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역적자 60조 ‘역대 최대’… 올해 수출 4.5% 감소 전망
14년만에 무역수지 적자로
반도체-車 등 수출 역대 최고에도 에너지 수입액 급증에 발목잡혀
올해 수출 증가율마저 꺾일 전망… 상반기 경기둔화 가능성 높아져
지난해 한국의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약 60조 원)로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 수출액도 역대 최대로 뛰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4.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빛바랜 역대 최대 수출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 통계를 발표했다. 무역 적자액은 종전 최대였던 외환위기 직전 1996년(206억2000만 달러)의 2배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1% 증가한 6839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0% 증가한 1292억 달러로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자동차·석유제품·이차전지 등도 역대 최고 실적을 보였다.
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으로 수입액이 7312억 달러로 집계되면서 수입 증가율(18.9%)이 수출 증가율(6.1%)을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지난해 원유, 가스, 석탄의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전보다 784억 달러(69.8%) 늘어난 1908억 달러로 무역적자의 핵심 요인이 됐다. 이는 연간 무역적자인 472억 달러를 300억 달러가량 상회한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와 철강 등의 수출이 흔들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감소한 것도 무역적자 폭을 키웠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고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9.1% 급감했다. 한국이 주로 수출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탓이다.
주요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수출도 주춤했다.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은 2021년보다 4.4% 줄어든 1558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중 무역수지는 12억5000만 달러 흑자에 그쳤다.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11월, 12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들 국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여파다.
○ 올해 수출 전망도 어두워
올해 수출 증가율은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수출이 올해는 4.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교역 부진에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위축이 더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1% 감소하고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17.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경상수지는 ‘불황형 흑자’인 210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 부진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잇달아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하면서 “성장률 하향 요인의 거의 90%는 주요국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수출이 떨어진 효과”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2월 경제동향 자료에서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주요 원인으로 수출 부진을 꼽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특히 상반기에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