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가 생각났던 코틀라 피로즈 샤
인디아 게이트를 벗어나려 할 때 서녘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한다.
정작 우리가 보려고 했든 아소카석주가 있는 코틀라 피로즈 샤는 가지도 못했는데 해가 지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인도의 유적지나 관광지는 해넘이 30분전에 입장을 금하니 잘못되면 그 앞에서 돌아서는 일이 생긴다.
서둘러 대절 택시를 타는데 이분은 정말 느긋하다.
인도의 첫날 전투처럼 치룬 그 택시가 그리운 상황인데 이분은 인도의 충청도 양반인지 하염없이 느긋하다.
완벽한 상태가 아니면 차를 출발시키지도 않고 함부로 차선을 바꾸지도 않는다.
첫날의 택시가 인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2정말 눈감고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그렇게 느긋하게 즐기면서-속으론 똥줄이 타지만-도착한 코틀라는 델리를 다섯 번째로 수도로 삼은 투쿨루쿠 왕조의 왕성이다.
시간이 다섯 시라 들어가니 못 들어가니 잠깐 실랑이가 있었지만, 멀리 한국에서 왔다는데 이들도 조금 양보하여 들여보내준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인지 오 루피의 적은 돈만 받는다.
표를 내고 들어가니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만 석양을 받아 더 붉다.
무너진 잔재에 도는 붉은 빛은 묘한 울림으로 마음을 진탕한다. 무너져 벽돌을 드러낸 벽에 기대거나
허물어진 벽이 하늘과 만나는 그 자리에 누워 있는 여인의 누드가 겹쳐 보인다.
허물어진 황성옛터에서 그것도 해넘이가 시작되는 어스름한 시간에 느끼는 새 생명에의 염원이 그런 환상을 불렀나보다.
속으로 ‘누드사진 찍으면 좋겠는데’를 몇 번 되 내이고 아소카 석주를 찾으러 안으로 들어간다.
넓은 터에는 이곳이 입장료를 받는 곳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벌여놓은 생활 흔적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꾸듭미나르가 폐허 속에서도 훌륭한 유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여기는 마음으로 느끼기에 좋을 유적지다.
파테부르시크리의 폐허 유적을 보지 못하고 온 보상을 여기서 받는다.
넓은 마당 저 멀리 삼층 건물 꼭대기에 아소카석주가 서있다.
가까이 가니 올라가는 입구를 찾을 수 없어 무너진 벽을 계단 삼아 암벽타기로 올라간다.
이층을 한 바퀴 돌아도 삼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못 찾아 벽돌을 밟고 올라가는 데 삼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나중에 보니 계단은 다 있었는데 숨겨놓은 듯 감쳐져 있어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옥상에서는 코틀라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무너진 머스짓의 흔적도 있고 하렘이었는지 원형으로 건설 되 폐쇄된 건물도 보인다.
폐허속 예전 궁전의 뜰이었을 마당 중심에는 영욕의 세월을 같이 했을 나무가 우뚝 서 있다.
폐허에 서 있는 큰 나무는 폐허의 이미지를 더 부각시킨다.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건물의 기운을 먹고 자랐을 나무의 생명력을 통해 이미 가버린 역사의 흔적이 더 처절해 보인다고나 할까?
폐허의 이미지와 생명의 활력으로서 누드가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의 이면에 바로 거목과 폐허의 어울림이 중첩되어 떠오른다.
인도에서 마지막 석양을 코틀라 피로즈 샤에서 보낸 것은 인상적이다.
한 때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던 인도 수많은 외침에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되었으나 문화유적을 복원하듯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인도의 모습이 이곳에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 염려되었는지 아까부터 우릴 따라붙었던 경비원의 재촉에 서둘러 정문을 나선다.
택시 앞에서 짜이 한잔씩 하는데 쇼핑하는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빠듯한 것 같은데도 모두들 느긋하다.
몇 번에 걸쳐 자신의 사촌이 운영한다는 실크가게를 권하든 기사는 일행들의 거절에 더 이상 말을 안 한다.
델리 번화가인 잔 포트 백화점 앞에서 내리며 계약된 돈에 100루피를 더 건넨다.
쇼핑을 마친 일행들은 길 건너편에 있다.
번화가답게 중앙 분리대도 있는 왕복 4차선의 도로는 차로 붐빈다.
질서 있게 달리는 차들은 저마다의 최고 속도로 달리니 운전하는 사람은 좋지만 건너가는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한다.
질서가 꼭 좋은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빡빡한 느낌을 준다.
아마 인도에서 편한 느낌을 가졌다면 무질서가 주는 틈새에 마음에 평안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질서 있는 길에 건널목이 없으니 보행자에겐 지옥이요 운전자에겐 천국이다.
몸을 걸고 모험을 해서 건넌다.
저녁식사는 민속공연을 하는 가든 식당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라 인도식 뷔페다.
민속무용은 라자스탄 지방 것이라는 데 스님 말로는 타 지역을 가도 그 지역 민속무용이 아니라 라자스탄 지방 것을 보여준단다.
주로 농경사회의 풍습을 보여주는데 우리네 꼭두각시 춤과 비슷한 것도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꼬마의 생일파티를 위해 찾은 인도가족을 본다.
