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해도 제목을 잘못 뽑았다.
<중국 이야기>라니, 젠장 맞을...
<揚州의 호텔과 江都의 조선소를 오간 이야기> 이래야 젠장이 아닌 앞뒤가 맞다.
이러니 생각없이 사는 사람과는 오래 벗할 게 못된다고 불경에 나와 있지 않은가.
어느 불경에 나와 있는지 묻지 마시라.
내가 글타믄 그렇게 하기로 불교계와 하비가 끝난 일이니.
우쨋거나...
우선 간략한 지리공부..
상해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약 400키로쯤 고속도로를 달리면 닿는 그 곳이 양주다.
상해가 바다에 접해있는 도시인 반면 양주는 양쯔강가에 있어
예로부터 내륙으로 통하는 교통과 교역의 중심이었음은 다 아실게고..
지금은 상해가 인구 1300만을 넘는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이지만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고작 소양주(小揚州) 즉, 리틀 양주라 불리웠을 정도로
양주는 중국 경제의 중심으로 활발한 에너지를 가진 도시였었다.
양주보다 약간 상류로 남경(南京)이 100키로 남짓 떨어져 역시 양쯔강을 끼고 있으며,
남경과 양주 사이에 진강(鎭江)이 자리 잡아 유서 깊은 세 도시가 도란도란 모여 있다.
남경이야 명나라 때의의 수도이자
대만으로 쫒겨가기 전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중국의 수도로 거점으로 했던 만큼
당연히 잘 알려진 곳이고,
진강은 백사가 변신한 여자가 어느 남자와 로맨스를 가졌었대나 우쨌다나..하는 유명한 중국의 전설로 잘 알려진 금산(金山)이 있는 곳이다.
금산은 우리나라로 치면 용두산 공원보다 작은 얕은 언덕이지만,
그 근처가 양쯔강 하류인지라 끝이 보이지않게 광활한 평야를 배경으로
발등의 사마귀처럼 발딱 일어 서 있는 산이라, 일견 신령스럽게 보이기는 했다.
숙소가 있는 양주는 운하의 도시라 할만큼 양쯔강을 끼고 도시 전체가 작은 수로들이 이어져 있다.
약 삼백만의 인구라 하니 작은 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밋밋한 평지인지라
도시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쉽지않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 거대한 물줄기처럼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자전거의 행렬에
입을 가리고 살짝 놀래야 한다.
가끔 어떤 이들은 거의 공포를 느끼는 수준이기도 하다더만
표푸이는 간댕이가 크기 때문에 그냥 잠깐 놀라는 척 하고 만다.
표푸이가 여길 뭐 하러 왔는지 역시 간략하게....
이곳 양주에서 양쯔강을 따라 약간 상류쪽으로 움직이면 강도(江都)가 나온다.
'쨩두'라고 읽으면 대충 비슷하게 발음한 것이 된다.
이 강도에 야하이(亞海)조선소가 있는데, 이름 그대로 '거의 바다에 버금가는 곳에 있는 조선소'라...
당연히 바닷가가 아니라는 말이고 즉, 강가에 있다는 뜻이다.
2001년, 이 조선소는 이탈리아와 스위스로부터
각각 두 척씩의 <화학물질 운반선(products carrier)>을 수주를 해서 나름대로 똑딱대며 만들다가,
조선소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선박의 건조원가마저 상승하는 이중고를 앓던 끝에
갑자기 선주측에 앵기기 시작했었다.
조선소 - 돈 너무 마니 들어 가. 더 줘...
선주측 - 미쳤군.
조선소 - 그럼 배 안만들껴.
선주측 - 지랄.. 맘대로 혀.
그런데 진짜 조선소가 맘대로 해 버렸다. 배 만들기를 중단하고 도산을 해 버린 것이다.
미친 넘들이 따로 없다.
가만, 글만 읽으면 심심할테니 사진 몇 장 낑굴까...
조선소 앞 양쯔강이다. 강폭이 넓은 곳은 끝이 안보인다나.ⓒ飄風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江都의 龍川곁에 세워진 용 모습의 조각. 끝내준다.ⓒ飄風
운하를 이용하는 거룻배. 밤에 다리위에서 찍어서 물이 검다.ⓒ飄風
그래서 만들어지던 배들은 기냥 조선소에 남겨지고 선주들은 철수를 해 버렸다.
그 때가 2002년 초이니,
그 후 배들은 하릴없이 양자강의 흐린 물을 바라 보며 미처 태어나지도 못한 채 늙어 갔는데,
최근의 어느 날 이 조선소를 인수한 새로운 미스터 王이라는 사나이가
무릎을 치며 바보 道 터지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럿타, 이 배들을 인수할 새로운 선주를 찾자!
이 배를 판 돈을 재투자해서 이 조선소를 다시 살려보자!
아자 아자 아자잣!
그리하여 세계 만방에다 이 사실을 알리니 곧 여기저기서 집쩍대는 자들이 나타났는데,
그 숫자가 만만치 않았던 모냥인데...
그 중 한 넘이 그리스의 어느 무시칸 선주사라.. 예나 지금이나 무시카믄 용감한 법,
용감하게 한국의 표푸이에게까지 연락을 했었다.
- 어이 표푸이, 니 배 쪼매 아냐?
- 먹는 배? 주체못할 나의 이 떵배?
