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동부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는 1696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세인트존스 대학이 있다. 전교생이 400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대학인 이곳에서는
어딜 가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이 대학에서는 4년 내내 100권의 고전을 읽는다. 철학부터 수학, 과학,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커리큘럼의 전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어렵고 접하기 힘든 고전을 읽을 뿐 4년 내내 똑같은 과정을
공부한다. 취업에 몰두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세인트존스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수업은 모두 탁자에 둘러앉아 이루어진다. 모든 수업은 토론 수업이고, 토론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학생이다. 교수는 가르치는 대신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만을 한다. 수업이 끝나고 늦은 저녁 시간이 되어도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못다 한 토론에 한창이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은 세인트존스에서 혼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학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으며 학생들은 긴 안목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그려나간다. 세인트존스 대학의 학생들에게 대학은 생각의 터전이다.
온종일 책을 읽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 나간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고 미래를 주체적으로 설계해 나가기 위해 대학 4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특별한 전공 없이 졸업하지만 법, 금융,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대학에서 어떤 자질을 키워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이름에 가려 지지 않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능력,
나에게 정말 좋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 세밀한 지식만이 아니라 전체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대학 4년 동안 인생의 마스터기를 얻었다고 확신하는 이 대학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말 속에는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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