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2장,
독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 어린 것의 마음에 평생을 씻어내지 못할 충격을 준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올라온다.
그러나 박윤화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소영이는 자신의 앞에 앉힌다.
“소영아!
이제부터는 할미와 둘이서 살아야 한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러나 소영이는 그저 할머니를 바라볼 뿐이다.
“네 어미는 갔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야!“
”왜? 엄마가 어디 갔는데?“
”네 어미가 어디를 갔는지 할미도 모른다.
그러나 네 어미는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
“소영아!
할미와 약속을 하자.“
소영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절대로 엄마를 찾으며 울지 않겠다고 할미하고 약속하자.”
“할머니!
엄마를 보고 싶어 하면 안 돼?“
”그래, 절대로 보고 싶어 해도 안 되고 울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러지 않겠다고 할미하고 약속 할 수 있지?“
”...............................“
소영이는 대답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고 있다.
엄마를 어떻게 보고 싶다고 하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인가?
지금이라도 엄마가 저 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다.
“아냐!
할머니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절대로 안가!“
소영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박윤화는 그런 손녀딸을 지켜본다.
소영이는 한참을 그렇게 부정을 하며 운다.
“할머니, 아니라고 해!
엄마는 다시 집으로 온다고 말해 줘!“
”소영아!
네가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이제 어미는 집에 오지 않는다.
네 어미가 집으로 돌아올 사람이면 모든 것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
너도 네 어미의 옷과 모든 것이 없다는 걸 알지?“
”..............................“
소영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만 울어라!
그리고 다시는 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할미는 우리 소영이에게 엄마도 될 것이고 아빠도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우리 소영이를 건드리지 못하게 막아줄 것이다.“
”...........................“
그러나 소영이는 할머니의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할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듣지 못하는 소영이다.
“자, 내 새끼!
아직은 이 할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수 없지?“
소영이는 고개만 끄덕인다.
“오냐!
너무 한꺼번에 다 알아듣지 못해도 된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깨닫게 될 것이고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이 할미가 소영이를 지켜줄 것이다.
할미를 믿지?“
소영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어렴풋이 엄마가 어디론가 떠나가 버렸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래도 엄마는 분명히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소영이다.
“소영아!
할미랑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갈까?
네가 좋아하는 돈가스 먹으러 가자.“
그러나 소영이는 고개를 젓는다.
엄마가 없이는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을 모르지 않는 박윤화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소영이의 기분을 바꾸어 주고 싶다.
“그럼 자장면 먹으러 갈까?”
또 다시 소영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일어나 할머니의 방을 나간다.
소영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이불이 들썩일 정도로 소영이는 흐느껴 운다.
소영이의 방문을 소리 없이 열어본 박윤화는 가만히 다시 방문을 닫는다.
“오냐!
실컷 울어라!
네 마음이 그래서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울거라!
그러나 오늘 뿐이다.“
박윤화는 깊은 한숨을 내 쉰다.
자신의 잘못으로 태어난 손녀가 불쌍하다.
어차피 세상을 살지 못할 아들의 씨를 받아서 무엇을 어쩔 것인가를 생각하니 자신이 서둘지 않았다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 어린 나이에 저토록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자신의 이기심으로 어린 것을 병들게 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더욱 아파온다.
어린 것을 두고 집을 떠난 어미의 마음이 얼마나 모질기에 저 어린 것에게 저토록 큰 상처를 주는가 싶어서 집을 나간 며느리가 괘씸하다.
박윤화는 소영이가 모든 것을 받아드릴 수 있도록 기다린다.
어린 것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받아드리기 힘들 것인가를 생각하면 온 전신이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이다.
그러나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힘들지만 기다려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아가,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마라.
네 곁에서 이 할미가 너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주마!“
박윤화는 간절한 심정으로 그런 말을 혼자서 한다.
마치 소영이가 듣고 있기라도 하듯이 자신에게도 결심을 하려는 듯이 혼자서 말을 한다.
