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곳은 KT 자회사이다. 4층에 위치한 마케팅부에서는 우리를 센터 여직원이라 칭한다. 이곳에 5명의 아줌마와 아가씨 한 명이 근무한다. 생긴 모습보다 생각이 정말로 제각각이라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사람들 중 제일 먼저 누굴 소개할까? 나를 먼저 하면 좀 재미가 없을 것이고, 음, 연장자 순으로 가야겠다.
57년생인 왕언니는 참으로 유별난 사람이다. 얼굴은 그만하면 괜찮은디, 영 말하는 투나 마음 씀씀이가 별스럽다. 하루 종일 생중계를 하면서 근무를 한다. 입을 잠시도 쉬지 않아 듣는 나는 너무도 짜증이 난다. 전화벨만 울려도 발신자표시를 보곤 “ 000이는 왜 또 전화를 하는거야?” 입을 엄청 실룩거리며 전화를 받는다.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질문을 하면 자기에게 던져진 질문도 아닌데 꼭 나서서 답을 다 해버린다. 가끔 틀린 답에 그게 아니라고 하면 절대 수긍을 하지 않는다. “아니야! 그게 맞다니까!” 왕언니의 어거지를 들어야 하는 우린 죽을 맛이다. 남편이 날 추워지기 전에 그만 두라고 했다는 말을 밥 먹듯 하던 그 언니가 오늘 일치감치 출근해 옆 사무실 책상을 닦았다한다.
그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언니는 목소리가 꼭 박경림 같다. 고로 참으로 듣기 싫다. 지난달까지 입력 건이 많아 조용했던 언니가 이제 할 일이 없다보니 자꾸 수다를 떤다. 남이야 듣기 싫던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 언니는 한 번 가르쳐 주면 머리속에 집에 넣든지 아니면 메모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해댄다.
사십 대에서 첫 번째로 나이 많은 이 언니의 별명은 사오정이다. 대화의 중간쯤 가다보면 이 언니는 어느새 다른 곳에 가 있곤 한다. 우라질!!! 그럴 때면 나는 대놓고 “언니, 사오정이야?” 성질을 부린다. 성격은 무지 좋아 “어, 우리 신랑도 나 보고 사오정이라고 한다. 왜 그런거야?”한다. 미치겠다. 마음이 예쁜 사오정이라 그냥 참는다.
나와 동갑인 허빵(별명=빵을 엄청 좋아함)은 하루 종일 민원 전화에 시달린다. 덩치는 큰 사람이 “왜요? 과장님, 제가요? 아이! 해주세요?” 듣는 나는 역겹다. 그래도 꾹 참는다. 가끔 맛있는 걸 사주는 사람은 허빵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하루를 마감하기는 역부족인지 오후가 되면 일용 엄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더 듣기 싫다. “야, 허빵, 할머니 목소리 좀 그만해!!!” 내 핀잔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지 아무 말이 없다.
이제 아가씨 이야기를 해 보겠다. 서른을 갓 넘긴 이 아가씬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듯 하다. 나는 세상 풍파에 시달린 탓에 도도하던 내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는데 이 아가씨는 대 놓고 자기는 성질 더러워 그런 꼴 못 본다며 위아래도 없이 반말을 찍찍 깔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것이고 더 다행인 것은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다. 별수 없다. 용빼는 재주 있는 줄 아니 너도 나이 먹어봐라 그래야 이해도하고 배려라는 것도 알겠지..
이제 나 만 소개하면 끝이다. 뭐 나야 누구랑 대화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이기에 입에서 군내가 날 때도 있다. 고객이 나를 찾기를 하나 다른 직원들이 와서 나에게 부탁을 하기를 하나, 만고강산 땡이다. 단 하나 단점이라면 외롭다는 것이다. 가끔은 꾸벅꾸벅 졸아도 아무도 모른다. 괜히 허빵이나 지사 여직원에게 쪽지를 보낸다. 그래도 심심하면 화장실가서 비데에 앉아 한 참 궁둥이를 지지다 온다. 애꿎은 커피만 연신 마시다 보면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지루한 일상의 끝을 마감하면서 난 허빵과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아이고, 하필이면 10시간 넘게 본 얼굴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이런 삶이 벌써 4개월이 되었다. 장하다. 강경자
첫댓글 장하다....낼봐.....ㅋㅋ
진짜지유!!!
