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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다.
피붙이나 친구의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음으로 통하는 동지, 사숙하는 스승, 요즘 말로 멘토 같은 인물이라고 할까.
아무튼 이런 사람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면 삶이 여유롭고 훈훈하다.
- 채현국, 정운현의《쓴맛이 사는 맛》중에서 -
'우리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별세
https://news.v.daum.net/v/2021040221420140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시길...
채현국 할아버지(85세)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께 광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한국내에서 자산 규모가 6위 인 어마어마한 거부였으나
박정희 군사정권에 협조를 거부하고 광산을 해체 한 뒤 모든 직원에게 돈을 나눠줌
그 이후 중앙정보부 요원 및 수사당국에 쫓기는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을 숨겨주며 생활비를 책임져주었고,
현재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일을 하고 계심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거부'였지만 유신시절 '양심세력의 보루'였던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지는 않았다…노인 세대를 절대로 봐주지 마라"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104094006139
젊은 친구들한테 한 말씀 해 달라.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
'당신은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이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당신은 정말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 앞의 질문처럼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생각을 하는 사람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있지만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생각이 있다는 건 생각을 한다는 말과 다르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 호모 사피엔스이지 않은가.
다만 생각을 갖고 있지만 어제와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틀에 박힌 생각을 반복하니까
'생각 좀 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지 생각을 '하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너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이냐"라는 질문은 어제의 생각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면서
언제나 틀에 박힌 생각만 반복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생각 좀 하라!'는 말은 이제까지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좀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생각하는 거다.
'잘 늙을 생각 말고 젊을 때 잘 살아라'
채현국 이사장(양산 효암학원)의 인터뷰는 시국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읽혀진다.
몇 해 전 “노인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라는 뜻밖의 인터뷰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할배지 뭐. 인구에 회자된다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결국 날 멋지게 부르는 것도 사람들의 자기표현일 뿐이야.
인간이 좋은 말을 하는 건 다 자기표현 하느라 그런 거야.”
노인(이사장이라는 호칭을 싫어한다)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방송국(KBS의 전신) 공채 1기 연출직으로
입사했다. 3개월 뒤 퇴사하고 아버지의 탄광 운영을 도우며,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많이 낸 사람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 20여 개나 되던 회사를 정리하고 재산은 모두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부친은 독립운동
가를 도왔고, 노인은 독재 정권 시절 해직 언론인을 비롯해 문화 예술인, 재야 운동권 인사 등 민주화 인사들을
남몰래 도와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을 만난 날은 12월 12일. “사람 시비 거는 날이군.” 소문대로 괴짜 ‘할배’다. 건강 얘기부터 이어졌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암인데 좋을 리가 있나. 괜찮아, 늙어서 암 생기는 거 어쩔 수 없어. 옛날 같으면 그냥 노환이지 뭐. 전립선 쪽이 안 좋아.
건강관리는 엉터리로 하고 있어.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깨고 아무 때나 먹고. 괜찮아, 빨리 죽으려고 술을 그렇게
먹어댔는데 이렇게까지 살고 있잖아.
치료는…?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진단을 받으라고 하기에, 아무래도 암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미루고 있었지. 팔십 다
됐는데 암 소리가 나오지 안 나오고 배기겠어? 그러다가 작년에 몸이 안 좋아서 결국 검사를 했는데, 암이래. 좀 크대.
세계적으로 전립선암으로 죽은 놈이 얼마 안 돼. 그냥 노환이야. 조직검사를 한 게 억울하고 아까워서 항암 치료를
할까 말까 하다가 했더니 이게 얼마나 흉악한 치룐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니고 돈벌이 되는 치료
만 하는 거야. 이 엉터리 같은 놈!
죽음에 대한 생각, 해본 적은 있으신지요?
내가 운이 좋아. 암 진단을 받으면 비감이 늘거나 절망감이 지나가야 하는데, 아이고 잘됐다, 인제 죽겠구나 싶은 거지.
괜히 질질 끄는 병 걸려서 6, 7년 누워 있는 사람들 많이 봤거든. 암이라는 놈은 지깟 놈이 오래 끌어봤자 1, 2년이거든.
