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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도 그러했으리라! 오스카 핑걸 오플래허티 윌스 와일드(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 1854년 - 1900년 11월 )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우리가 잘 아는 "행복한 왕자"를 쓴 오스카 와일드이다.
운명이 그를 거대한 타이탄 보아 뱀처럼 집어삼키고 위액으로 가득 찬 암흑의 뱃속에 담금질하기 전까지 그는 언제나 당당했고 누구보다도 성공과 명성을 쉽게 얻으리라 확신했던 자였다. 손금에 아마도 삼지창이 진하게 음각으로 새겨져 있거나 부처님 일자 손금처럼 선명하게 가로획을 갖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세계적인 명성이 함께할 것이다."라는 예견을 그의 어머니에게 말했을 것이며 푸른 달이 차고 넘치며 태양이 절을 하고 붉은 화산이 검붉은 피를 토하는 태몽도 함께 했으리라! 지구상 가장 현란한 혀를 지닌 작가의 탄생이다.
미술평론가로 출발했다. 자신을 멋지게 연출했고 내뱉는 말마다 명언이었다.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맘껏 자랑하고 뽐내고 다녔다. 관중을 열광시키는데 능숙했다. 옥스퍼드 출신답게 멋진 영어 발음과 5개 국어에 능통했다. 평범한 옷과 평범한 말들은 모조리 거부했다. 미국에서의 강연은 대 성공이었다.
그의 거친 삶은 기실 완전히 갈라진 천년 사막의 거친 피부 조각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잘생긴 얼굴, 공부로 왕을 뽑는다면 바로 될 것 같은 슈퍼 두뇌의 소유자였다. 오로지 쾌락과 즐거움, 아름다움만이 그의 도덕이자 철학이었다. 그는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것만을 숭상했으니 전 세계는 자신을 축으로 돌아갔고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고 사랑했다.
어느 날, 그의 성 정체성의 비밀이 드러났다. 퀸즈 베리 사건이라는 유명한 재판으로 인해 극적인 몰락을 겪게 되고, '막중한 풍기 문란'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는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고 다시 재기하려 했으나 결국 교도소에서 귀를 다친 증상이 악화되어 뇌 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 가장 성공한 작가였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 "거인의 정원"이라는 동화가 있다. 원제목은《욕심쟁이 거인》(영어: The Selfish Giant)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뜨겁게 사랑했지만 헌신의 삶을 산 좋은 아버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 그토록 사랑했던 아름다운 아내를 멀리하고 악마와 새로운 사랑의 모험을 시작했다. 이 위험한 사랑으로 눈물겨운 인생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신이 준 모든 행운이 한 사람을 잘못 만나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자리를 스스로 찾아가 그림자만 남기고 다 타버린 사람이 되었다.
1891년 퀸즈 베리 후작의 막내아들인 16세 연하의 앨프리드 더글러스, 일명 보시(Bosie)를 만났다. 그의 삶이 추락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다혈질에 사치 광인 철없는 귀족 청년은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처절하게 박살 내버렸다. 차라리 사랑의 대가가 일 파운드 정도의 살덩이였다면 모든 것은 쉬웠을 것이다. 보시는 오스카 와일드를 산화시켜 버렸다. 속물을 사랑한 대가는 언제나 참담하다. 그의 삶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예술보다 더 가혹하고 지독했다. 비극보다 더 비참했다.
자신을 지나치게 믿고 사랑 그 자체에 오로지 구걸하다시피 매달린 어설픈 사람이었다. 헤드라이트 앞에 길을 잃고 주저하는 사슴 같은 존재였다. 삶의 짧은 명멸 앞에 당황하지 않는 인생은 없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주었다가 모든 것을 다 잃었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심연에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한때 수 톤의 무게를 덜어내고 광활한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건너던 군함 같은 삶이었다. 그는 사랑 앞에 무기력한 마치 그물에 걸려 익사하는 고래 같은 존재였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마음껏 저지르고 떠난 자의 삶의 결말이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그는 교도소에서 매일 기록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성공한 작가였다. 유미주의를 지향했다. 그가 쓴 행복한 왕자처럼 태어났다가 가장 깊이 추락한 자이다. 아버지는 왕의 주치의였다. 어머니는 시인이었다. 그는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처세에 능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에 그는 눈치라곤 없는 인간이었다. 독설의 소유자였다. 자기애가 유독 강했고 자만심이 하나의 종교이자 신념처럼 지독하게도 그를 지배했고 그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고 갔다. 추락하는 자에게 끝은 죽음만이 환한 빛이었다.
옛날 거인이 아름다운 정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달콤한 맛의 온갖 과일들이 자라고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아이들에게 거인의 정원은 환상의 놀이터였다.
