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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신법학관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사법파동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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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임명권이 독립성 훼손
정치 편향으로 중립성도 우려
공정한 재판 전제 크게 흔들려
美는 대법원장·대법관 종신제
대통령 임기내 1 ~ 2명만 교체
우리도‘9년 단임’정도는 해야
한국선 대통령 한 명 임기중에
대법관의 80%가 바뀌는 현실
‘자기 사람’못 심도록 만들어야 “현 사법파동의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대통령이 대법원장, 대법관을 임명하는 제도에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삼권분립에 따른 삼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상하관계가 된다. 그런 문제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사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특정인을 지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판사를 탄핵하라는 건 매우 정치적인 행위로, 법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기존 사법부가 잘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맞는다. 그런데 변화 주도세력이 더 잘하고, 더 능력이 있나 하는 점에 대해 아니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더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을 강의하는 장영수(58) 교수의 진단이다. 사법부는 지금 70년 사상 초유의 사태들이 한꺼번에 산사태처럼 덮쳐 만신창이가 됐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들이 연일 검찰에 소환되고, 전 대법원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시간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권교체에 힘입어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이 법원 내 특정 서클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여당과 친여 야당들은 위헌 소지가 있고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다룰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동료 판사들의 국회 탄핵을 상당한 무리수를 동원해 급하게 의결했다. 급기야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길 관용 차량에 자신의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화염병을 투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법부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진 지난 22일 사법부 관련 이슈에 대해 왕성하게 언론 기고를 하고 있는 장 교수를 서울 안암동의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나 사법파동의 원인과 해법 등에 관해 물어봤다.―사법부가 어쩌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다. 세대교체에 따른 판사들의 인식 변화도 있을 것이고 사회적인 분위기의 변화도 있을 것이다. 근본적·직접적 원인은 대통령이 대법원장, 대법관을 임명하는 제도에 있다고 본다. 왜 대법원장과 대통령은 이른바 삼권분립에 따라 삼부의 수장인데 대등한 위치가 아니라 상하관계로 보이나. 대법원장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찾아가서 상고법원을 부탁하는 것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처럼 되는 건 결국 인사권 때문이다. 자기를 임명한 사람에 대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은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그런 문제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계에서도 본질적으론 다르지 않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사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법관대표들의 동료 판사 탄핵촉구 결의가 법원 안팎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판사 탄핵촉구가 문제가 되는 건, 실제 법원 내에서 파벌이 형성됐다는 점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나올 때부터 법원 내 파벌이 문제가 됐다. 법원 내에 이런저런 명목의 연구회는 많이 있었는데,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문제가 된 건 이들이 순수 법적 쟁점을 다루는 모임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모임 아니냐는 문제 때문이었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고 공정한 재판의 전제는 독립성과 중립성인데, 독립성이 없다는 건 어느 쪽에 종속됐다는 얘기다. 종속돼 있을 땐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 중립은 어느 쪽의 편도 안 든다는 건데, 만약 편향성을 갖게 된다면 공정한 재판이 되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 대법관을 임명함으로써 발생하는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부분을 봐야 한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정치적인 편향성이 공공연히 드러남으로써 중립성이 훼손되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이런 게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부분을 방치할 경우 (이 정권에서)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중요한 지적이다. 그런데 상당수 국민과 판사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이 실제로 있었고, 그래서 아직 기소와 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관련 판사들에 대한 탄핵촉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이런 관점이 일반적 국민감정이라고 볼 순 있지만, 사법의 본질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사들이 그래선 안 된다. 사법에선 중립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는 선입견을 갖거나 예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검사는 ‘이 사람이 범인이다’는 선입견을 갖고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하게 재판해야 하는 판사가 예단하고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법관들이 초기에 ‘재판거래는 말도 안 된다’고 발표했을 때 박 의원이 ‘수사도, 조사도 안 끝났는데 어떻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나, 이런 사람들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 말이 일리가 있다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 관련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해선 안 된다. 