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u7QVKK2fGw0?si=AONQd8IjKyCg655a
영상이 나오지 않나 봅니다
응수가 열받아서 차단했나 봅니다 ㅎㅎㅎ
더워도 너무~~너무~~ 더워서
" 올 여름이 내 제삿날 되나보다 "
했더니 어느새 추석 명절이다 .
나이들고 또 혼자되고 나니 명절처럼 고역인 날도 없다
지난 설만해도 출근한다며 그 명절을 피하는
야릿한 즐거움도 있었다만
( 물론 겉으론 개 만도 못한 팔자 코스프레 하면서 ....)
오래된 일이다
때는 1989 년쯤 될까 ?
월급 봉투에 현찰로 동전 몇 닢까지 담아주던 시절이었으니 .....
추석 전 날이었다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다 .
세상의 소금 엑기스 같은 부장이 갑자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전 직원이 50 여명이 조금 넘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계급을 떠나서 일인당
" 오만원 "의 거금을 봉투에 담아 돌렸다
한국은행에서 직접 바꿔온(래알) 살점을 베어낼 만큼 예리하고 빳빳한 배추닢 다섯 장 씩을 돌렸다
상여금이야 며칠전에 지급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진정한 비상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 야 받았냐 ? "
" 응 ! "
" 집합하자 "
영업 1 부나 영업 2 부에는 비슷한 또래가 많았다 .
" 숙직 누구야 ? "
" 크크크 누구긴 나지 "
영업 2부의 棒 주임은 사타구니에 걸린 가스총을 자랑스럽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 금융업체였음)
" 윗 것들 다 퇴근 하셨어 "
사장실 . 감사실의 불은 꺼져 있었고 고마운 물주였던 부장의 자리도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2 층엔 수금을 마치고 돌아온 영업부 직원들이 부지런히 마감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棒 주임은 비밀 연통을 돌리는 밀사처럼 식당에서 궐기대회가 개최됨을 알리고 있었다
" 응 "
" 오케이 "
" 내가 빠지면 되나 "
나이 쉰이 가깝도록 총각 딱지를 떼지 못한 萎 주임도 당연직 자리를 고집하였다
그렇게 윗층 족속과 아랫층 아랫 것들은 의기 투합하여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숙직실과 연결된 식당의 식타을 길게 연결 시켰다.
개그맨 오모씨의 친동생은 막내답게 식탁위에 모포를 그라운드를 펼치고 물 주전자와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
이윽고 마지막으로 최종 결산을 마친 여직원이 퇴근을 하면서 회사는 우리들의 세상이 되었다
회사의 셔터를 내리고 식당에 모인 선수들을
보니 인원이 너무 많았다
참석 인원이 무려 열 두명 !
고스톱으로 돌리기엔 무슨 상갓집 철야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
" 그냥 섯다로 합시다 "
최장자인 2 부 박계장과 막내인 오서방이 게임에서 빠지기로 하고 경리계 온 주임의 의견대로 열명이 조폭들 회의하는 식으로 식탁을 둘러 앉았다.
인원이 열명이니 화투패 한 장이 사라질 수도 없고 투명한 게임이 되었다
" 갑오 "
" 죽어 . 나 쌔삥 "
" 죄송합니다 . 오땡 입니다 "
그렇게 치고 받다 보니 누구 한 사람에게 몰리는 상황은 되지 않았다.
대신 끗발을 잡으면 콧평수가 넓어지는 대부계 李주임이 제일 먼저 탈락하고 곧 이어 오늘의 숙직근무자인 棒주임이 떨어져 나갔다
다시 두 명을 채운 섯다판은 점점 그 열기를 더 하고 있었다 .
봉 주임은 고리를 뗀 돈으로 중국집에 안주를 시키고 있었다 .
늘 먹는 양장피에 추석 특집으로 깐풍기를 추가하고 , 식사는 짜장면으로 획일하게 주문을 시켰다
열기를 더해가는 판에 고리는 사채업자 이자보다 비싸게 뜯다보니 (신용금고 이자율이 높았다) 수북히 쌓여갔고.....
영업 1 부 온주임이 땡을 잡았다 .
그것도 무려 팔 땡을 .....
끗발들이 좋아서 판돈이 제법 쌓였다.
" 감사합니다 ...."
온주임의 입이 귀에 걸린 것도 찰나였다.