가까운 친지까지 불러 하는 아이의 생일잔치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김포공항 국내선 규모의 델리공항 출국장은 여권과 표가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8일 동안 동고동락한 산티와는 이제 이별이다. 긴 만남이었지만 아주 짧은 이별 인사를 하고 구내로 들어간다.
혼잡하지만 에어컨 공사를 끝낸 출국장은 입국장의 그 분위기완 사뭇 다르다. 변화 발전하고 있는 인도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한 번에 사람이 바뀌겠는가? 느릿느릿한 수속을 마치고 탑승대기장으로 들어간다.
여느 공항과 달리 탑승대기장 안에는 면세점이 없다. 인도 홍차를 몇 개 기념으로 사려든 계획이 어긋난다.
밖에 있던 조그만 가게가 면세점이라니 정말 황당하다.
비행기도 예상대로 40여분 늦는다.
새벽 한시 20분 그래도 인도를 떠난다.
잘 있어라 인도여 다음에 다시 또 올 수 있겠지.
어느 때에 타든 어김없이 주는 기내식을 먹는 둥 마는 둥 눈을 붙이고 누웠는데도 배가 살살 아프다.
마지막 날이라 방심하고 저녁 식당에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잘못되었나.
방콕에서 환승하기 위해 내리자마자 심한 복통이 시작되었다 설사는 아니지만 심상치 않다.
두 번째 비행 시에 준 기내식은 아예 건너 띈다.
그사이 날은 밝아 오고 세 번 째 비행을 위해 내린 대만 공항에서 설사를 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인도에서의 모든 것을 쏟아내라고 몸이 보내는 신호 같다.
인도의 것은 인도에 두고 다시 한국에서의 삶을 준비하라는 예보. 인도를 꿈꾸되 돌아보지는 말라는 징표로서 설사.
인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준 곳.
9일간의 일정을 그리워 하지는않겠다. 하지만 새로운 여행을 위한 꿈을 시작한다.
안녕 인도여 반갑다 한국이여.
200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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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지막 그 시간이 내내 기억에 남던 곳...아쇼카 석주~!!! 청한님의 남은 여정을 다 읽느라 일도 뒤로 미루었습니다.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함께여서 더욱 그러했구요.....
함께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끝을 내셨네요~.. 애 많이 쓰셨어요~~..외출을 해야해서 하나 하나 못 읽어 보고 꼬리만 달고 갑니다~...설날..인도 꿈이나 꾸게..찬찬히 읽어 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들바람님의 후기를 읽어야 진짠데....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청하님 수고하셨네요 모든글이 새롭고 기억이 날정도로 섬세하게 후기를 올려서 잘읽어씁니다.인도를 많이아신것 같아요 .건강한 명절보내시고 바라나시에서 아그라가는 청한님과 가니긴밤 잊을수가없네요 .밤샘함시롱 쏘주가부족해 양주석거 먹는것이 오전내내 보대끼며 갔거든이라.ㅋㅋㅋ 멎진 나만에 추억입니다..청한님과 인도여행 즐거웠씁니다..건강하세요..
오동추님이 쓰시는 맛갈나는 후기 기다리는재미로 삽니다. 그날 마신 소주와 양주 다시 맛볼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술맛이지요..........건강하시고 설 잘 보내세요
와! 청한님이 드디어 마치셨구나, 설맞이 하기 전에... 탈고하신 청한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으니 천천히 톺아보겠습니다. 가뿐한 마음으로 설 잘 쇠세요.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분 한분 같이한 여행이라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여행의 참맛을 즐기는 방법을 선물해주신 청한님과 엿장시 오동추님... 여러님들 감사 감사 또 감사!!! 나도 언제쯤 이렇게 정갈한 여행을 해볼까? 제대로 된 해외여행 답사기를 쓸 때까지 덜깬주의 여행은 지속되어야 한다!!!!!
알차고 정갈한 후기 연재해 주신 청한 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인도 여행 10배,100배로 즐기게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포니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큰 사건을 격고도 의연하게 대처하시는 모습에 다른 여행에서 맛볼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같이 한 여행 두고두고 기억날 겁니다.
청한님의 후기는 바쁜일 다 끝내 놓고, 아무 거칠것 없는 상태에서 읽으려고 아껴 뒀는데.........일단 꼬리라도 달렵니다. 청한님이 계셔서 후기방이 멋진거 아시죠?
참새님 덕분에 풍부해진 인도여행..... 힘차게 다니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참새님이 주시는 활력 더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운한 마음에 이것 축하를 드려야 하는건지요?? 그래도 긴 여정을 이리도 깔끔하게 마쳐준 형님께 고마운 말을 전합니다.제 기억을 다시 일깨워 주시고 아직 모르는 문명의 미망을 일깨워 주시니 이 또한 고마울 따름이지요. 다시금 여행을 한다고 해도 이렇듯 좋은 기억들을 가질 수 있을려나 의문이 되지만 아직은 정리 되지 않은 이들의 문화를 되살려 기억을 시켜 주실 수 있는지요 또 다른 박물관이 기다려 집니다.
청한님 따라 인도 답사 잘 다녀 왔습니다. 후기를 다 읽고 생각하니 제가 정말 인도를 가고 싶었던 것인지 반성도 되고 아무생각 없이 아무때고 가면 될것 같기도하고 마음이 왔다갔다합니다. 참.. 신청해놓고 답사도 못갔으면서 아직도 갈까말까로 고민중 이라니 인도라는 곳이 궁금하기는 하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