이건 훨씬 더 큰 예단이다. 수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특정인을 지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탄핵하라는 건 매우 정치적인 행위로, 법관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에 대해 탄핵을 얘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등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에 대해 탄핵을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속상태인데 탄핵을 얘기하는 것도 난센스다. 그럼 누구를 향한 탄핵인지가 문제인데, 법관대표회의는 누군지 특정을 안 했다. (임 전 차장 밑에 있던) 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탄핵해 달라고 의결하면 유죄라는 예단을 하는 것이 된다. 예단한 상황에서 재판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 위험스러운 건 이들이 법관들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예단한 것도 문제인데, 전체 법관을 대표한다면 판사 전체가 다 예단하고 있다고 봐야 하나? 그럼 누가 재판할 수 있나?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이런 식으로 표결하고, 발표하는 건 판사로서 기본자세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지적이 많은데 반박하는 쪽에서는 형사재판 유무죄 결과를 기다릴 것 없이 헌법 위반 행위가 있으니 탄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판사 탄핵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게 아니다. 지금껏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두 번의 소추가 있었고 한 번은 탄핵 결정까지 나왔다. 판사는 소추까지도 없었고 발의만 하고 끝난 게 2건 있었다.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되는 건 국회나 시민단체가 탄핵을 제기하면 모르겠는데 왜 법관들이 제기하느냐는 것이다. 소추권은 국회에 있고 결정권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사건에 대해 중립성을 갖고 편견 없이, 예단 없이 바라봐야 할 법관들이 그랬다는 게 문제다.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게 탄핵이 필요하냐를 따지는 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다.”
―좀 전에 지적한 것처럼 법관대표회의가 탄핵 대상을 정하지 않고 ‘탄핵 검토’를 의결하니 탄핵 대상 판사들이 6명에서 13명으로 이어 70명, 93명까지 나오는데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의 또 다른 문제는 실질적으로 방어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그 혐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고, 본인이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때 반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분위기 띄워서, 한 방향으로 마구 몰아서 ‘A도 해당된다’ ‘B도 해당된다’, 이렇게 (인민재판하듯이) 해버리면 곤란하다.”
―이런 과도한 상황은 왜 발생했다고 보나.
“(이번 사태를 주도한 측에서)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지는 의심스럽다. 정권이 바뀌고 얼마 안 돼 기묘하게 대법원장이 바뀌었다.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사람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과 맞섰던 적대 진영의 좌장이라는 지적인가.
“그렇다. 지금껏 전면 부각하고 있는 건 양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치를 박 대통령과 협의하려고 하고, 그래서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결하려고 했다는 그런 주장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양승태 대법원 때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억압받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자신들을 억압했던 사람들에 대해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적폐청산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파고들었다. 그런 것과 비슷한 흐름이 사법부에서 일어난 것 아니냐. 전체 법관이 3000명쯤 되는데(11월 말 현재 법관은 2964명이다) 이것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양승태 대법원과 반대 진영, 양쪽을 넓게 봐서 각각 100명이다. 전체 법관의 7%도 안 되는 사람들 때문에 법관들이 흐트러지고 불신을 사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이렇게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법원 자체 특별조사위원회도 ‘형사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김 대법원장이 ‘제대로 파야 한다, 필요시 수사 요청도 하겠다’고 하면서 더 커졌다. 의도적으로 키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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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해송법학도서관에서 자신의 저서를 꺼내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지금까진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은 선동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정도로 비쳤는데, 법관대표회의가 관련 판사 탄핵 요구를 의결하던 19일 오전에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볼 만한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가 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탄핵이 가결되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공교롭다. 그럼에도 없다던 블랙리스트가 나왔다는 점에서 새 국면이 열렸다고 볼 수 있어서 질문을 바꿔봤다.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을 공개 비판한 판사들이 물의 야기 법관으로 규정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나왔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솔직히 그게 새로운 일인가. 기존에 (다른 대법원장 때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인가. 수십 년 동안 그런 일이 있었을 텐데 마치 천지개벽할 새로운 일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런데 처음엔 타이틀이 재판거래였다. 국민이 볼 때 몹시 자극적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파보니까 (유무죄 판결을 뒤바꾼) 거래라고 하긴 어렵겠다고 보이니 재판거래라고 하지 않고 사법농단이라고 말을 바꿨다.”