거인이 친구의 집에 머무르다 7년 만에 돌아왔다. 아이들이 정원을 자신들의 놀이터처럼 신나게 쓰고 있었다. 거인은 아이들을 다 내쫓아 버렸다. 담장을 쌓고 "절대로 들어오지 말 것"이라고 팻말을 썼다. 봄이 왔지만 거인의 정원엔 찬바람만이 불었다.
봄은 영원히 사라졌다. 지금 상황에선 주거침입 및 기물 파손 죄에 해당한다. 개념 없는 아이들이라고 손가락질과 질타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아무리 동화지만 무개념의 글이다. 애써가꾼 정원을 망가뜨리고 시끄러운 아이들이 날마다 정원으로 온다는 것은 고통이다. 심신 미약이나 환청 같은 정신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순수한 눈으로 내가 이 동화를 읽고 느낀 점이다. 거인의 인생이 너무 가혹했다.
어느 날 아침 담장의 구멍으로 아이들이 기어들어왔고, 그 순간 봄도 함께 왔다.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이들이 있어야 기후변화가 온다. 거인도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아이들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나눌 때 더 큰 행복이 찾아온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글이었다.
정원의 찬바람과 끝없는 겨울, 오스카 와일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그는 동화를 여러 편 썼다.
앙상한 나무와 꽃도 새도 없는 정원은 거인에겐 고통이었다. 거인은 키가 작은 아이 뒤로 가서 나무에 앉혀주었다. 그 순간 꽃들이 망울을 터뜨리고 새들이 날아왔다. 아이는 두 팔을 뻗어 거인의 목을 안았다. 심지어 뽀뽀 선물도 해주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신비로운 남자이다. 배우 휴 그랜트처럼 완벽한 얼굴과 큰 키 깊은 눈매 화려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다. 유려한 문장은 유미주의답게 아름답고 광채가 난다.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세계 최초, 동성애 금지 판결 법의 1호 희생양이 되었다. 교도소에서 나오자 천재성, 명성, 모험심까지 다 사그라 들었다. 스스로 파멸한 자이다. 젊고 아름다운 유기체인 몸의 종말은 광속으로 달려왔으니 눈을 감았다 뜨니 모든 것은 다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미래를 암울하게 수렁으로 끌어내렸다. 연극이 너무 길어지면 관객이 지루해한다는 걸 알고 신이 중간에 잘라버린 듯하다. 허름한 프랑스 거리에서 병원에 갈 돈조차 없었다. 지인들에게 빌붙었다. 나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지만 화려함 만은 버릴 수 없다는 말은 전설이 되어버렸다. 예전의 쾌활하고 명쾌한 그는 사라졌다. 비극의 삶을 살다 갔다. 죄 없는 아내 콘스탄스는 더욱더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삶은 험담과 조롱을 견뎌야 했고 몸은 다 망가져 버렸다. 낚시꾼처럼 끝없이 남편이 돌아오길 바랐다. 그녀의 묘지엔 그 무엇도 쓰여있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 새겨져있지 않았다. 그녀의 나이 마흔이었다.
머릿속으로 굴려보는 마녀의 구슬 같은 삶,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찬 겨울 거인의 정원에서 외롭게 떠났다. 평생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비참하게 죽었다. 마치 예견된 행복의 파괴자 같은 삶을 살았다. 모든 행복의 요소는 다 가지고 태어났다. 왕실 주치의 아버지와 문학가인 어머니 사이에 뛰어난 두뇌와 큰 키와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났으나 불행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간 자이다. 실추된 명예와 파산한 삶은 그로 하여 구걸까지 서슴없이 저지르게 했다.
쾌락의 끝은 어떤 것인가를 검증해 주었다. 그가 쓴 "살로메"처럼 나도 술을 진탕 마시고 내 불행을 몰라라 했던 늙은 이무기의 머리를 뎅강 잘라서 은쟁반에 담고 싶다. 흐르는 피를 손으로 찍어 먹고 눈알을 뽑아 알사탕처럼 입안에 굴리고 톡 터지는 식감을 느끼고 싶다. 제자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우울증 약의 부작용 중 하나는 무기력증입니다. 이렇게 힘든 순간,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서 한바탕 웃고 싶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를 그토록 사랑했다는데, 결국 우리의 정적은 악마 같은 남자였다. 재치가 넘치는 그가 그립다. 그의 탐미주의적인 글을 탐하느라 수많은 날들을 보냈다.
행복한 왕자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불행의 길로 간자, 그의 지독하고 역겨운 단점에도 난 그를 사랑한다. 자신의 극단적인 비극으로 나를 가르친 자이다. 그만큼 신랄하고 냉철한 언어들을 내 쏟을 자는 다시는 이 지구에 오지 못하리라! 악마의 유혹과 금단의 사과를 다 맛본 자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치 있고 기지가 넘치는 그의 말들은 마치 제왕의 모습을 한 코브라처럼 춤을 춘다. 그의 현란한 혀를 사랑한다.