두렵지 않으신지요?
왜 두려움이 없어요. 공포도 있고 불안도 있지만, 그게 자연의 이치야. 죽을 놈이 안 죽으면 새 놈이 어떻게 태어나.
인터뷰하기 전에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근사한 사람이더라’가 아니라 ‘싱거운 건달이더라’라고 써줘. 내가 나쁜 짓 해봐. 사람들이 저 선생님도 하는데,
나도 해야지 하고 흉내 내면 어떡해. 그렇게 그렇게 운 좋게 살아온 노인이구나, 정도로만.
수식어가 많으십니다. ‘할배’ ‘건달 할배’ ‘풍운아’….
나이 먹으니까 소박하게 ‘할배’가 좋지. 어릴 때 별명이 ‘마다리(쌀포대)’였어. 하도 너덜너덜한 노란 마다리 같은 옷을
입고 다녀서 붙여진 별명이야. 지금 입고 있는 마다리 같은 이 옷도 한 20년 전에 누구 주례해주고 얻어 입었나 봐.
어릴 때도 가난해서 매일 똑같은 ‘푸댓자루(베자루)’ 같은 옷만 입고 다녀서 애들이 ‘마다리’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놀려대도 기죽지 않으니까 그게 더 재미있었나 봐. 계속 시비를 거니까 맨날 싸움질을 하는 거지. 기가 죽어 있어도
잠깐 점잔 빼고 있는 줄 알아. 두드려 맞고 기죽어 앉아 있어도 원수 갚으려고 계획 세우는 걸로 알아.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계신데 어떠신지요?
유명해지는 순간에 사람은 거짓말을 하게 돼요. 평범하고 시시한 삶만이 확실하게 행복한 삶이지. 자본주의 사회 경쟁에
속아 남을 딛고 올라서야 잘 사는 거 같고, 시시하면 당하는 것 같지만, 시시한 사람만이 행복한 사람이야.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는 것, 도움 되는 것 같아도 다 독입니다. 과일 좀 커진다고 농약 뿌리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꼴이
에요. 그러니 내 말도 믿지 마.
오기 전에 선생님 인터뷰의 댓글을 봤는데, 어떤 학생이 “우리 학교 이사장님인 거 같은데 이런 분인 줄 몰랐다”고
적었더라고요.(웃음)
학생들 중에 가끔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순박한 놈이 혼날 생각으로 물어보는 거지. “할아버지, 우리 학교에서
뭐 하시는 분이세요?” “너희 부모님 바쁘시니까 내가 학교 와서 선생님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하는 사람이지.”
그럼 아이들은 “인사는 낮은 사람이 하는 거 아니예요? 높은 사람이라고 카던데요.” “인마, 인사는 높은 사람이
해야 좋아하는 거야. 근데 너희 이사장이라고 알아?” 그러면 “예? 이 사장이오? 성이 이씨인 사장이오?” 그래요.(웃음)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내가 원래 말도 없고 감자에다 이쑤시개 꽂아놓은 것마냥 가느다란 아이었어. 기운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아이들한테 얻어맞곤 했는데, 싸움도 못 하는 녀석이 누가 좀 때리면 맞으면 될 것을 같이 꼭 때려줘야 직성이 풀렸어.
애들이 날 가만두질 않으니까 맨날 싸움질을 한 거야. 싸우기 싫어서 학교에 안 갔는데, 그러면 우리 누나가 아빠한테
그렇게 일러대. 아빠한테 맞는 것보다는 친구들한테 맞는 게 더 나으니까 결국 학교에 가는 거지. 그런데 우리 아버
지는 내가 맞아서 집에 오면 더 혼을 내. 그러니까 밤중에 몰래 들어갔지.
그럼에도 학업 성적은 우수했다고 들었습니다.
해방 바람에 학교를 안 가고 놀아서 3학년 때까지 한글을 못 읽었어. 배우지 않으니까 받침 읽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그래서 한글을 그림으로 통째로 외워버렸어. 그리고 3학년 2학기 방학 동안에 한글을 배워서 깨쳤지. 근데 한글도
잘 모르는 애가 일등을 한 거야. 아버지한테 엄마가 아들이 일등 했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일등이란 건 반드시 한 명은
있는 거여, 그게 뭐라고 얘기해?” 그러셨어.
