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은자의 시집은 상상력에 따른 이상화를 거부하고 밖으로 드러난 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고구하려는 몸의 현상학이다. 넓은 의미에서 그녀의 시는 멜랑콜리를 근거로 삼고 있으므로 ‘슬픔’(애도)보다 한 단계 더 고양된 정신의 현상에 집중한다. 따라서 그녀의 시적 화자는 일종의 인간 사회에 편재한 “미필적 고의로 예술품이 되기까지”(『둥근 몸의 거처』) 몸으로 감득한 불연속적 과정의 산물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시인이 인지하는 인문학적 관점 자체가 우울증의 형태를 띤다는 의미와 직결된다. 현대 사회에서 심리학의 기제로도 활용될 만한 김은자 식의 인간학이란 오로지 “배변마저 감정의 부력이 되는”(『2XL 우주복』) 고양의 단계를 지향한다. 따라서 그녀의 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 활로가 막힌 하류 계층의 다양한 자유의지를 보상해 주려는 실천적 사유를 토대로 이루어져 있다. 나아가 시의 화자는 멜랑콜리(우울증)란 가기 방어기제를 투사한 심리적 아우라를 드리우고 있다. 김은자 시인의 멜랑콜리의 근원에는 “중력의 물결 따라 아래로 떨어지는 얼굴”(『미역귀』)과 맞닥뜨리려는 실존적 우주율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ㅡ 강희안(시인ㆍ배재대 교수)
저자 : 김은자
아호는 록정(鹿庭)이며, 2005년 『문학저널』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늦가을 호수』(엠아이지)와 『루오의 마을에 비가 내린다』(시에)를 상재하였다. 글벗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대전문인협회 회원, 글벗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주최 주부백일장 시부분 장원, 수상한국서가협회 대전광역시 서예초대작가, 한국매죽헌(성삼문)서화협회 서예 초대작가, (전)연기도서관 어린이 독서지도사, (현)대전평생교육진흥원 배달강사
시인의 말
들녘에 열매들이 꼬무락 익어가요.
한 개의 문이 닫히며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순례의 길
잘 버티고 견뎠습니다.
시인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명으로
시를 쓴다 했던가요.
두 번째 시집을 낸 후
14년 만에 게으른 3번째 시집을 엮었습니다.
어눌한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욥을 명상하며 기도를 읊조리는 즈음
시 나들이로 버티고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나를 알고 함께한 분들
애정의 눈빛에 감사를 전합니다.
2023년 11월
목차
제 1 부
010 오이, 보디빌딩
011 눈의 글
012 수제비 조약돌
014 콩나물 거품
016 민들레 영가등
018 둥근 몸의 거처
020 버려진 터미널
022 시젯날
024 11월 가자미
026 옥수수 치과
028 그린테라피 효과
030 택시의 비행 습성
032 겨우살이
034 시간의 이해
제 2 부
038 파도의 껍질
040 2XL 우주복
042 해바라기 미용실
044 미역귀
046 블랙홀 풍경
048 오징어 딜레마
050 명태의 몸값
052 지문
053 행복한 나비
054 불청객 입들에게 융숭한
056 주검과 상추
058 돌깨 꼬투리
060 마곡사를 그리다
062 어름사니
제 3 부
066 둥근 호박 엉덩이
068 코뚜레 피어싱
070 불의 상처
072 양념치킨
074 벼락의 힘
076 테이블 테니스
078 센티널족
080 로프Rope
082 언어 증후군
084 모탕
086 말의 장례식
088 새들의 집
090 펑크린
092 라자스탄 사막
제 4 부
096 팔마구리
098 이쑤시개 꽃
100 고로쇠 수액
102 밍크 목도리
104 카리용 방울꽃
106 새터 돌탑
107 부활
108 남해파랑 길
110 달맞이 기차
112 배가를 파한다
114 이정표 등대
116 시루섬
117 가을걷이
118 말풍선 근황
- 서지사항
저 자:김은자 발행인:박동이 발행처:도서출판 미학
판형:국판변형 120x185mm 쪽수:128쪽 값:10,000원
출판사전화:070-7374-9876 ․ 010-4412-9876
팩스:0505-115-0944 전자우편:book21@hanmail.net
ISBN 979-11-89263-03-8 03810
초판 1쇄 : 2023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