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크의 대고
원제 : Drums Along the Mohawk
DVD출시제 : 모호크족의 북소리
1939년 미국영화
감독 : 존 포드
출연 : 클로데트 콜베르, 헨리 폰다, 에드나 메이 올리버
메이 콜린스, 존 캐러다인, 워드 본드
러셀 심슨
'모호크의 대고'는 존 포드의 영화중에서 조금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꽤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서부극을 많이 만들었던 존 포드의 많은 영화들이 개척정신이 배어 있지만 이 영화는 보통의 서부극 무대인 19세기 미국 서부지역의 이야기와는 좀 다른, 18세기 동부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미국 독립전쟁의 치열한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19세기 서부를 무대로한 웨스턴 무비는 많았지만 조지 워싱턴 시대의 미국독립 역사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두인공 남녀 길버트(헨리 폰다)와 라나(클로데트 콜베르)의 로맨스와 삶과 모험이 펼쳐지는데 이들의 여정은 곧 미국 독립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역사물은 아니고 다소 소품이지만 그 와중에 역사를 꿰뚫어볼 수 있는 흥미로움이 있습니다.
미국 동부의 어느 정도 중산층의 여성인 라나는 길버트라는 남자와 결혼하여 길버트가 사는 모호크 지역의 자그마한 오두막집으로 오게 됩니다. 편히 살던 중산층 여자가 오두막집에서 힘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 라나는 사랑의 힘으로 이 고난을 견디며 열심히 일을 하고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안정된 수확을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영국군이 인디언들을 규합해서 습격을 해 오고 신혼의 터전이었던 라나와 길버트의 집은 불에 타 버립니다. 다행히도 클레너 라는 나이든 과부의 집에 고용되어 재기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런 와중에 언제 습격해올지 모르는 영국군-인디언 연합군에 대비해서 남자들은 늘 상시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땅을 지키기 위해서 치열한 전투를 통해 많은 희생을 치루고 결국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미국인들, 독립의 기념으로 13개주의 연합을 상징하는 13개의 별이 새겨진 미국 국기가 높이 오릅니다.
최초의 미국 국기가 별 13개로 시작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영화이고 결국 성조기의 별은 미국의 주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50개주로 이루어져 있지만 독립 당시는 13개주에 불과했습니다. 보통 19세기 중후반을 무대로 하는 서부영화 시대는 편안히 사는 부유층의 동부와 모험과 개척을 이루어나가는 서부의 모습이 대조적이지만 18세기 독립전쟁에서 먼저 모험과 개척을 이루어낸 것은 동부의 역할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길버트와 라나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영화는 계속 그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지만 길버트는 기습해오는 영국-인디언 연합군을 상대하기 위해서 수시로 군에 입대하고 전투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런 길버트의 삶을 통해서 미국 독립전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전투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입대한 남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들, 영국의 기습에 대비해서 세워진 요새, 그리고 15세부터 60세의 남자들은 무조건 전시가 되면 입대해서 싸워야 하는 상황 등 그 시대의 치열한 독립의 투쟁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현재 세계 최강의 거대 국가인 미국의 독립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지 3세가 만약 좀더 유능했다면, 그리고 식민지 정책을 친화적으로 잘 폈다면 어쩌면 지금 아메리카 대륙은 영국의 소유로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은 결국 과도한 세금이 독립전쟁의 큰 원인이 되었다고 하죠. 물론 뚝 떨어진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인 영국의 식민지로 평생 있었을 가능성은 적었겠죠. 거센 파도를 헤치고 먼 나라 땅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어디 보통 사람들이겠습니까? 빈 땅에서 밭을 갈고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이렇게 소위 맨땅에 헤딩해서 살아온 개척 농민들은 그야말로 생존력이 무척 강한 자들이었습니다.