당시엔 내가 천잰 줄 아는 사람도 많았지. 그런데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초긴장’ 상태로 살았어.
초긴장 상태면 공부를 잘하게 돼. 선생이 뭘 묻기도 전에 이미 뭘 물어볼지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의식적인 집중력이
아니고 잠재의식의 집중력. 본능 말이야.
초긴장 상태요?
두 살 때 부모님의 존재가 한꺼번에 사라졌어. 아버지는 내가 두 살 때 중국으로 가셨고, 내 생모는 지금의 어머니에게
나를 맡기고 도망가버렸어. 그래서 호적엔 내가 두 살 어리게 돼 있어. 나이도 같은 학년보다 두 살이 많았으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운이 좋은 게, 우리 어머니는 내가 친자식이 아니어도 살뜰하게 키워줬어. 자식들은 다 크고 남편도
도망갔는데 갑자기 어린 아기가 생기니까 그게 그렇게 귀여웠던 모양이야. 유일한 내 엄마야. 긍정적인 삶을 알게
해주신 분이지.
한때는 거부였고, 또 한때는 신용불량자였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떠신지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낼 만큼 부자였지. 그때 알았어. 사람들이 세금 포탈을 얼마나 하는지.
돈과 권력, 명예는 확실히 중독성이 있어요. 아편이나 도박 중독은 저리 가라 할 정도예요.
세계 인류가 다 죽어가도 자기 혼자만 부자가 되면 된다는 게 인간이니까. 거기에 딱 걸려들겠더라고요. 지금은
건달이지 뭐. 하루 벌고 하루 일자리 없어서 고민하는 게 문제지만, 이만하면 부자지. 마누라가 대학교수라 마누라
등쳐 먹고 사는 중이야. 스위스에서 피아노 선생질하는 애가 가끔 용돈도 부쳐줘. 제 엄마한테 안 주고 꼭 날 주더라고.
어떤 남편이신가요?
우리 마누라한테 물어보면 골 아픈 남편이라고 그럴 거야. 아내랑 내가 동기 동창생이야. 연애도 한 번 못 해보고
“나 장가가야 되거든, 시집 좀 오세요” 했더니 왔어. 우리 마누라? 얌전했고, 또 자살할 것 같은 사람이 아니었어.
나같이 험한 사람 옆에 있으면 까딱하면 자살할 염려가 있거든. 사람은 돈이 많아도 자살하고 없어도 자살해.
결국 돈이 병들게 만드는 거야.
아내가 돈병 들까 봐 내가 엄청난 부자일 때도 따로 통장 하나 만들어준 적 없어. 그래서 돈이 없을 때도 아내가
비관을 안 해. 결국 우리 아내를 만난 게 운이 끝장나게 좋았던 거야. 근데 살아보니, 우리 아내는 내가 이런 사람
인 줄 알았어도 나한테 시집왔을 것 같아. 이렇게 또 마누라 자랑을 허네.
어떤 아버지이신가요?
애들이 볼 때는 아마 무서운 아버지였을 거예요. 이래라저래라 말을 안 하니까 더 무서운 거지. 나는 일등을 해도,
꼴찌를 해도 자식들 성적표를 안 봐. 혹시나 내가 보면 애들이 영향 받을까 봐.
그런데도 자제분들이 1등 해서 오면 기분은 좋으셨죠?
걱정을 더는 거지. 공부 못 해서 괜히 도둑, 사기꾼, 똘마니 같은 거 하면 어떡해. 세상 살면서 쉽게 속지는 않겠지
하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 애들이 어릴 때 밖에서 늘 장난감이고 자전거고 뺏기는 걸 내가 봤거든. 형제가 많아서
자기들끼리 뺏고 빼앗기는 게 예사였는데, 밖에 나가서도 그렇게 뺏기고 왔어. 그래도 야단 친 적은 없어.
