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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파키스탄은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중국과 ‘전천후 우호관계(all-weather friendship)’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의 유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인프라 건설을 통해 아시아 일대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일대일로 구상(BRI, Belt and Road Initiative)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에 대규모로 투자했고, 이는 양국 간 교역을 늘리고 에너지 및 수송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다수의 합작기업이 등장하는 효과를 냈다. 또한 중국과 파키스탄은 양자관계 이외에도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나 유엔(UN) 등 역내·세계 국제기구에서도 긴밀히 협조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공통의 정치·경제적 목적 아래 뭉친 양국의 연대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호적 양자관계의 역사적 배경
파키스탄과 중국의 외교관계는 1950년에 파키스탄이 중국을 승인(Recognition)하면서 시작되었고, 양국은 이후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를 거치며 유대를 더욱 강화해 고위급 인사 방문을 비롯해 다양한 맥락에서 서로와 협력했다. 파키스탄에게 있어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찾던 균형추이자 경제, 군사, 기술 분야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는 국가이고, 반대로 파키스탄은 티베트, 신장, 인권 문제 등 여러 주제에서 중국을 지지해 준다. 또한 파키스탄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미국 국무장관의 비밀 방중을 주선해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공식 방문을 가능하게 만든 주역으로서 미-중 관계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이외에 중국이 이슬람권 국가 및 기관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1).
파키스탄과 중국의 지도자들은 공통의 비전과 이상을 바탕으로 상호 우호관계가 여러 차원에서 깊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쏟았고, 각국의 지식인층과 시민사회, 언론도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외교 분야의 단어 선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은 우호국과의 관계를 지칭할 때 전략적, 포괄적, 협력적 등의 수식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파키스탄을 대상으로는 양국관계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는 ‘전천후’라는 용어가 지도부에서 자주 거론되고, 우호관계의 불변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철의 형제(iron brother)’라는 표현도 등장했다2). 이처럼 파키스탄과 중국 사이의 관계는 심도가 깊고 문화, 교육, 경제, 국제정치, 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며, 그중에서도 경제와 국방, 국제정치가 상호 우호의 가장 큰 원동력을 제공한다.
경제 분야의 파키스탄-중국 관계
경제 분야에서 파키스탄과 중국의 관계를 논할 때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는 바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이다. CPEC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3년에 발표한 일대일로 혹은 실크로드 경제벨트(Silk Road Economic Belt) 구상의 한 부분으로3), 강력한 정치·전략적 동맹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양국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CPEC은 일대일로 구상에서 육상 운송로를 구성하는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이다. 2013년에 중국 리커창 총리가 처음 제안한 CPEC은 시진핑 주석의 2015년 파키스탄 방문 당시 양국 정부가 460억 달러(한화 약 60조 원) 규모의 협정을 체결하면서 탄력을 받았고, 이 사업 금액은 2017년에 620억 달러(한화 약 81조 원)로 더욱 확대되었다4).
중국은 2015년부터 2030년까지 파키스탄의 에너지 인프라, 수송망, 산업지구에 관한 사업에 관여할 계획이며, 사업 자금은 우대금리 차관과 직접투자로 조달된다. 이들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도로, 파이프, 철도선 등으로 구성된 수송망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소재한 카슈가르(Kashgar)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Baluchistan)주에 소재한 항구도시 과다르(Gwadar) 사이를 잇게 된다5).
CPEC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파키스탄이 현재 전력발전이나 도로건설을 포함한 다양한 개발 사업에 큰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CPEC의 사업 대상 중 도합 320억 달러(한화 약 42조 원) 상당의 시설이 완공되거나 실가동에 들어갔고, 도합 140억 달러(한화 약 18조 원) 규모의 사업이 타당성 조사 절차를 마무리지었다6).
CPEC은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수송 인프라 및 연결망의 미발달, 미미한 산업 발전 등 파키스탄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방해하던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재벌 집단을 위시한 파키스탄 기업들은 중국과의 합작으로 재원과 기술을 조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고, 유관 분야에서 활동하는 신규 기업도 다수 등장했으며,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자사 성장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로 여기고 있다7).
