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세이 굿바이
(Never Say Goodbye)
1946년 미국영화
감독 : 제임스 V 컨
출연 : 에롤 플린,엘레노 파커, 포레스트 터커
루실 왓슨, S. Z. 사칼, 도날드 우드
해티 맥다니엘, 페기 크누센, 패티 브래디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의 원제목만 보고 록 허드슨 주연의 국내 개봉작이었던 '애수의 이별(Never Say Goodbye)의 오리지널 작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우연히 제목만 같았던 것이죠. 록 허드슨 주연의 영화가 매우 진지하고 애틋한 내용이라면 에롤 플린의 46년 작품은 코믹하고 경쾌한 영화입니다.
에롤 플린과 엘레노 파커가 이혼한 남녀로 등장하면서 재결합을 위해서 옥신각신하는데 그 와중에 어린 딸이 아빠와 엄마를 재결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캐리 그랜트 표 영화인데 캐리 그랜트와 캐서린 헵번이 아닌 에롤 플린과 엘레노 파커의 조합이 굉장히 잘 어우려졌습니다. 보면서 몇 번이나 웃음이 터져 나왔지요.
이혼한 아빠와 엄마가 다시 재결합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딸
화가인 필 게일리(에롤 플린)는 사랑스런 딸과 곧 6개월간 헤어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 부인인 엘렌(엘레노 파커)과 이혼하면서 각각 6개월씩 번갈아서 딸을 양육한다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필은 여전히 엘렌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의 여성 편력 때문에 장모의 강요로 원치 않는 이혼을 한 것입니다. 예쁜 딸 플립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필은 엘렌과 재결합을 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딸인 플립도 아빠 엄마가 함께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요. 필은 딸을 엄마에게 데려다 주는 날 엘렌과 저녁외식을 할 기회를 잡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 저녁에 필을 좋아하는 모델인 낸시와도 약속을 잡은 상태였습니다. 같은 레스토랑에서 엘렌과 낸시를 동시에 만나는 필은 필과 절친한 식당 사장 루이지의 기지로 이중플레이를 잘 하는 듯 하다가 결국 산통이 깨지고 엘렌과의 사이는 더 악화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필은 산타로 변신하여 플립을 찾아가서 선물을 주고 어느 정도 엘렌의 마음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하는 듯 했지만 엘렌이 필을 찾아온 순간 낸시가 다시 나타나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또 놓쳐 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플립이 위문편지를 썼던 군인 펜윅(포레스트 터커)이 휴가를 맞이하여 엘렌의 집까지 찾아오고 필은 엘렌에게 푹 빠진 펜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과연 필은 여러가지 난관을 딛고 엘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요?
20대 초반의 엘레노 파커의 미모는 정말 눈부셨다.
아내와의 재결합 프로젝트가 순조로이 되는 듯 했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산통 다 깨버리는 친구...
어느 정도 뻔한 이야기이고 전개가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장면의 하나하나를 굉장히 재미있게 꾸민 영화입니다. 레스토랑에서 멀찍이 자리를 따로 잡은채 엘렌과 낸시의 테이블을 왔다갔다 하며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필과 그를 필사적으로 돕는 식당주인 루이지의 장면이 웃음을 터지게 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필이 거친 깡패처럼 분장하고 기골이 장대한 군인 팬윅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은 도저히 웃지 않고 못 배길 재미난 장면입니다. 그 외에도 군데군데 아주 엉뚱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넘쳐나는데 필이 엘렌을 좋아하는 변호사와 산타경쟁을 하며 가짜 거울을 연출하는 장면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1930-4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가 그 시대 대표 코믹영화 장르였는데 너무 대사가 빠르고 정신없는 스크루볼 코미디와는 달리 어느 정도 차분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정서에는 더 맞는 듯 합니다.