한참을 기다리던 박윤화는 다시 소영이의 방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잠이라도 들었는지 아이는 조용하다.
침대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본다.
얼마나 울었는지 잠결에서도 아이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박윤화는 가만히 소영이를 끌어 안아준다.
소영이는 할머니의 품속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
“소영아!
할미는 배가 고픈데 소영이가 이렇게 잠만 자고 있으니 어쩌누?“
소영이는 할머니의 음성에 눈을 뜨고 가만히 할머니를 올려다본다.
“할머니!
우리 엄마 정말 안와?
소영이 두고 우리 엄마 정말 오지 않아?“
”아가!
할미가 아빠도 되어주고 엄마도 되어주마!
할미가 이제는 우리 소영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주마!“
“...........................”
“이제는 울지 말고 할미와 둘이서 씩씩하게 살아가자, 그럴 수 있지?”
소영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우리 맛난 것을 먹으러 나갈까?”
또 다시 소영이는 고개만 끄덕인다.
“그래, 할미랑 맛난 것 먹고 나면 할미도 우리 소영이도 기분이 달라지지 않겠니?
그리고 소영이 예쁜 옷도 살까?“
”네!“
소영이는 몸을 일으켜 할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욕실로 간다.
제 딴에도 울어서 부은 얼굴을 씻으려는 것이다.
박윤화는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끝까지 울고 제 에미를 찾으면 무엇으로 달랠 수가 있을 것인가?
생각보다 빨리 마음을 정리하고 현실을 받아드리려고 하는 아이가 참으로 대견스러우면서도 가슴이 뭉클하도록 아파온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아플 것인가?
저 조금만 가슴이 얼마나 시커멓게 멍이 들어가고 있을 것인가?
새처럼 좁은 가슴이 얼마나 심한 통증이 일어나고 있을 것인가?
작고 여린 가슴이 얼마나 무섭고 현실을 기피하고 싶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온 전신의 피가 빠져 달아나는 것만 같다.
그렇게 박윤화는 소영이를 데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집에서 밥을 하기도 싫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의외로 소영이는 돈가스를 남김없이 다 먹는다.
“우리 소영이 배가 많이 고팠구나?”
“응! 할머니, 돈가스 너무 맛있어요.”
“그래!
가끔은 할미랑 함께 와서 먹자.“
”네!“
“소영아!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 있지?“
소영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젠 할미가 준비를 해 줄 것이니 할미에게 알림장을 보여줘야지?”
“네!”
박윤화는 집에 돌아와 소영이의 알림장을 살펴본다.
매일 며느리가 하던 것처럼 그렇게 소상하게 살펴보고는 준비를 해 준다.
다음날이 되자 박윤화는 소영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도 가게에 나갈 수가 없다.
당장 아이혼자 집에 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일이고 아직은 혼자서 오랜 시간을 집에 있기에 아이가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
집안일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루 이틀도 아니니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날그날의 다른 도우미를 쓰기 보다는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소영이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기에 누구에게 부탁을 할까 생각을 해 본다.
박윤화는 아래채에 세를 들어서 살고 있는 민우엄마를 생각해 본다.
참으로 억척스럽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비록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는 해도 성실하고 착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부부다.
남편과 함께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며 살아간다.
아직은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나서는 민우엄마다.
일을 하느라 아들을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맡긴다.
박윤화는 민우엄마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소영이 학교에서 돌아와 할머니가 집에 있는 것을 보자 얼굴이 환해진다.
“할머니!”
“오냐!
내 새끼 공부 잘 했어?“
”응!“
”어이구!
할미 새끼가 이젠 다 컸네!
할미가 간식을 만들었으니 어서 씻고 와라!“
“네!”
소영이는 할머니를 보고 나서야 얼굴이 밝아진다.
가방을 두고 손을 씻고 할머니가 계시는 주방으로 들어온다.