한편 CPEC은 중국 입장에서도 이득인데, 이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 인접한 파키스탄이 이들 지역과 중국을 연결하는 핵심 무역허브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술한 대로 CPEC에 따라 건설되는 다변화된 수송망이 아라비아해에 위치한 과다르 항구와 중국 신장지구를 연결하게 되면 중국과 중동 사이의 접근성도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중동산 석유를 이전보다 수월하게 들여올 수 있게 되고, 세계 석유 무역의 70%가 경유하는 인도양 지역과 육상으로 연결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8).
국제정치 분야의 파키스탄-중국 관계
파키스탄-중국 관계의 경제적 측면이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과 그 하부 구성요소인 CPEC을 발표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반면 양국의 정치적 연대는 거의 60년도 전인 1960년대에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1965년에 인도와의 전쟁을 겪은 파키스탄은 자국에 군사 원조를 거부한 미국을 비롯해 서방 진영 전반을 불신하게 되었다. 당시 파키스탄에 정치적 지원 및 일부 군사적 지원을 제공해 준 국가가 1962년에 인도와의 국경분쟁을 경험했던 중국이다. 양국은 이 때부터 국제 무대에서 서로를 정치적으로 지원하면서 상호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채택했다.
1971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의 비밀 방중이 성사된 것도 파키스탄이 서로를 적대하던 미-중 양국을 한 자리에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해준 덕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뒤이어 1972년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현지에서 보낸 기간은 이른바 ‘세계를 뒤바뀐 1주일’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매우 컸다. 저우언라이(Zhou En Lai) 당시 중국 총리는 자국을 찾은 키신저 장관에게 양국 간 다리를 놓아준 파키스탄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고,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1971년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미국이 파키스탄의 편을 들어준 사실도 키신저 장관이 저우 총리의 권고를 귀기울여 들었음을 짐작케 한다. 한편 키신저 장관의 방중이 이루어진 1971년에 UN이 중국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였을 때에도 파키스탄은 이 결정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으며, 반대로 중국과 대만에 각각 대표권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미국이 1971년 9월에 내놓은 방안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후 UN 상임이사국 자리에 오른 중국은 1972년에 방글라데시의 UN 가입안에 자국 최초의 거부권(Veto)을 행사했고, 인도가 파키스탄군 소속 전쟁포로를 안전하게 송환할 것을 거부권 철회의 조건으로 제시했다9).
파키스탄은 중국의 대외정책의 한 부분인 중앙·남아시아 전략의 기반이라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은 이들 지역에서 인도가 주도적 지위에 오르는 일을 막는다는 실용적 목표를 바탕으로 파키스탄과 전략적 동맹관계를 형성해왔고, 자국과 지정학적 경쟁 혹은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 및 인도의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을 이전보다도 더욱 중요한 역내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기조를 발표하면서 동아시아가 미-중, 미-인 전략적 경쟁관계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위구르 무슬림들의 테러 위협 대응 필요성도 커지자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우호관계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10).
국방 분야의 파키스탄-중국 관계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탱하는 주축 중 하나는 파키스탄-중국 합동군사협력위원회(PCJMCC, Pakistan-China Joint Military Cooperation Committee)가 관장하는 군사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서방 간 긴장이 고조되던 2022년 6월에 파키스탄은 중국에 고위급 군사 대표단을 파견해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이 군사적 공조를 확대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이 만남이 성사되었을 당시에는 파키스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데 동참하라는 서방의 압력에 직면한 상태였다11).
한편 서방이 파키스탄에 신형 무기를 공급하기를 주저하자 파키스탄은 대신 중국이 제공하는 군사장비에 고도로 의존하게 되었다. 중국은 최근 파키스탄에 자국의 J-10 ‘청두(Chengdu)’ 전투기를 인도했는데, 이는 중국군의 해당 전투기 도입 이래 최초의 수출 사례라는 점에서 양국의 군사적 연대 심화를 잘 보여준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무인기, 방공장비, 호위함, 탱크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장비를 중국에서 수입해 자국 육·해·공군 모두에서 사용 중이며, 중국은 여기에 더해 파키스탄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도 도움을 주었다12).