특별히 자제분들에게 강조한 소신 같은 것은 없으신지요?
난 애들한테 뭐라고 말하기보다는 애들 손잡고 물가나 산으로 놀러 다니기에 바빴어. 나부터도 어릴 때 누가
날 가르치려고 하면 안 들었거든. 그 이유가, 기억해서 흉내낼까 봐. 철학가라고 놀기만 했지 책도 처음부터
순서대로 끝까지 읽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철학책도 한 권 없어. 오죽하면 <반야심경>도 수천 번 봤지만 중간
중간 지멋대로 봤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외우게 되잖아.
한 인터뷰에서 했던, 지식도 마약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권력, 돈, 지식, 지혜, 심지어 미모, 이것들이 소박함을 잃게 만들어요. 지켜야 되잖아요. 사람이 소박함을 잃는
순간에 돈과 권력이 불보다 더 무서운 병균이 돼요. 불보다 더 무서운 병균 말이오. 불 자체는 해롭지 않잖아요.
우리가 살면서 불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아요. 하지만 불은 때로는 다 태워 죽이기도 하잖아. 똑똑한 사람
들은 이걸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다가 결국 타 죽는 거야. 박근혜도 마찬가지예요. 작은 불에도 손이 데인
다는 걸 알아야 해요.
권력, 돈, 지식을 지키고 싶은 집착을 어떻게 밀어내셨나요?
금숟가락이 똥숟가락의 덕을 본 거예요. 힘들게 살다가 겨우 아버지가 오셔서 밥 좀 먹고 살 만하니까 형님이
자살을 달랑 해버리네. 에잇. 그게 내 인생을 많이 변하게 했어요. 사탕 하나도 나눠 먹기 싫어했고, 야멸차게
1등 하는 거 좋아했던 질 나쁜 아이가 확 변한 거죠. 형님 삶까지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어.
노인은 주머니를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작은 돌 대여섯 개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놓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다녔던 것들이야.”
예쁜 옥돌과 그냥 돌이 섞여 있다. “미술을 알든 모르든 물의 힘으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게 더 예쁘지 않아?”
인위적인 것들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가치를 말한다. 노인은 그 작은
돌을 기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라는 사건이 나라를 덮어버렸어요.
내가 더 화가 나는 건 ‘민중도 책임이 있다’라는 말을 아무도 안 한다는 거야. 물론 민중이 아무리 썩어도 정치가보다는
덜 썩었지만, 결국 민중이 투표하고 민중이 뽑았잖아. 그것을 말하는 민중이 아무도 없다는 게 화가 나.
그다음은 언론! 이건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고, 대통령 게이트야. 무슨 소리냐면, 최순실이라는 작자가 무슨 국정 농단을 해?
책임 있는 자가 국정 농단을 하는 거지. 최순실은 그저 박근혜한테 잘 보이려고 구두쇠처럼 인색하게 굴면서 박근혜가
시키는 대로 한 거야.
촛불 집회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로마 민중이 결국 소크라테스를 죽였고, 20세기의 그 뛰어난 민중이 히틀러를 만들어내고 스탈린을 만들어냈어요.
지금처럼 시위가 폭력적이지 않을 때 나서는 사람이 많지. 시위한다고 잡혀가고 두드려 맞고 병신 될 때 나서는 사람이
몇이나 돼요. 이번 촛불 집회에 나온 어린 친구들은 참 고맙지요. 애들이 그 안에서 보고 느끼며 잘 배우길 바라요.
단, 독하게 배우지 말고 즐겁게 배우면 되는 거야. 부모들이 아이들을 시위에 데리고 나가는 이유가, 옳고 그른 것을
주장하기보다는 함께하는 그 속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거 아니겠어요?
청문회도 보셨어요?