영국은 인디언들을 포섭하여 그들을 앞장세워서 싸웠고, 이렇게 영국측의 기습이 있을때마다 밭을 갈던 농부들은 군인으로 변하여 가족을 지키고 땅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습니다. 그런 과정이 영화에서 수시로 펼쳐지는데 굉장히 아슬아슬하고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가족영화이며 로맨스 영화로서의 기본을 깔고, 거기다 모험영화, 전쟁, 역사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존 포드 감독은 이 시기에 좋은 영화를 많이 내놓았는데 1939년 '역마차' 1940년 '분노의 포도' 1941년 '나의 계곡을 푸르렀다' 등 대표적이 수작이 이 시기에 나왔습니다. 모두 흑백영화인데 1939년 작품인 '모호크의 대고'는 칼라 영화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1935년 30살의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한 헨리 폰다도 30년대 후반~40년대 초반에 좋은 영화들에 많이 출연했는데 '젊은날의 링컨' '모호크의 대고' '지옥의 길' 세 편이 모두 1939년에 발표된 작품이며 모두 썩 볼만한 영화입니다. '제저벨(38)', '분노의 포도(40)', '레이디 이브(41)' '옥스보우 사건(42)' 등도 모두 수작들입니다. 존 포드가 선호한 존 웨인과 비교할 때 훨씬 일찍 여러 수작들에 출연한 셈이지요.
여주인공 클로데트 콜베르는 프랑스 이민계이면서도 유독 할리우드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케이스인데 이 평범한 외모의 키 작은 프랑스 여성에게 할리우드는 매우 관대했습니다. 보수적인 시대였고, 미인 배우들이 많이 살아남던 시대에 클로데크 콜베르는 쟁쟁한 할리우드 1급 남자 배우들과 많이 공연했습니다. '모호크의 대고'에서는 헨리 폰다와 부부로 나오는데 오히려 평범한 외모가 이 영화에 더 현실적으로 어울렸습니다. 만약 상당한 미인배우가 나온다면 비현실적이겠죠.
후반부에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군을 부르러 가는 길버트가 인디언 추적자 세 명과 목숨을 건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제법 길고 꽤 아슬아슬합니다. 존 포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편집입니다. 많지 않은 30년대 칼라영화였다는 점도 특징이며 헨리 폰다는 이렇게 초창기에 존 포드 영화들을 통해서 톡톡히 인지도를 알리며 수작들을 필모에 남기게 됩니다.
이 시대 미국인들에게 남아선호사상이 엿보이는데 남자들이 전쟁에 수시로 참가해야 하고 그래서 많은 희생자들이 생겼을테니 부족한 남자들을 늘리기 위해서 남아 선호사상이 이 당시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전쟁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군인의 아내, 농부의 아내로서 꿋꿋이 살아가던 당시 시대의 여성들도 무척 생활력이 강하고 인내심도 강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개척정신과 모험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결국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독립 초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미국 독립일은 공식적으로 1776년 7월 4일 인데, 이날 영국이 항복하고 승리하여 독립한 것이 아니라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여럿이 모여 '독립선언'을 한 것이고 이 날을 공식 독립일로 한 것입니다. 영국의 식민지를 포기하여 실질적인 독립이 된 것은 7년이나 지난 1783년 9월 3일의 강화조약에 의해서 였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건국논란도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선언을 한 1919년으로 하는 것이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갈데 없어진 길버트와 라나 부부를 채용하고 물심양면 보살펴준 여걸 과부를 연기한 에드나 메이 올리버의 연기가 호연입니다. 남편을 일찍 잃고 홀로 살아가지만 매우 터프하고 강직한 여걸 같은 역할로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젊은 날의 헨리 폰다는 다소 유약해 보이는 외모지만 개척시대의 가장으로서 남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유명감독, 유명배우에 의해서 만들어진 30년대 매우 흥미로운 할리우드 고전입니다.
ps1 : 게봉제가 '모호크의 대고' 이고 DVD 제목은 '모호크족의 북소리' 입니다. 모호크는 동부의 지명이기도 하고 인디언 족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ps2 : 그러고 보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즈의 마법사' '모호크의 대고' 등 39년 영화중에서 칼라 작품들이 제법 있군요.
[출처] 모호크의 대고(Drums Along the Mohawk 39년) 미국 독립전쟁 소재|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