중국과 파키스탄이 국방 분야 협력에 나서는 배경에는 양국 공통의 경쟁국이자 영토분쟁 대상인 인도가 존재한다. 파키스탄은 1947년부터 일찍이 카슈미르(Kashmir)의 히말라야 인근 지역 영유권을 두고 인도와 적대하면서 여러 차례 전쟁까지 치렀고, 중국도 1962년부터 라다크(Ladakh) 및 아루나찰프라데시(Arunachal Pradesh) 지역을 두고 인도와 갈등을 빚는 중이다. 파키스탄과 중국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이들 2개국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의 입장에서는 양방향 모두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된다. 아울러 파키스탄이 자국군 장비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면서 양국군의 상호운용성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타 분야 관계 및 잠재적 문제점
비록 위에서 살펴본 경제, 국제관계, 국방 분야에서의 연대가 파키스탄-중국 관계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교육이나 문화 등 여타 분야에서의 양자협력도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파키스탄 학생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영국, 미국, 호주 등 유학생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여타 국가로 떠나는 학생의 수를 추월한 상태이다. 또한 양국 기업인들도 상호간의 소통 장벽을 허물기 위해 언어에서부터 시작해 상대방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13).
그러나, 파키스탄과 중국이 지금까지 구축해 온 견고하고 안정적인 양자관계에도 일부 긴장이 존재하기는 한다. 일례로 파키스탄이 경제 위기를 겪으며 더 이상의 인프라 개발용 차관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데다가 중국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재 CPEC이 관할하는 건설 사업의 추진 속도가 상당히 느려진 상태이다. 2022년 11월에는 샤흐바즈 샤리프(Shebaz Sharif) 파키스탄 총리가 방중해 중국이 파키스탄에 제공했던 63억 달러(한화 약 8조 2,0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갱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를 위해 부채 상환을 2년간 유예해 준 바 있는 중국은 아직 파키스탄의 요청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아울러 2022년에 브릭스(BRICS) 구성국들이 여타 개도국을 초청해 개최한 화상 정상회의에서 인도가 파키스탄의 참여를 거부했을 때, 중국은 행사 주재국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항의하거나 파키스탄을 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 이렇게 파키스탄에 때때로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파키스탄 현 정부의 안정성에 관한 중국 지도부의 의구심, 그리고 최근 파키스탄 내에서 준동한 테러집단이 중국인 및 중국 소유 자산을 공격하면서 부각된 안보위협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중국 외교부 성명에 따르면 2022년 11월에 샤리프 총리가 베이징에서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 주석을 면담했을 당시 시 주석은 파키스탄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안전에 관한 깊은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14).
결론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자면 파키스탄-중국 관계는 일부 긴장 사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고함을 유지하면서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인도가 안보협력을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인도라는 공통의 경쟁국을 지닌 중국과 파키스탄은 지정학적 이해를 위해서라도 서로와의 우호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경쟁의 고조로 미국의 협력 대상에서 배제된 파키스탄은 대신 경제 및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되었고, 중-러 밀착 기조 강화라는 맥락 아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도 보이는 중이다.
* 각주
1) Zeb Rizwan, "Pakistan-China Relations: Where They Go from Here," UNISCI Discussion Papers (2012)
2) Masood Khalid, "Pakistan-China Relations in a Changing Geopolitical Environment," NUS ISAS 30 (2021).
3) Andrew Small, "First Movement: Pakistan and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Asia policy 24, no. 1 (2017).
4) Andrew Stevens, “Pakistan Lands $46 Billion Investment From China,” CNN, April 20, 2015,https://money.cnn.com/2015/04/20/news/economy/pakistan-china-aid-infrastucture;
5) Shehryar Khan and Guijian Liu, "The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CPEC): Challenges and Prospects," Area Development Policy 4, no. 4 (2019).
6) James Schwemlein, “Strategic Implications of the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December 2019, https://www.usip.org/publications/2019/12/strategic-implications-china-pakistan-economic-corridor.
7) Muhammad Tayyab Safdar, The Local Roots of Chinese Engagement in Pakistan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Washington, DC, USA, 2021).
8) Mordechai Chaziza, "China–Pakistan Relationship: A Game-Changer for the Middle East?," Contemporary review of the Middle East 3, no. 2 (2016).
9) Khalid.
10) Chaziza.
13) Safdar.
14) https://foreignpolicy.com/2023/02/09/china-pakistan-cpec-infrastructure-economy/
15) https://foreignpolicy.com/2023/02/09/china-pakistan-cpec-infrastructure-economy/
16) https://www.usip.org/publications/2023/03/threshold-alliance-china-pakistan-military-relat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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