신이 텅 빈 책을 던져주고 네 맘껏 써보아라! 그는 스스로 영악하고 오만하다고 생각한 순박하고 어리 부리 한 인생 초보자였다. 어린 시절, 모래 수렁에서 긴 머리의 물귀신이 나를 삼킬 것 같은 느낌에 깨어난다. 지독하게 힘든 하루를 난 또 살아야 한다. 두려움과 고통이 날마다 편대비행체처럼 날아온다.
외로움을 단절시키기 위해 혹독한 시련의 길을 택함이 현명한 것일까? 상실의 시대는 그를 갉아먹었다. 아니 거죽만 남기고 다 파먹었다. 삶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고 숭상하는 성웅 이순신의 진두지휘 아래, 아무런 이유도 대의명분도 없으며 먼 땅으로 와 죽은 이름 모를 일본 병사 1, 2, 3,...! 들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겁대가리를 상실한 욕망의 희생자인 것이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죄일까? 아니, 언제든 악의 축은 존재하고 있다. 난 영원히 X축, Y 축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틀이 정해진 세계정복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권력과 욕망의 끝에 받은 월계관이 무슨 의미가 있던가! 유전자가 다른 그들의 끝없는 욕심에 이유 없는 운명은 저주의 빨간 구두와 함께 내 몸에 붙어있을 뿐이다. 난 그냥 빨간 구두를 신고 싶어 한 철없는 소녀였다. 신이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잘려나간 촉수처럼 혼자 꿈틀거리고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안 바뀌기 때문이다. 오스카 와일드를 집어삼킨 시대는 시대는 진화해 앨런 매시슨 튜링(영어: Alan Mathison Turing, OBE, FRS, 1912년 ~ 1954년, 잉글랜드의 컴퓨터 과학자, 수학자, 암호학자, 논리학자이며 컴퓨터 과학자)으로 하여 수치심에 청산가리 사과를 먹게 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구하고 절명한 올리버 웰링턴 "빌리" 시플(영어: Oliver Wellington "Billy" Sipple, 1941년 11월 20일 ~ 1989년 2월 2일)을 망가뜨렸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변희수 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다름은 시대가 용인하지 않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권력과 야망에 절은 소수 인간들의 탄생이 무수한 자들을 희생시켰으니 이 시대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내가 365일 일해서 번 돈으로 국개의원의 9명 수행장들과 그들의 명절 비용을 대신 내주고 대통령 와이프들을 위해 나도 못 입고 못 사는 명품 가방을 준 셈이다. 악어 등가죽 같은 거친 내 삶이 그들의 악어 가방으로 환생을 거듭하리라! 삶의 무대에서 파산하고 도산하고 풍비박산 난 우리의 삶은 그들에겐 그저 모래 위에 새긴 곧 사라질 이름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이 시대의 아나키스트 나만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더 이상 내 등에 빨대 꽂지 말기를!! 푹 삶긴 삼계탕처럼 팔다리 쑥 빠지고 뜯기고 발라 먹히고 크램차우더 브래드보울처럼 속까지 다 파지고 용암처럼 뜨거운 수프까지 담긴 온몸을 다 쳐 발리고 뜯어 먹히니 온통 짓이겨지진 삶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지? 시원한 우물물과 상추쌈을 먹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어머니께 그리움의 편지를 써서 주머니에 넣고 전사한 어린 병사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것인지?
시대가 버린 사람들의 까마득하게 사라진 푸른 슬픔에 대한 값은 누구의 몫이며 어떤 시대든지 권력에 대한 욕망과 야망에 수면을 가득 채운 물풀처럼 이글거리는 인간들의 횡포는 지구를 지배할 것이다. 지층의 밑바닥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말없이 깔려만 있을 뿐이다.
하루치 햇빛의 분자와 원자의 값은 누가 지불할 것이며 잔혹한 갠지스강 황혼 녘 다비식의 장엄함과 영험함이 비 따라 사라져 간다. 모든 것을 죽음으로 답하는 슬픈 영혼들의 행진곡만이 남아돈다. 진이 다 빠진 술지게미 빵이 주는 매력적인 맛이 그리워진다. 그는 갔으나 지독하도록 아름다운 달달하고 재치 있는 글들은 세상을 떠돌고 흔들리는 내 삶에 위로를 던져준다. 언어로 허기진 주린 배를 그로 채워간다.
거만과 오만과 자만으로 자폭한 남자! 좀 더 인생을 살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철이 들었더라면 더 많은 신화를 창조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말발이 세었던 자신의 천재성을 미국으로 가는 날, 세관에 신고하려 했던 그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난 그렇게 사라지고 없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에 기대어 오늘 하루 복용해야 할 한 줌의 풍파를 견뎌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