ㅎㅎㅎ.... 그래도 내일 만나면 반가운 동료~ ...그렇겠지요! 그 회사에 내일 전화해서 미네르바님은 매일 졸고 있으니 다른 바쁜 부서로 이동시켜 달라고 해야겠네요...ㅋㅋㅋㅋ....^^
거기 전화하심 폭탄맞을텐데...
미네르바폭탄!ㅋㅋㅋ
여자만 있는 곳은 살벌혀! 깡 켱짜 거테!
내 이름은 강경자
남들 다 모여서 단체사진 찍을때 혼자 바닷가로 내 달리는 별스러운 여자.
지가 별스러운게 여기서 살앙남는 거여유~~~
암만요...
그래도 별스러운건 아나벼...
동상은 승질 드러운거 알고살고요.ㅋㅋㅋ
언냐!
놀러와라...술한잔허게..
여인 천하 에서는 아부가 통하는 건디...
아이고 지는 아부는 절대 못혀유...
암만~ 암만요! 그자리에서 깨지는한이 있어도 아부는 우리랄 못어울리죠...
암만요.달래 승질이 드럽간??ㅋㅋㅋ
사무실 식구들 얘기 재밌네요...저도 제 짝 흉을 잠깐??......서른세살 남자인데 답답이 입니다..혹시나 회식자리에서는 하고 기대를 했다가 성희롱을 한 기분을 맛보았습니다..밥먹어라,술먹어라,이리와서 어울려라,노래좀 불러라.....지가 알아서 분위기를 띄우던지 타던지 해야하는거 아닌가요??.....어찌나 기분이 더럽던지 회식자리에서 짤라버리고 싶었다니까요...다 끝나고 보냈더니 그제서야 3차 안가냐고 합니다...너같으면 가겠니??...라는 말이 튀어나올뻔 했습니다....
꽃자리 님이 근무하는 곳의 풍경 함 올려보세요. 위로 좀 받게요\
저는 깨지기 전문이랍니다....감사용 이라고 해야되나요??...품목은 제과제빵 하나지만 과정은 다양해서....안에서 깨지고 밖에서 깨지고...제가 아주 한이 맺혔어요..흑흑!!
거, K 무슨 회사라는 말은 이럴 땜 좀 빼주슈.. 꼭 속치마 내 보인 것 같아서리..
히히히 !
그러게요...
ㅎㅎㅎ 미네르바님 성질에 그러고도 남죠...
근데 우리 삼실은 재밌는데...
서로 도와주고 웃어주고 울어주는뎅...
가끔은 술도 마시공..
미네르바님 이리로 옮기세여.
울지사장님도 좋잖아여~~
기영 와 누구처럼 쫒아다니면서 고춧가루 뿌리는겨~~
재미난 사람들 다 모였네유. 그 중 서름살 갓 넘은 똥배짱아가씨가 젤 멋지네유.
세상 무서분 줄 모르니 젤 멋진건 맞네요.
ㅎㅎㅎ 졸릴 때 마다 제게 전화 해줘유.
진짜지유~~
미넬바가 이렇코롬 글을 재미있게 쓸 줄이야... 듣고보니 계속 붙어있어도 좋을 직장이네요.
알았유~~ 샘이 좋은 직장이라면 그런겅게
ㅋㅋㅋ 바뻐 죽것넌디 이거 읽느라고 한참 걸렸네. 강경자 팟팅! 바로 그 지점이 영억이 확ㅂ호되는 지점인거 가터. 하여까네 목욜은 예쁘게 하구 나와 고암 선생님이 아주 비장하시더군. 내가 그랬거덩. 무지무지 이쁜 아가씬디 뱀띠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