 맛있는 음식이다’하며 달려든다. 이렇게 세균은 영양균을 받아서 증식하고 세균막을 형성한다. 이 막을 치태라고 하는데, 치태가 단단하게 굳으면 치석이 된다. 이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바로 스케일링이다. 치석을 제거하지 못한 채 화석으로 굳어진 해골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고인류 화석은 치석이 가진 채 발견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현생 인류 이전 인류인 네안데르탈인도 현재처럼 육식과 채식을 했다. 그들은 전체적으로 육식보다 채식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밀, 대추, 콩 등을 먹었다. 지금처럼 지역에서 나는 것을 주로 먹고 충치도 앓았는데, 충치가 오래 지속되면 생기는 치성 농양을 앓았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들의 화석에서 사시나무 잎 찌꺼기가 발견된 것은 그들도 충치로 고통받으면서 나뭇잎으로 아픔을 면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사시나무 잎에는 살리신 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그것이 고통을 줄여준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공룡과 같은 파충류는 주로 어디에서 살았을까? 그들은 대부분 따뜻한 지역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들도 추운 지방에서도 살았다. 지금도 상당히 추운 곳으로 알려진 알레스카는 2억 년 전에는 트라이아이스기를 지나고 쥐라기로 접어들면서, 대규모 화산활동이 일어났다. 화산활동 전에는 바다였다가 공룡시대 말기인 백악기에는 그동안 바다였던 알레스카가 드디어 육지가 되었다. 백악기 후기 8000만 년에서 7000만 년 전부터 여기에는 공룡이 살았다. 발자국이 발견된다. 공룡의 화석은 7000만 년∼6900만 년 전 즈음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되고 있다. 알레스카는 오늘날보다 덜 추웠지만, 그래도 상당히 추웠다. 겨울철에는 영하 2도에 가까웠다. 심지어 겨울철 120일 동안은 눈도 많이 오고 어두운 밤이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지역에서도 공룡이 살았다? 뿔 달린 파키리노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 나누크사우루스, 초식공룡인 에드몬로사우루스 등 여러 공룡이 살았고, 모두 화석 기록으로 알게 된 서식지이다. 특히, 여기서 백악기 후기 지층님 프린스 크릭층에서는 알에서 막 태어난 공룡화석이 가장 높은 비율로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몽골에서 발견된 프로토케라톱스는 대략 83일 동안 알을 품어 부화했고, 거대한 초식공룡 중에서 히파크로사우루스는 171일 동안 알을 품었다고 하는데, 여기 추운 프린스 크릭층에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공룡도 생명체니 질병을 앓았을 것이다. 어떤 질병을 앓았을까? 화석을 통해 그들도 여러 가지 질병과 부상을 입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공룡의 왕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티라노사우루스’도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 했는데, 연구에서 그는 통풍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도 앓아봐서 알지만, 통풍이란 요산을 배설하지 못해 축적되면 생긴다. 악어와 도마뱀 등에서도 보고된 사례가 있다. 미국과 호주의 공동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 61개 표본을 조사했고, 그중 15%정도가 궤양의 흔적이 나타났는데, 이는 오늘날 맹금류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티라노사우루스도 같은 병을 앓았던 것이다. 공기도 물도 청정했는데 질병에 걸린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연구한 학자들은 그들이 동족끼리 싸우면서 서로 물어뜯는 과정에 상처가 생기고, 거기서 질병을 서로 옮겼을 것이라고 한다.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어 걸리는 질환이었다. 목숨을 잃을 수도, 빠르게 전파되기도 했고, 심지어 변이까지 여러 번 생겨나서 우리를 괴롭혔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경험했다. 그런데 공룡도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 하면 의아해한다. 1990년 미국 몬테나주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연구진들은 이 공룡에게 ‘둘리’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영화도, 노래도 만들어져 세계를 뒤덮었다. 그런데 둘리는 5∼7번째 목뼈에서 혹처럼 생긴 결절이 발견되었는데, 결절은 호흡한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경로에 있었다. 이 경로를 ‘함기성’구멍이라고 하고, 목의 무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거기에 0.5∼1㎝ 크기의 결절이 있다는 것은 둘리가 호흡기 질환을 앓았고, 그 흔적이 화석에도 남아 있었다.