" 촐랑거리긴 ...여기 구사일생 구사입니다 "
아홉명의 얼굴엔 환희의 서광이 , 온주임의 인상은 된장인 줄 알았는데 금새 똥 씹은 얼굴로 바뀌었다 .
물론 오륙 따라지로 일찍 패를 던진 내게도 기회가 돌아왔음은 말 할 것도 없었다 .
《영화 .타짜》의 김응수가 남긴 명언
" 묻고 따블로 가 " 라는 말은 그 당시 식탁에서도 통용되던 말이었음을 알린다.
죽은자들은 당연히 더블로 판돈을 올리게 되었다 .
가령 레이즈한 금액이 만 원이면 그 두배인 2만원을 참가비로 내고 패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 두판만 승부가 안나면 제법 큰 돈으로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초상집에서 섯다판에 앉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열명은 패를 받아들고 열심히 쪼아대기 시작한다
아마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의사 판사 검사쯤은 가볍게 땄을 것이다
" 아휴 ~"
" 아 쓰펄 ....."
몇 몇은 벌써 패를 던지고 막내 오주임이 대차게 레이즈를 이끌었다
나의 패 역시 덤빌만한 패는 아니었다
" 사구나 한 번 더 나와라 젠장 "
알리 (1.2 ) 패를 들고 연신 " 받고 더"를 외치는 오주임과 능구렁이 2부 위 주임 . 그리고 기억이 나지않는 2부 형님 ....
" 끌러 "
" 알리 ....."
말이 끝나기 전에 위주임이 사구 화투패를 바닥에 힘차게 뿌렸다
" 사구야 ... 광땡 없으면 묻고 따불로 ..."
좌중은 와 하는 함성이 일었다
오주임과 2부 형님의 패는 두 사람 다 알리 (1.2) 였다.
사구가 없었다면 두 사람이 나눌 수도 있었다 .
세번째 판 ....
벌써 판돈이 간닥간닥한 사람은 지갑을 열고 있었다
" 잠깐 "
오늘의 주최측 중에 한 사람인 내가 말했다
" 오늘은 눈먼 뽀나스가 들어 왔으니 판돈은 그걸로 제한 합시다 . 더 이상 지갑에서 현찰이 나오면 큰 도박이 되니 레이즈에 제한을 두겠습니다 "
" 좋아 좋아 "
" 오케이 "
누구나 큰 도박판으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실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떡값 성격의 돈이라
그걸로 조촐하게 한 판 치고 마치고자 했던
일이 큰행사가 되어버렸으니 나로써도 경계할 일이었다 .
어쨋거나 약간의 세이브가 된 나 역시 더 크게 판이 벌어지는 것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 패는 돌려졌고 판돈은 올라가고 몇몇은
올인 상태에서 패를 보고 있었다 .
세번째 판
이번엔 온주임의 대차게 레이즈를 끌고 쌓인 현찰에 눈이 먼 사람들은 " 콜 " " 콜" 을 따라 외쳐댔다
이번엔 나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족보도 개족보 ....쌔륙
레이즈를 끌던 온주임의 손에는 4 흑싸리 한장이 까지고
" 사 땡은 없네 혹시 새삥 (1.4) "
한 장을 까는 순간 좌중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번에도 사구였다.
" 젠장 ...무슨 드라마찍냐 ?"
벌써 떨어지고 고리를 뜯으며 뒷자리를 보던
棒주임이 고리로 만원권 몇 장을 뽑아갔다
쫀쫀한 위주임이 그걸 막았다
" 아 이거 왜이래 ?
졸지에 쌓인 판돈 앞에 분위기는 살벌 그
자체였다 .
" 먹는 사람이 더 떼어주면 되니 그대로 ...."
라는 대중의 의견대로 돈은 그대로 쌓였다 .
5 만원 곱하기 12 는 무려 육십 만원
당신 내 월급이 120 만원(영업수당 포함)을 오르내렸으니
마누라 모르는 용돈으로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
드디어 온주임이 패를 돌렸다
운명의 판이었다 .
열 명의 도둑놈들은 제각기 아슬아슬하고 설레는 희망을 안고 속으로는 열려라 참깨 !