- 수작 부리지 말고 즉각 중국에 날아 가서 그 배를 보고 평가를 좀 해 줬음 좃컷다.
- 짜스기.. 농담할 때 두어 마디쯤은 미친 척 받아주믄 이마에 뿔이 돋냐?
쉽게 말하자면 이 배들이 상냥하고 차칸지, 아니믄 껄렁하고 몹쓸 넘들인지 판단을 해 달라는 뜻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 배들이 인수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 봐 달라는 뜻이다.
더 더 쉽게 말하자면 돈 대 줄테니 중국 가서 놀다 오란 야그다....
그래서 난생 처음 중국으로 튄 것이다.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요일이었지만 표푸이와 잔당들이 배 좀 보잔다고 조선소에 이미 전갈을 했던 터라,
구찮아 하는 기색이 역력한 조선소 넘 둘이 호텔에 왔다.
중국에 있는 브로커에서 파견된 두 명의 가이드와 동승해서 차를 몰고 몰아 조선소에 닿았는데,
이게 뭔 조선소여.. 우선 턱이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더니 다물 수가 없었다.
왼갖 잡초들이 웃자라, 공갈 좀 보태자면 조선소 천지에 수풀이 우거져 길을 찾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중국에 오니 절로 뻥이 쳐진다. 원래 중국이 그런 곳 아닌가...)
사위는 적막하고 공장은 쇠락하여 지천에 바람만 가득하니
당나라 시절의 절터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뻥도 계속 치면 팍팍 느는 것..)
- 일단 배를 좀 봤으믄 쓰것네..
- 好!
사무실을 나와 한 켠으로 가니, 아이구... 이게 뭐여! 배가 아니다.
커다란 고철 덩어리 하나가 물에 띄워져 있었는데,
조선소 넘들은 가장 먼저 건조에 착수해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1호선이라 끝내 우겼다.
이너무 쉐이들...1호선 좋아하네. 1호 고철이구마..
삐딱해진 크레인 곁의 안벽에 떠 있는 1호선. 거주구는 녹이 싯뻘겋다.ⓒ飄風
가까이서 본 발청상태 ⓒ飄風
더 가까이서 본 발청상태 ⓒ飄風
그 곁에 두 번째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2호 고철 역시 물에 떠 있었는데,
이 넘은 아예 거주구도 없이 선체(船體)만 겨우 만들어 물에 띄워놓았다.
말하자면 몸통만 있고 대가리는 없는 형상이라 괴이쩍게 생기기 짝이 없다.
- 3차 고철은?
- 물에 띄울만큼 안자라서 아직 독크에 있지.
- 4차 고철은?
- 아직 쇳토막일 뿐이고...
둘러 보기로 하고 조선소 이곳 저곳을 달리는 말 위에서(走馬) 산 보기(看山) 했다.
거주구도 없이 몸통만 만들어 띄운 2차선. 조선소에 이 튼튼한 풀들이라니..ⓒ飄風
독크에서 삭아가고 있는 3차선.. 3년묵은 저 녹을 보라.ⓒ飄風
앞으로 4차선이 될 쇳조각들.. ⓒ飄風
일단 알았다. 알았으니 이제 그만 숙소로 돌아가자..
가서 앞으로 할 일들을 계획 세우는 걸로 오늘 일을 마치자구..
예상은 했지만 지나친 조로증(早老症)에 걸려 팍 삭아버린 저 어린 것들을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어
숙소쪽으로.... 아니, 혹독하게 맛있는 중국요리들이 산처럼 쌓여 기다리고 있는 고급식당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조지는 여전히 떠벌떠벌 떠들었고,
김박사의 한숨은 신발끝에 밟힌 풀잎을 흔들어대고 있었지만
현지 브로커에서 나온 두 냥반은 거대한 기대와 깊은 신뢰가 가득 담긴 눈망울 또로록 굴리며
하염없이 그윽한 눈길을 쏘아대고 있었다.
물론 표푸이는 맛난 청요리 생각에 몸의 전율을 이기지 못하고
사자처럼 침을 입가에 흩날리고 있었겠지...
기온이 섭씨 37도를 가리키는 무더운 일요일이었다. 습도는 86%... 살인적이다.
飄風... 지금은 上海에 와서 개기고 있습니다.
첫댓글 표퓽님 중국기행과,전혀몰랐던 배( 기껏해야 제주가는 배만 타 봤지만)만드는 어마 어마한 배에관한글 항상 새롭게 배웁니다.잘끝내고 돌아 오시길빕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못하고 팽겨쳐진 거대한 배! 그리고 이를 다시 살펴보고 평가하여 살려내려는 의지의 한국인 공돌돌이 표풍아우! 우쨌든지 결과과 기다려 집니다 홧팅!
상해 남경거리 헤멜때 웬 처자가 다가와 은근한 수작을 부리더락도 절때로 따라가지 말것! 鳥때삔다...ㅎ
상해... 예원이던가? 구경 잘하고 오시게-
결과를 아는 것보니 사신님수상허요 !! 글구 풍이님도 타국가정가서 처자가 오라는 데 안가는 것도 매너가 아닌것 같은데...ㅋㅋㅋ 에고 난 모르겟씀다 중국을 안가봣슴게...
-팍 삭아버린 저 어린 것들을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어 - 이글에서 회바람님의 배사랑이 팍~~감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