신문, 잡지, TV를 거의 안 보는데, 이번엔 좀 봤어. 아파 누워 있는데 하도 떠들어대는 거야. 빤한 수작들, 다 알고
있으니까 꼴 보기 싫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숨도 쉬지 마라! 100살이 돼도 돈이 있으면 사람들 이용해서 똑같은 짓을 할 거야. 그러니까
돈을 다 빼앗아야 돼. 아직도 전두환이 힘쓰는 거 봐. 노태우는 맥을 못 추잖아. 전두환이는 돈이 있으니까 부하들이
배반을 하지 않아요. 돈이란 게 그래.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자라온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거 다 위장이에요. 그건 성격이야 성격.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서
정치가가 된 사람이야. 순한 척하는데 독한 사람이지. 형제한테 하는 것 봐. 그래봤자 자신도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히고 결국 쓰레기가 될 뿐인데…. 그래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나라 15%는 극우(극단적
보수주의 혹은 국수주의적 성향)거든.
이 사람들은 박근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나라에 극좌, 극우가 각각 15%씩이니까 30%야.
그러니까 멀쩡한 70%가 정신을 차리고 책임감을 가져야지. 분명한 것은, 박근혜는 멍청이가 아니야.
무서운 사람이란 걸 알아야 해. “자괴감이 든다”라는 말을 대국민 담화에서 하는 것 보세요. 도대체 원한만 있고
부끄러운 적이나 있었을까? 공포와 불안을 부끄러움으로 오해하며 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불안과 공포에서 오는 거북함을 부끄러움으로 아는 사람이야.
향후 대한민국에 여자 대통령이 나올까요?
나오지 왜 안 나와. 이제는 좀 나은 대통령이 나오겠지. 딴 대통령도 똑같이 썩었지 박근혜만 썩은 게 아니거든.
오히려 여자가 돼가지고 사람을 죽이진 않았잖아. 과거를 평가해볼 때 여러 가지 실수를 했지만 그래도 노무현이
괜찮았다고 생각해. 그중 제일의 실수는 자살한 거지. 그래도 그게 우리 모습이라는 걸 노무현이 보여준 거야.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니까.
혼란스러운 시국입니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네 삶 네가 알아서 살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결국 이 사태도, 다 우리 탓이야, 왜 남의 탓을 해? 시국이 이렇다
보니 이민을 간다 어쩐다 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도 자기 책임이이에요. 자기가 잘못해서 사회
문제가 생긴 건 깨닫지 못하고 박근혜 패거리들 핑계만 대는 거지. 생각해보세요. 오히려 지금 박근혜 패거리들의
나쁜 짓이 탄로가 나서 얼마나 잘된 것인지 몰라요. 탄로 안 나고 계속 해먹는 거보단 열 배 잘된 거예요.
시국이 이러니 총리도, 장관도 지 맘대로 못 하잖아. 공무원들 다들 조심하잖아.
우리에게 희망은 있겠죠?
희망은 절망일 때 생기는 겁니다. 절망 속에서만 희망이 있는 겁니다. 평상시 느끼는 희망은 욕망이지 희망이
아니야. 절망적일 때 내는 용기가 희망이죠.
요즘 들어 사람들이 ‘소시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소시민이란 건 없어. 스스로 소시민이라고 자학하면 소시민이 돼버리는 거야. 생각해봐요, 역사적으로 대단한 혁명은
소시민에게서 시작돼요. 소시민들이 스스로를 소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현명한 선각자로서의 시민이
되는 거야. 시민이 행복해지려면, 간이 커야 돼. 아니, 담이 커야 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간이 큰 거고, 해야 되는
것을 용기 내서 하는 건 담이 큰 거야.
에이, 한 번 사는 인생 까짓거 해보자! 신나게 살아보자! 석가모니조차도 인생이 고해라고 하는 판에 신날 일이
뭐가 있겠어. 신은 스스로 나지 않고, 내가 내야 하는 거야. 우리 국민들은 쓰디쓴 시위도 신나게 하고 있잖아.
그러니 자학하지 말고, 한 번 태어나 사는 인생인데 기죽고 살 필요도 없는 거야.
요즘 신나는 일 있으세요?
아프니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신나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신지요?
친구 만나는 일. 그리고 학교 가서 선생들하고 아이들 위하는 일을 할 때. 나는 선생들이 더 선생님다워지는 것에
힘이 된다면 그 일이 제일 신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인물이 있을까요?