[화식조]
호주에는 타조와 비슷하지만, 날지 못하는 ‘화식조’라는 새가 있다. 이 새는 커다란 볏을 가지고 있는데, 닭이나 칠면조와 달리 볏이 뼈로 되어 있어서 매우 단단하다. 이것은 처음 태어날 때는 없다가 자라면서 생기는데 소의 뿔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화식조가 화석으로만 남았다면, 그 사실을 몰랐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도 살아 있는 조류이기 때문에 볏이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룡도 어릴 때 모습과 성체의 모습은 매우 다르다. 공룡의 경우 어릴 때 모습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아직도 많다.
공룡의 화석 중에는 어떤 자연현상으로 인해 연부(연골)조직이 그대로 남은 화석도 발견되는데, 그것은 광물을 이루는 화학성분이 뼈와 연조직을 이루는 유기물과 치환작용을 하면서 무기물이 되지만, 간혹 이 과정에 뼈를 이루는 인회석의 화학성분이 재결정화되면서 연부조직을 감싸면서 금속성분이 연조직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이 일어나 연부조직이 보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티라노사우루스, 트라케라톱스 등 많은 공룡이 연부조직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연부조직을 보고한 연구진들은 사암을 토대로 이 공룡이 과거 강의 하구지역에 묻혔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주기적으로 홍수가 발생하고 유속이 매우 빠른 강의 하구에서 이것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이런 환경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묻히고 화석이 된 것일까?
연구진들은 화석이 발견된 층의 암석과 퇴적구조로 미루어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강의 하구에 묻혔을 거란 슈와이츠 박사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북미에서 발견된 경우 사암이 주를 이루고 있는 환경은 물살이 센 강 하구로 당시 북미대륙은 서부내륙해라는 거대한 내해로 나누어진 환경이었다고 한다. 이 내해와 강의 하구가 만나는 곳에 티라노사우루스가 묻힌 것이라는 것인데, 공룡은 죽어서 묻힌 것일까? 아니면 산채로? 공룡의 뼈는 모두 흩어져 있었는데, 사체가 오랫동안 외부에 노출된 채로 부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외부에 노출되었는데도 뼈가 상하지 않았다는 것은 묻힐 때 빠르게 묻혔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공룡의 사체가 강 하류로 떠내려오다가 빠르게 퇴적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상황을 정리하면 티라노사우루스는
1. 사체가 강의 상류에서 물의 흐름을 따라 하구와 서부내륙해가 맞닿는 곳으로 떠내려왔다.
2. 떠내려오는 동안 물속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사체가 부패되었다.
3. 강 하류에서 사체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그 과정에서 부패한 사체가 분해되고 흩어졌다.
4. 강력한 홍수가 일어나면서 분해된 사체를 빠르게 덮었다.
B-럭스(티라노사우루스의 애칭)는 물속에 가라앉으면서 부패하고 분해되어 화석이 되었다. 그런데 이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바닷물과 만나는 강 하구의 물로 염분과 산소를 함유하고 있었다. 이것이 연부조직을 보존할 수 있게 했다. 다시 말해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의 연부조직이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1. 공룡의 사체가 강 상류에서 오랜 시간 떠내려오면서 사체는 부패했다. 2. 강 하구에서 모래에 덮여 화석이 되었다. 3. 사체를 덮은 퇴적물이 광물질의 침투를 막았으므로 부드러운 연부조직이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822년 공룡이란 뜻 ‘Dinosauria’란 단어가 처음 만들어진 후 수많은, 600∼1000종의 공룡화석들이 발견되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한 기간은 대략 1억 6천만 년 정도이니, 이 기간 동안에 아마도 어마어마한 숫자로 번성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공룡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와 목이 긴 공룡, 아니면 공룡이 아닌 익룡이나 물에 사는 수장룡 같은 파충류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화석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한 공룡이 살았음을 알게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옥소크, 모노니쿠스, 베스페르사우루스, 카이홈’등이 그것이며, 이외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특이한 모습들도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 경남 하동에서 처음으로 공룡알이 발견된 이후, 보성과 화성에서 공룡알이 발견되고, 해남과 고성, 화순에서 무수히 많은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고, 진주에서도 세계 최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가 발견되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연말에 진주 대곡면에 「진주 익룡박물관」이 생기기도 했다. 아마도 조만간 가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울지역에는 그 흔한 공룡발자국 하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지질과 관련이 있다. 서울 경기 일원은 화산폭발로 생긴 변성암 복합체로 이는 대략 27억∼19억 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이 변성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편암과 편무암이 되면서 경기 북부 지형을 형성했다.