실제로 최근 검찰은 재판거래라고 하지 않고 ‘재판개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재판개입이라는 것도 내용은 별 게 아니다.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이 개입했다고 난리를 치는데, 실상은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 지위를 법원에서 박탈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 이미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지위를 상실한 지방의원이 법원에 낸 소송에서 ‘그 판단은 헌재가 판단할 일이라고 각하하지 말고 법원의 권한이라고 한 뒤 기각하라’고 했다. 대법원이 헌재를 이렇게까지 견제한 게 민망하긴 하지만 실상은 대법원이 정부 사주를 받아서 통진당 광역의원의 정치생명을 박탈한 게 아니라 하급심에 ‘우리 권한을 헌재 권한이라고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전부다.
―검찰이 직권남용 수사를 남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과대 포장해서 자극적인 기사에 힘입어 이렇게 키워놨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가 없게 되는 그런 부분이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검찰 개혁한다고 해놓고, 1년 반 동안 된 게 없다. 결국, 검찰 개혁 담론은 검찰 길들이기를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법농단 사건도 결국 법원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에 판사 탄핵촉구안 가결도 그렇고,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임명되는 것을 보면 법원이 진보세력이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로 물갈이되는 과정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금 더 봐야 할 것이 기존의 사법부가 잘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맞는다. 그런데 변화 주도 세력이 더 잘하고, 더 능력이 있나 하는 점에 대해 아니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더라. 법원행정처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었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인데 그들을 다 날려버리고 직급이 떨어지는 판사들을 그 자리 앉히려고 더 과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더라.”
재판거래 사례로 가장 많이 나온 게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판결이다. 오스트리아 빈과 미국 뉴욕의 판사 주재관을 다시 살리는 것과 대법원 판결 연기를 맞바꿨다는 건데, 2012년 5월 김능환 대법관이 징용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1, 2심 판결 다 깨고 그간 대법원, 헌재 판례도 모두 뒤집은 것이다. 김능환 주심의 소부 선고 2주 전에 이상훈 대법관이 주심인 다른 소부에서 징용자들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있었는데 거기선 징용자들이 패소했다. 같은 대법원에서 14일 사이에 정반대 판단이 나왔다. 김 대법관만 전혀 다른 판단을 한 것인데, 이 판결 나오자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우리 외교부에 보고하고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에 대통령비서실장이 외교부 장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과 함께 대책을 상의했다.
―이게 부당한 건가. 정상적인 나라면 국가 간 문제가 걸린 판결은 청와대와 법원이 상의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미국, 영국도 다 그렇게 한다. 외국과 관계된 문제는 판결 후에 대책을 상의할 게 아니라 판결 전에 정부의 입장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경우는 협의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해 검찰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의 계기가 됐던 상고법원만 보더라도 협조를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밀실에서 담합하고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돼 버린다. 나쁘게 보면 다 나쁘게 볼 수 있듯이 뭔가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하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들은 오히려 입증 책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불순한 의도였다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 쪽이 입증해야 한다. 의혹만 던져놓고 아무 책임 없이 재판거래가 아니라 사법농단이라고 말을 바꾸는 건 아주 비겁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인 특별재판부 구성 문제로 화제를 바꿨다.
―사법농단 관련, 판사 탄핵도 논란이지만 여당에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교수님은 어느 언론에선가 위헌은 아니라고 했던데.
“그 부분은 섬세하게 봐야 하는데 특별재판부를 구성한 선례가 있었다. 특별재판부 자체가 위헌은 아니지만, 특별재판부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느냐,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재판부는 역사상 3번 있었는데, 건국과 4·19혁명, 5·16 쿠데타 직후였다. 그런데 3번 다 건국이나 혁명, 쿠데타 직후의 혼란기이고, 더구나 헌법에 특별재판부 구성을 가능케 하는 단서가 있었지만 지금 헌법엔 그런 게 없지 않나.
