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첫 선장 했던 약 2만톤급의 배는 주로 시애틀의 워싱턴 주와 그아래 오레곤 주의 원목과 곡물을 일본과 한국으로
주로 실어 날랐다, 미국행 항공기의 최단 항로가 알라스카 앵커리지를 경유하듯 선박도 미국행 최단 대권 항로가
알류샨 열도를 지나가는 항로다.
남족으로 반달형으로 드러누운 알루샨 열도의 남쪽을 북 태평양으로 부르고 북쪽 안쪽이 베링(Bering)해 이다.
겨울철 북태평앙의 기상과 파도는 정말 거칠다, 일본 부근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이 연이어 동진하면서 발달하는데
팩스로 3시간 마다 받아 보는 기상도에는 직경 5천키로의 중심기압 960밀리바의 저기압이 무슨 레코드 판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밀려드는 2~3십미터의 파도와 삼각파, 너울에 선장은 며칠씩 선교(Bridge)에서 밤을 세우기도 한다.
기압의 단위가 예전의 밀리바에서 hPa(헥토파스칼)로 바뀌었고 여름철 우리나라에 접근할 때 태풍의 중심기압도
960 hPa 정도 이지만 직경 약 300 킬로로 적고 속도는 빨라 강력한데 겨울의 거친 북태평 저기압은 넓고 방대하다.
자연의 힘이 워낙 거칠 때는 맞서기 보다 순응해야 하는데 거친 파도를 만나면 파도의 충격괴 선체의 반응을 줄이기
위해 먼저 속도를 낮춘다, 그리고 파도 방향에 30도 정도 각도를 주어서 적절한 롤링(좌우 옆으로 움직이는 것)과
Pitching(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주어 선체가 받는 응력을 줄여 주어야 하는데 큰 배라 해도 파도타기를 잘해야 한다.
롤링이 심하면 화물의 이동등으로 파손이 생길 수도 있고 전복의 위험도 있다, 피칭도 계속 받으면 길이 300미터의
선박의 갑판이 출렁거리는 걸 볼수 있는데, 철사줄 반복해 구부리면 끊어 지듯이 절단 될 수도 있다, 30만톤의
철광 운송선이 필리핀 동부에서 태풍의 여파로 부러진 적도 있다.
미국으로 갈때는 동진하는 해류와(태평양 대환류) 동진하는 저기압과 동행하기 때문에 그나마 순항하는 편이지만
미국서 일본으로 올 때는 모든 것이 파도와 해류를 맞받아 항행이 힘들어 진다. 더우기 원목을 갑판위에 적재하고
있을 때에는 화물의 이동으로 선박이 위험에 빠지기 쉽고 실제 사고도 빈번히 일어 나기도 하는데 갑판적 원목이
휩쓸려 가고 갑판적 컨테이너가 떠내려 가 회항하는 선박이 목격 되기도 한다.
미국서 일본으로 서향할 때는 내가 선택하는 항로는 해류와 저기압을 북쪽으로 우회해서 베링해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먼저 알래스카 방향으로 북서진 하다가 알류산 열도 사이를 지나면 베링해로 진입한다. 그러고 나면 파도도 조용하고
그대로 캄차카 쪽으로 향하면 되는데, 영하 30도의 날씨가 걱정이긴해도 북부 베링해는 유빙이 있지만 남부 베링해에는
유빙이 없다.
알류산 열도를 지나 베링해에 진입하게 되면 이번 항차의 고비는 넘겼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었다. 다만
영하 20도 이하로 냐려가면 갑판으로 넘쳐 휘뿌리는 쪽쪽 파도가 얼어 붙어 빙산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영상의 해수를
파이어 호스로 흘려 보내 녹여 가며 항해하기도 하는데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기도 했다.
캄챠카 반도를 따라 근접해 혹가이도 쪽으로 남하할 때는 육지와 100키로는 떨어져 항해 해야 하는데 가끔 자그만
유빙이 보고 되기 때문이다, 24회 1등항해사 한테 선장을 인계해 줄 때도 강조하였건만 무시하고 접근하다가 유빙을
만나 선수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태평양, 대서앙, 인도양을 집앞 마당처럼 나돌아 다니던 그 젊은 날들이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그날을 회상하며
지내고 있다 보면 인생이 새삼 무상함을 느끼며 서글퍼지는걸 어쩔수 없다.
첫댓글 왼쪽 쇠판만 없으면 남극, 북극처럼보이는데, 당신은 분명 意志의 한국인 입니다.
격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