다시 말해 수도권을 싸고 있는 암석은 주로 변성암으로 대략 7∼8억년전에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다른 암석이었으나 열과 압력으로 변형된 암석이 된 것이다. 그 중에는 편마암이 많은데 정원을 만들거나, 장식을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을 화성암이라고하고, 공룡이 활동하던 시기에 한반도는 화산활동이 빈번했다. 서울지역의 화성암은 화강암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만들어진 시기가 대략 1억6천만 년 전이라고 한다. 공룡이 땅 위를 걸어 다닐 때 북한산 땅속에서는 마그마가 끓고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북한산, 관악산을 이루고 화강암과 변성암이 주를 이루면서 퇴적암 지층을 이루지 못해 공룡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서울에 공룡 화석지가 없는 이유는 1. 화석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에서 발견되는데 수도권에는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이 김포, 화성 등 일부만 존재한다. 2. 수도권의 암석은 주로 변형된 변성암이나 마그마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화강암이다. 따라서 화석이 발견될 수 없다. 3. 김포, 화성에 일부 퇴적층이 있으나 발견된 화석이 많지 않고, 정확한 연대도 알기도 어렵다. 4. 화성의 시화호에 퇴적층이 존재하고 이곳에서 공룡알 화석지가 있으며, 공룡 골격이 발견되어 ‘코리아케라톱스’라고 명명되고 있다. 서울에도 공룡화석지가 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은텐데 아쉽다.
1993년 획기적이고 참신한 영화 〈쥬라기공원〉이 개봉되었다. 일종의 공룡 대명사 영화였다. 이전까지는 미개척지 정글에 아직도 공룡이 살아 있다는 설정이었다면, 여기서는 공룡의 피를 빤 모기가 나무에서 흘러나온 수액이 굳어져 만들어지는 광물인 호박 속에 있었는데 이 모기의 체내에서 공룡의 피를 뽑아내어 공룡을 복제한다는 삼박(신박)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모기 몸 속에 든 공룡의 DNA가 그리 오래 보존되지 못한다는 점, 모기는 피만 빠는 것이 아니라,(임신한 암컷만 피를 빨고, 보통은 과일즙이나 수액을 먹는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고생물을 복원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책에서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한 가지 더 보면 2016년 쿄토대학 다카노리 사카시 교수에 의하면 지구의 역사 초기에는 하루가 고작 4시간 정도였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24시간이 된 것은 달의 존재 때문으로 현재 지구에서 달까지는 38만 4천㎞(태양까지는 1억 5천만㎞)지만 해마다 거리가 0.05밀리초(밀리초는 1000분의 1초)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달이 멀어지면 지구의 하루 또한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뜻이다. 사카시 교수는 이를 근거로 4억 년 전의 한 달은 9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니 공룡이 살던 당시의 시간과 자연 환경 등이 지금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향과도 마찬가지(처가 동네)인 경남 고성의 상족암에는 공룡 발자국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를 계기로 공룡박물관도 있고 축제도 열린다. 그런데 그곳은 다른 지역 어디와도 비교되지 않는 곳에 공룡이 살았다는 것처럼 보인다. 넓은 바닷가기 때문인데, 진짜로 여기서 공룡이 살았을까 하고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공룡이 살았을 당시 여기는 바닷가가 아니라는데 것이다. 그리고 뼈 화석보다 발자국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것도 이곳 지질과 관련이 있다.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는 암석을 셰일이라고 하는데, 이 암석은 개펄처럼 촉촉한 진흙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암석으로 매우 고운 입자로 만들어져 있고, 공룡이 발자국을 남겼다면 쉽게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도 보았지만 공룡이 살던 당시에 한반도는 백두산, 한라산 말고도 전국에서 화산활동이 빈번했다. 우리나라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는 중생대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로 9천 년 전부터다. 해남 우항리 지층은 화산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응회암 성분이 함유된 셰일암 또는 사암으로, 화산재가 섞인 진흙과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지층이다. 그곳에 지름 90㎝정도의 공룡화석 발자국 안에 새 발자국들이 선명히 찍혀있던 것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우항리 새발자국 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