열려라 콩깨 ! 주문을 외우며 패들을 쪼기 시작하였다
나도 패를 들었다
" 어엉 ! 이게 뭐야 ! "
앞장의 패는 3월 사꾸라 껍데기였다
아시는 분들이야 잘 아시겠지만
3 자를 잡으면 대체적으로 8 자나 7 자가 뒤 따라 오게되는 걸 말이다 .
포기와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한 장을 내리는데 ..... 내리는데 .....
그 벚꽃 담장 너머에도 벚꽃이 화알짝 피었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가 아니라
" 삼 월 벚꽃이 만발하였습니다 "....
" 받고 ..."
" 받고 ...."
내가 죽을 일이 없지 않나 ?
높은 땡이나 사구에 짓밟히더라도 용감하게
죽어야할 의무가 있었다
" 까짓 오 만원 없으면 말지 ."
능구렁이 위주임도 무언가 잡았는지 계속 치받고 이미 올인이 된 오주임도 따라왔다
" 까 "
" 벌써 깠지 .... 구삥 "
위주임은 힘차게 패를 바닥에 패대기 쳤다
마치 나 보다 높은 놈 있어 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 주임님 제가 바로 위에요 "
오주임은 아쉽게도 알리를 플어댔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나이 어린 놈이 먹으니 덤비지 말아 주세용"
하는 그런 교활과 동정어린 눈빛으로 말이다.
그래 니 눈치가 맞았어
나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 울굿불긋 벚꽂이 앞뒤로 만발했습니다 "
수북하게 쌓인 판돈을 긁어가는 나의 뒤통수 옆통수 앞통수에 부러움과 아쉬움의 시선이 팍팍 꽂히고 있었다
물론 한 사람씩 배춧닢 한 장씩 개평으로 돌리고 안주값과 술값을 보태는 승자의 여유도 부렸다 .
아랫 것으로 살면서 이런 여유도 자주 부려볼 수 없음을 소시민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남은 돈은 대략 삼십 정도 .....
社友들의 거룩한 도움으로 한동안 아비로써 가장으로써 남편으로써 품위 유지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벌써 35 년 전의 호랭이 88 담배 피우던 시절이니 오늘 추석 아침 혼자 송편 몇 개 깨물며 옛기억을 소환해 보며 재미없는 글을 올려보았다
옛날보다 사람의 정은 엷어졌으나
그래도 숨어있는 사람의 온기는 영원히 꺼지지 않음을 믿는 까닭은,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명절의 의미가 우리들 핏속에 숨겨져 있음이리라 생각한다 ...^^*
첫댓글 도대체 무신소린지 알 수 없지만 오분전님 얼굴에 벚꽃이 만발하였고 결론은 끝내주었다...ㅋㅋㅋ
맞나요?
그래도 추석.
추억으로 즐겨보세요. 서글퍼도^^
끊은지 오래되었으니 ....
벚꽃이 필때면
그 화투장 두 장이 어른거립니다 ^^
따듯한 명절 되소서 🪔
그때의 스릴이 느껴 지는데요?
재미 있는데요?
송편맛도 전해 지는데요?
금바늘님하고 한판 ?
ㅋㅋㅋ
동태전에 소주 한 잔 ...
편안한 명절 되시게나 ☕️
@오분전 동태전에 소주
한판? 좋지요
출동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출동 합니다
내년에는 여행이라도 가야지
이거 심란해서 안되겠구먼 ㅎ
女行....
여자와 함께 떠나다
워디로 ?
마침 홍콩행 뱅기표가 두 장 있으니 다녀오시길 .....
홍콩 ...콩콩콩 깨깨깨 .....
명절 잘 보내세유
캬!~~ 섯다판
적나라 합니다
세륙 구삥 세삥 장사 얄리 오지리 등등
세구로 터!~
삼팔광땡이 최고인가요? 하두 오래되어 다 까묵었네요
짓꼬땡은 장땡이 최고이고요
오분전님
대단하십니다
부평의 육손을 아실랑가요?
육손으로 만지작거려 땡을 들고 나오는 ㅋㅋ
그 시절.. 퇴근 후..한달이면 서너번 회사 동료들 문상.. 명절 때면 임원댁 안방으로 강제 호출되고.. 판깔고 기계 돌리며 왁자지껄 하던.. 젊은 날의 초상이 흑백필림 처럼 소환되여 스치는 이 아침... 오분전님..강건 하시기를 바랍니다.
대단 하시네요
어찌 저 기억을 다하시지 ~ 와아 ~
놀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