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 한지아
아버지!
당신으로 인해 멍울진 내 아픔을 아십니까?
사춘기 어린 시절 당신으로 인해
내 삶의 가치관은 바뀌었고,
그 가치관이 아직도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을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께 가졌던
그 원망도, 그 아픔도,
흘러 간 세월 속에 묻어야겠습니다.
무거운 짐 들고 버스 타지 말고
택시 타고 가라고 만원 한 장을
내 손에 쥐어 주시며 수줍게 웃으시는
당신을 보고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조금만 더 일찍 이 딸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주셨다면
이 딸 지금의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어찌 용서라는 단어를 쓰겠습니까
이제는 당신을 조금씩 사랑하겠습니다.
전화할 때마다 한결 같은 당신의 말씀은
"어디 아픈데는 없나?"
그 말씀에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있음을
이제야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면
당신을 좀 더 일찍 이해하고 사랑했을 텐데
속 좁은 여자라 남자인 아버지를 이해하는데
이리도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떠나는 이 딸을 한참을 바라보시다 돌아서는
당신 등뒤로 내리는 저녁 노을이
왜그리 쓸쓸해 보이든지
이 딸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아버지!
오래오래 이 딸 곁에 있어 주십시오.
당신이 미소를 가득 머금고
이 딸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리 살겠습니다.
|
첫댓글 이 아침 상쾌한 수필 한편 보고 갑니다 느을~건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