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에…” 9900만원 돈가방 두고 간 익명 천사
천안 행정복지센터 직원에 건네
50대女 “신원 알려지면 기부 안해”
28일 오후 2시경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룡동행정복지센터. 검은 패딩 차림에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검은색 부직포 가방(사진)을 창구에 올려놓았다.
50대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 뒤 출입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센터 직원이 “신원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지만 “내가 누군지 알려고 하면 가방을 다시 들고 나가겠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가방을 열어본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가방 안에는 ‘좋은 일에 써 주세요’라고 적힌 봉투와 총 99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5만 원권이 100장씩 19다발이었고, 1만 원권 100장씩이 4다발이었다.
직원들이 센터 밖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여성은 사라진 후였다. 가방을 받은 직원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 데다 마스크까지 써 기부자의 나이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29일 정지표 천안시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박 시장은 “요즘같이 어려울 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큰돈을 기부한 시민의 아름다운 마음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23일에도 다른 익명의 기부자가 천안시 복지정책과를 찾아와 지폐와 동전 등 352만6700원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천안=이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