1930-50년대에 활극의 대표 배우로 맹활약한 에롤 플린이 캐리 그랜트가 평생 출연했던 장르인 코믹 로맨스 영화에 등장하여 썩 어울리는 역할을 합니다.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엘레노어 파커도 우리나라에 제법 많은 개봉작이 있는 여배우지만 대부분 50-60년대 영화였습니다. 40대에도 굉장한 미모를 유지한 엘레노 파커의 20대 시절인 40년대 영화를 우리나라 관객들은 거의 못본 상황인데 20대 초반 시절의 엘레노 파커의 미모는 가히 눈부시다고 표현할만 합니다. 미모로 따지면 오드리 헵번이나 마릴린 먼로 같은 배우에게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주로 30-40대 나이에 출연한 작품들만 소개되다 보니 저평가된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바람맞고 쫒겨난 백작부인 역으로 많이 인식되다 보니까(하필 그 흑역사 같은 영화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흥행도 크게 성공하다 보니) 40년대부터 주연급 여배우로 20여년을 활약했음에도 늘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의 불운한 역할이 먼저 떠오르는 배우가 되어 버렸습니다. '네버 세이 굿바이'는 엘레노 파커의 20대 초반 시절의 눈부신 미모가 제대로 돋보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가짜 거울 흉내를 내는 이 장면이 매우 재미있었음.
남편의 변치않는 여성편력에 분개하는 아내
아내를 되찾기 위해서 기골이 장대한 군인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에롤 플린과 엘레노 파커 외에도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아주 재미난 역할로 양념구실을 톡톡히 합니다. 특히 후반부에 휴가나온 군인 펜윅을 연기한 장신배우 포레스트 터커는 순박하고 착한 군인이지만 얼떨결에 에롤 플린과 한 여자를 두고 라이벌 관계가 되는 역할을 하면서 후반부의 재미를 도맡고 있습니다. 여기에 두 주인공의 딸로 나온 아역 배우가 어찌나 깜찍하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지 보는 재미를 굉장히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뻔한 결말로 달려가는 작품임에도 웃음을 터지게 하는 재미 덕분에 보는 내내 유쾌한 작품입니다.
에롤 플린과 엘레노 파커 모두 국내 개봉작이 꽤 많은 배우들인데 이 영화는 개봉된 기록이 없습니다. 이렇게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꽤 재미가 있는 고전영화 중에서 국내에 개봉이 안된 작품도 매우 많은데 특히 40년대 작품들이 그렇습니다. 30년대 영화는 일제 강점기시절 매우 많이 개봉되었고, 50년대 영화는 6.25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외화수입이 러시를 이룰때 많이 개봉되었는데 2차대전 시기부터 6.25 전쟁 휴전협정 사이의 시대는 우리나라에서 외화 개봉이 주춤했던 시기라서 그 시기에 만들어진 여러 작품들이 미개봉인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브의 모든 것'이나 '시민 케인' 같은 작품 포함해서) 40년대, 70년대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나라의 시기적 특징 때문에 많이 개봉이 안된 공통적 시기였지요.
에롤 플린의 망가지는 코믹 연기가 재미남
험프리 보가트 흉내내는 이 장면은
웃지 않고 도저히 볼 수 없다.
캐리 그랜트의 코미디 영화중 '히즈 걸 프라이데이'나 '필라델피아 이야기' 같은 작품들이 헤어진 부부가 다시 재결합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인데 '네버 세이 굿바이' 역시 유사한 소재를 굉장히 재미나게 풀어간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고 저도 단지 제목만으로는 록 허드슨 주연 '애수의 이별' 흑백버전이자 원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굉장히 웃기고 재미난 가족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에롤 플린과 엘레노 파커의 파릇한 모습과 싱싱한 연기가 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수 있었던 엘레노 파커의 작품중 가장 젊었을때의 영화인데 40대인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여전히 미모가 빛났고, 30대에 출연한 '브라보 요새의 탈출' 같은 작품에서도 여신급 미모였지만 20대 시절은 정말 미모가 탑인 여배우였습니다. 에롤 플린도 활극, 서부극, 군인역할 등이 아닌 양복을 입은 현대물에서의 역할도 잘 어울렸습니다. 얼마전에 뜻밖에도 DVD가 출시되는 바람에 만날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역시 4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어 전성기 시절에 만들어진 고전은 어지간하면 다 볼만하다는 것을 여실히 실감시킨 작품입니다.
ps1 : 우리나라 출시 DVD는 문제가 좀 있는데 영상가 사운드의 싱크가 맞지 않습니다. 영상보다 사운드가 1~2초 정도 빠르게 들리지요. 그래서 배우의 입모양과 소리가 맞지 않습니다. 비 라이센스 DVD는 이런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ps2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흑인 하녀 역으로 차별시대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해티 맥다니엘이 이 영화에서도 하녀역으로 출연합니다.
[출처] 네버 세이 굿바이(Never Say Goodbye 46년) 에롤 플린 주연 코믹로맨스|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