“제헌헌법(101조)에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그게 특별재판부에 대한 명시적 표현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할 때 ‘이런 식으로 하면 위헌이다’라고 하기 위해서는 법관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종심이 대법원이 아니면 위헌이다.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 자체를 위헌이라고 하긴 어렵다.”
―특별재판부 판사를 대법원장이 임명하긴 하지만, 그 판사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에 국회에서 지명한 사람들이 들어가니까 위헌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위헌이 될 수 있다.”
―박주민 의원이 추진하는 법은 특별재판관후보추천위원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3명, 법관대표회의에서 3명을 추천하고, 학식과 덕망 있는 사람 3명이 들어가는데, 이건 법원 밖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그건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인 개입뿐만 아니라 두 가지를 나눠서 봐야 하는데 판사 중에서 특별법관을 추천한다고 하지만 변협이 관여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시민단체가 관여하는 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특별재판부는 이 사건만을 위한 것인데 김 대법원장도 피해자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무관하거나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2배수를 추천하게 해서 대법원장이 고른다는 건 재판의 공정성에서 시작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정 사건만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는 건 처벌하겠다고 만드는 것 아닌가. 유죄의 예단을 하고, 심증을 굳히고 처벌하겠다고 만드는 재판부는 문제 아닌가.
“증거가 있으면 처벌하고 증거가 없으면 처벌 못 한다, 이게 법적으로 요구되는 바다. 헌법상 명시된 건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이 사건에서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전제돼야 하는데 유죄를 전제해 놓고 얘기들을 하고 있다. 이것은 아니다.”
―인터뷰 초반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않을 수도 있나.
“몇 가지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실질적으로 임명한다.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임명한다. 정부 인사가 아니라 사법부 인사를 코드인사로 하는 게 문제다. 이게 바람직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여기서 나오는 반론은 ‘미국도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나’인데, 이게 완전히 틀린 주장이다. 미국은 대법원장·대법관이 종신제다. 한 번 대법관이 되면 자신이 사퇴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하니 20년이 갈지 30년이 갈지 모른다. 그렇게 되니 한 대통령 임기 내에 대법관 1명 임명하는 게 보통이고 2명이면 많이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미국 대법관 전체 9명 중에 1∼2명이면 대세에 지장 없다. 반면 우리는 대통령이 14명의 대법관 중 11명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임기가 10개월 정도 줄었기 때문에 김재형 대법관 1명만 빼고 대법원장 포함해 13명을 다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의 특수한 경우를 빼고 일반적으로도 한 대통령이 대법관 80%를 바꾼다는 얘기는 압도적으로 자기 사람을 채운다는 얘기잖아.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에 개헌 논의할 때도 이건 안 된다, 고치자는 얘기가 아주 많이 나왔던 부분이다. ‘별도의 대법원장 추천위원회를 둬서 국회의 동의를 받고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만 임명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 임명하지 못하게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도 대법관은 추천위가 있지 않나.
“그래도 문제다. 추천위가 복수(3배수 이상)로 추천한다. 이 중 한 사람을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러니 대법원장의 눈 밖에 나면 안 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상하관계가 돼 버린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지 못하게 해야 하지 않나. 제왕적 대통령을 막으려면 대법원장, 대법관 모두 추천위에서 단수로 추천하는 것으로 해야 하지 않나.
“지금 개헌안에서 나오는 얘기가 그런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었고, 지난번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그런 논의를 했다.”
―대법관·헌법재판관 임기 6년은 너무 짧지 않나.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문에 이젠 한 명의 대통령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거의 전원을 교체하게 됐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임기를 더 늘려야 하지 않나.
“오래전부터 그 논의가 있었다. 지금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은 6년에 연임이 가능한데 연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차라리 9년 단임으로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혹시 연임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가 있다. 현재 독일은 헌법재판관 임기가 12년 단임제다. 인사권자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하라고 이렇게 만든 것이다. 우리 6년 연임제보다 독일의 경우가 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마 12년 한다고 하면 너무 길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9년 단임 정도라도 바꾸는 게 좋다고 본다.”