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하느님은 실패를 모르시는 분입니다.
2022/3/18/사순 제2주간 금요일
마태오 복음 21장 33-43.45-46절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죄의 자갈밭에 은총의 집을
구약 성경을 읽다 보면 폭력, 살인, 간음같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부지기수로 나옵니다. 모름지기 종교의 경전이라면 교훈과 지혜로 가득할 것 같은데 구약 성경은 이 같은 우리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할 때가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약 성경은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풀어놓아, 그 가운데서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뽑으신 이스라엘 백성이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히브 1,1) 예언자들의 지도를 받으면서도 죄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포도밭 소작인들, 탐욕에 눈이 멀어 주인의 종들과 그 아들마저 죽여버리는 못된 소작인들의 이야기가 바로 옛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요약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들 가운데 오셔서 그들과 함께 사신 예수님도 당신께서 친히 말씀하신 비유에 나오는 아들의 운명을 비켜가지 못하십니다. 아니, 바로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언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안에 인내는 있어도 실패는 없습니다. 우리 삶이 아무리 죄의 자갈밭 같아도 평범한 돌 하나도 모퉁이의 머릿돌로 삼으시는 분과 함께 은총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김경민 신부(제주교구 서귀복자성당)
생활성서 2022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