본받을 생각 하지 마.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스스로 생각해. 남이 하는 말도 듣지 말고, 남이 하는 행동도 잊어버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세요. 옳게 살려고도 하지 말고, 치열하게 살았다고도 말하지 말아요. 신나서 살았으면 된 거지,
뭘 치열하게 살아. 진짜 치열했으면 벌써 죽었어.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잘 늙을 생각 하지 말고 젊을 때 잘 살아야지. 젊을 때 정신 안 차리면 저 모양으로 늙어요. 노망나서 저러는 게 아니야.
난 늙어서 나빠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젊을 때는 나쁜 걸 잘 감추다가 늙었을 때는 감출 필요가 없으니 결국 드러
나는 거지. 그러니까 젊었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돼.
꼰대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의 해학적인 표현이지. 꼰대란 말이, 의견을 거부하면서 모가지를 외로 꼬는 데서 온 거 아니야. 늙으면 조용히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꼰대 짓까지 해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게 많아요. 늙은이들이 옳았으면
왜 일제 식민지 시대를 당하고 왜 남북 분단까지 됐겠어. 그 후에 이승만한테 독재당하고 박정희나 만들고….
나이 먹은 사람이 산업을 일으키고 먹고 살게 만들었다고? 물론 그것도 했다만 늙은이들이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져야지.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을 꼰대라고 비하하기 전에 젊었을 때 잘못 살면 어느 순간 자신도 꼰대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해. 그래서 나는 국민한테 할 말이 없어. 그것도 꼰대 짓이거든.
꼰대가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권의주의를 거부해야 돼. 나이 먹은 만큼 염치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알아야지. 죽지도 않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하게 살아 있다는 걸 스스로 알면 어떻게 꼰대 짓을 하겠어. 뻔뻔해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잖아. 내가 이런 말
하면, 내 친구들이 “너 그러다 테러당한다” 그래.(웃음)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말을 하셨어요.
중요한 말이야. 진짜 놀기만 하자는 게 아니고 자기 역할을 잘하자는 의미야. 기계가 잘 작동하면 ‘잘 논다’ 그러잖아.
우리의 ‘놀다’라는 말은 영어의 ‘play’보다 먼저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하죠. 예술적으로 품위 있게, 훌륭하게
노동하는 걸 ‘놀이’라고 해. 그래서 난 정말 잘 놀았어. 젊어서 술만 마셨더니 35살에 당뇨가 와버렸네.
살면서 후회되는 건 없으신가요?
후회되는 거 천지지. 근데 후회해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후회를 하지 않을 뿐이야. 이제 와서 후회하면 지금을
또 망치잖아. 그럼 또 그걸 후회하게 돼. 그러니까 후회를 안 하는 것이지. 어렸을 때 이승만 안 죽인 것도 후회가 돼.
이렇게 애먼 소리만 하니까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 나한테 괴짜라고 그래.
선생님, 내년 이맘때 지금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인터뷰 부탁드리겠습니다.
(웃음). 인터뷰하기 전에는 기운이 없고 시무룩한데, 또 시작하면 이렇게 신기가 들어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명나게
떠들어대. 일하는 동안은 쉽게 안 죽어. 기가 죽으면 쉽게 죽겠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무슨 좋은 말이야. 이런 말 가지고 좋다고 하면 그 영감 썩어요. 엉터리 같은 영감 만나서 조금 재미있었다,
그럼 끝이야.
엉터리 같은 진짜 어른을 만났다. 2016년 12월 12일, 종로에서 있었던 시간의 기록이다.
출처 : http://www.smlounge.co.kr/woman/article/33319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의 발인을 앞두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님의
발인을 앞두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양산 지역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한
개운중학교와 효암고등학교 운영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스스로는
무소유의 청빈한 삶을 사신 분입니다.
학교와 멀지 않은 제 양산 집에 오시기도
하면서 여러 번 뵐 기회가 있었는데,
연배를 뛰어넘어 막걸리 한잔의 대화가
언제나 즐거웠고, 늘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지난 대선 후 전화로 인사를 드렸더니,
대통령 재임 중에는 전화도 하지 말자고
하셨던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이 늘 그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