“할머니, 가게는 안 나갔어?”
“그래, 우리 소영이를 혼자 두고 할미가 가게를 어떻게 나가겠어?
가게는 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할미가 하루 이틀 나가지 않아도 큰 지장은 없지만 우리 소영이는 슬퍼하겠지?“
”할머니!
안 그럴 거야!
우리 엄마가 나 몰래 결혼을 한 거지?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해서 도망을 간 거지?“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나도 다 알아!
이젠 나도 그런 엄마를 보고 싶어 하지도 울지도 않을 거야!“
”그래!
우리 그렇게 씩씩하고 힘차게 살아가자. 알았지?“
”네!
소영이는 할머니가 슬퍼하는 것이 싫어!
그리고 할머니 아프지도 말고.“
”암!
할미는 절대로 아프지 않지.
우리 소영이 때문이라도 할미는 아파서도 안 되지.“
그렇게 소영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후의 시간을 보낸다.
늦은 오후가 되자 민우엄마가 민우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민우엄마!”
“네!”
“나 좀 볼 수 있을까?”
“네, 할머니!
잠시 민우 옷을 갈아입히고 나서 들어갈게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민우엄마 김정숙이 안채로 들어온다.
“어서 와요!”
“할머니가 이 시간에 집에 계시네요?”
“그렇게 되었다우.
자,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합시다.“
박윤화는 차를 준비해서 거실로 가지고 나온다.
“민우엄마!
오후에 어디 일을 나가는 거지?“
”네!
오전과 오후 두 군데 가사 도우미를 나가고 있습니다.“
민우엄마는 대답을 하면서 의아하다는 듯 박윤화를 바라본다.
그리고 며느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만 묻지 않는다.
“저.......민우엄마!
우리 며느리가 집을 나갔소.“
”네? 집을 나가다니요?“
”말 그대로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버렸다우.“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소영이를 두고요?“
”그렇다네!
그러니 당장 집안 살림과 소영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
“...........................”
“민우엄마!
오전엔 다른 집일을 보고 오후에 우리 집 일을 해 주면 어떨까 싶어서.“
”네? 아........ 네!“
”어차피 민우엄마가 다른 집에 일을 하러 다니고 있으니 그 일을 우리 집에서 해 주면 안 될까?“
”저야 좋지만...............“
“그렇게 합시다.
다른 집에서 받는 보수 그대로 서운하지 않게 주겠소.
다른 사람들보다는 그래도 민우엄마는 우리 소영이가 서먹해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집과 한 가족 같은 사람이니 내가 마음도 놓일 것이고.“
”할머니!
저야 좋은 일이지요.
그나저나 할머니 마음을 어떻게 달래실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나야 이겨내면 되지만 어린 것이 큰 상처를 받아서 그것이 걱정이고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어쩌겠소?“
”네!
소영이가 딱하고 불쌍하네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성심껏 돌봐드리겠습니다.“
”고맙소!
그래도 이렇게 민우 네가 한 집에 살고 있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만 같은 기분이오.
오전엔 다른 집을 가서 봐 주시고 오후에 소영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부터 봐 주면 될 것이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빈집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그래도 민우엄마와 민우가 함께 있으면 얼마나 든든하고 좋겠소?“
”소영이가 민우를 귀찮아하지 않고 잘 놀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오.
우리 소영이가 마음이 착하고 여린 아이가 되기도 하지만 혼자 크다 보니 늘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으니 민우를 동생처럼 잘 돌보면서 데리고 놀지 않겠소?“
”고맙습니다.“
김정숙은 고마운 마음과 짠한 마음이 든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엄마는 누구와 배를 맞추어....나갔을까요....그것이 궁금하군요
ㅎㅎㅎ 배가 맞았나?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군요 ...
어찌 하다 이런 고퉁 어린것에 일어 날수가
힘내시고 기도 합니다...
들려주시고 소중한 댓글을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행복하고 멋진 한해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